오동도로 고! 유람선 ‘픽’했으나…

▲ 케이블카에서 보이는 경치.
 2020년이 되기 2주 전 나는 큰 결심을 했다.

 내 인생 15년 경력에 없던 ‘혼자 여행하기’였다. 여수, 순천, 목포 중에서 어느 해안가로 갈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바로 내 인생 첫 여행지를 여수로!!

 출발하기 하루 전인 1월 1일 나는 여행의 힘듦보다 설렘만 가득 차 있었다.

 기대를 안고, 새벽 5시15분이라는 매우 이른 시간에 일어나 감쪽같이 머리를 감았다. 젖은 머리를 채 말리지도 못하고 아빠가 1학년 때 사주신 카메라를 가지고, 5시40분에 집 밖을 나가려는 순간! 아빠께서 문을 벌컥 열고 터미널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한다.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른 시간에도 출근하는 차들이 꽤 있었다. 사람들이 안쓰러웠다.

 버스가 출발하기 30분 전인 6시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아빠께 ‘잘 갔다 오겠다’고 말한 후 급하게 티켓예매를 하러 뛰어갔다. 그 시각 여수에 가는 사람은 딱 두 사람이었다. 나는 뒷자리 할인 10%가 있어 고민 없이 뒷자리를 골랐다. 9400원, 생각보다 저렴한 금액에 가는 거라 기분은 좋았다.
광주-여수 티켓.
 
▲공사중 진남관 내부 진입못해 서운
 
 여수에 도착한 후 나는 마치 여수사람인듯 택시는 제치고 버스를 타러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버스에 앉은 다음 에어팟을 껴 노래를 듣고, 오동도로 바로 가려 했는데 ‘이번 정류소는 이순신 광장역 입니다’라는 기계음이 내 귀에 새어 들어왔다. 왠지 모르지만 나는 바로 ‘하차’ 버튼을 눌렀다. 잘 내렸다.

 사실 이순신광장은 두 번째 코스였는데 이날 내가 탄 555번 버스는 목적지들을 다 경유하는 노선을 운행했다. 이순신광장에서 거북선을 보았다. 정말 컸다. 이순신 장군이 얼마나 위대한 위인이시고, 괜히 바다의 신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바닷가 쪽을 보니 돌산대교가 보였다. 사진을 찍고 나는 바로 한 정거장 뒤인 진남관으로 갔다. 하지만 진남관은 2019년 3월부터 시작한 보수공사로 인해 내부까진 들어가지 못했다. 한자로 적힌 ‘진남관’을 사진으로 남기고 진남관에 대한 설명을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이제 내가 향할 곳은 오동도였다. 약 30분 정도 버스를 타니 엑스포역이다. 알고 보니 버스를 잘못 탔던 것이었다. 다행히 목적지와 멀지 않아 걸어가려 했다. 바닷가 쪽으로 해서 가려 했더니 여수 맛집이라는 간판이 하나 보였다. 그 순간 내 배가 요동쳤다. 할 수 없이 아침을 여기서 먹기로 한다. 메뉴는 해산물요리, 비빔밥, 생선 등이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밥만 먹기는 아쉬우니 바지락 칼국수를 시켰다. 생각보다 빨리 나와 좋았다. 면을 다 먹은 후 국물도 한 모금 마셨다. 맛있게 먹고, 가족들에게도 인증샷을 보낸 다음 나왔다.
용산 동굴.

 이제 오동도를 향해 걸었다. 약 15분 동안 바닷가를 향해 걸으니 오동도 입구에 와 닿는다. 모터보트를 타고 싶었지만 5만 원이라는 비용이 부담이다. 1만원 짜리 유람선을 11시에 탑승했다. 유람선은 거북선대교→장군도→돌산대교→용월사→오동도 입구로 코스가 짜여 있다. 코스를 본 순간 머리가 띵했다. 다시 오동도 입구로 돌아온다는 걸 유람선을 타고 난뒤에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오동도 내부까지 1.5km를 걷는 게 힘들어서 탄 것이었는데…. 할 수 없다, 유람선을 타고 와서 걸어 들어가기로 했다. 새우깡을 들고 유람선 밖으로 나왔더니 갈매기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새우깡을 갈매기들한테 주려고 손을 뻗고 있었지만 나에게 오는 녀석들은 없었다. 아쉬움만 남긴 채 그냥 새우깡을 던졌다. 새우깡은 물에 떠 있었고, 그 순간 갈매기들이 새우깡을 낚아채려고 달라들었다. 내 옆에 있던 아저씨는 말하셨다. “거참 갈매기 몸값도 비싸구먼…”
비싼 갈매기들.

 그랬다, 한강대교에서 유람선을 탔을 때는 갈매기들이 내 손으로 직접 날아와 낚아챘었는데…. 나도 아저씨 생각에 공감하고 웃었다. 새우깡은 내가 반, 갈매기들이 반을 먹었던 것 같다. 나는 만족하며 유람선 안으로 들어와 밖을 구경했다. 눈앞에 곧 보게 될 오동도 용산동굴이 있었다. 꽤 깊어 보였다.
 
▲벽화마을·케이블카… 여수 만끽
 
 유람선이 오동도 입구에 일행을 내렸다. 난 오동도로 들어갔다. 오동도는 공기가 매우 좋았다. 바람도 불어서 시원했고. 용산동굴을 더 가까이에서 보게 되었다. 사람들이 모두 용산동굴 앞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난 동굴 사진만 찍은 채 다시 오동도를 나와 육지로 왔다. 바로 앞에는 내가 곧 올라가게 될 자산 공원 케이블카 타워가 보였다. 가는 길에 군밤을 파는 트럭이 있었다. 5000원 짜리 군밤을 사 먹으면서 케이블카 타워 정상에 올라갔다. 나는 ‘케이블카 크리스탈’이라는 바닥이 유리로 돼 아래를 볼 수 있는 티켓을 구매하고 혼자 탔다. 혼자 있어서 신경을 안 쓰고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 위에서 보는 여수는 더 예뻤던 것 같다. 저 멀리 거북선대교도 보였고, 곧 도착할 돌산 공원도 보였다. 난 카메라 가방을 챙기고 나올 준비를 했다. 나오자마자 카카오택시 어플로 택시를 불렀다. 왜냐면 다음으로 가게 될 고소동 벽화마을 그리고 낭만카페는 거리가 꽤 멀었기 때문이었다. 택시가 5분안에 도착하였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친절하게 벽화마을 위까지 태워다 주셨다. 5600원이나 들었다. 나한테는 좀 큰 돈이었다. 벽화마을에 그려져 있는 그림들은 정말 이뻤고 여수를 그대로 나타내는 것 같았다. 끝까지 올라가 보니까 여수에서 전망이 좋다던 낭만 카페가 보였다.
여수바다를 보는 낭만.

 나는 애플망고 스무디를 먹으며 여수 바다의 낭만을 즐겼다. 이렇게 많이 즐겼지만, 아직 시간은 오후 2시도 안됐다. 이렇게 된 이상 나는 여수를 좀 더 즐겨보자 마음먹고 여수에 사는 친구에게 여수의 시내 위치를 물어봤다. 여기서 문제가 더 생겼다. 시내가 한 곳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곳에도 있고, 시청 근처 여서동에도 있고, 오동도에도 한 곳 있다고 했다. 카페에서 어디로 갈지 고민해보다가 터미널과 가까운 시청 근처 여서동으로 가기로 했다. 시간을 보내다 터미널로 바로 가기 좋을 것 같아서다. 광주는 시내가 한 곳에 뭉쳐있어 넓고 좋았지만, 여수는 광주와 다르게 길이 다 끊겨있어서 복잡하긴 했다. 돌아다니다 포장마차가 있길래 거기서 어묵과 떡볶이도 맛있게 먹었다.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여수에 사는 외삼촌을 떠올렸다. 삼촌은 공무원이라 6시 퇴근이란다. 기다려서 삼촌을 만났다. ‘뭐 먹고 싶냐?’고 하길래 고민 끝에 갈비집으로 가자고 하였다. 광고에서 ‘○○○○갈비’에 사람이 진짜 많은 걸 봤었는데 실제로도 그대로여서 갈비 하나 먹으려고 대략 40분은 기다렸던 것 같다. 기다린 바 갈비는 내가 먹었던 갈비 중에 두 번째로 맛있었던 것 같다. 그에 비해 가격도 1인분에 1만3500원밖에 안했다. 그래서 여행비도 8만 원 정도 남아 내가 계산 하려고 했지만 결국 삼촌이 내주셨다.
웅장한 거북선.
 
▲“자고가면 안될까요?” 엄마 “안돼”
 
 먹고 나니 밤 8시가 넘어간다. 해는 진작 저물었고 나는 집에 가야 했지만, 온 김에 삼촌 집에서 자고 싶은 생각에 엄마한테 전화해 허락을 맡으려 했지만 일정에 없던 얘기라고 거절당했다. 하지만 바로 물러서지 않고 두 번 더 전화했다가 괜히 혼만 났다. 결국 외삼촌이 택시비까지 주셔서 더 미안해졌다. 여기까지 와서 밥도 얻어먹고 용돈도 받고…결국 나는 터미널로 보내져 9시 차를 타야만 했다. 버스 인원은 또 두 명이었다. 아침에 올때랑 비슷했던 것 같다. 이대로 여수 밤바다, 야경도 못본 채 가야한다니 아쉽긴 했지만 첫 단독여행이니까 이 정도면 됐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11시 광주에 도착했다. 난 완전히 기운이 빠져있었다. 버스정류장 앞에 버스 한 대, 자세히 보니 25번 우리 집 가는 버스였다. 하지만 버스는 유유히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혹시나 해서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을 보았지만 깔끔하게도 우리 집 가는 버스는 이 시각 단 한 대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 집에 도착하니 11시20분 가족들은 다 자고 있었다. 나도 옷 갈아입고, 카메라 가방을 두고 자려했다. 완전 피곤했다. 잠들기 전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생각을 잠깐 했던 것 같다.
글·사진=전호연

 중학생 전호연 님이 난생처음 혼자 다녀온 여수 여행기를 본보에 보내와 싣습니다. 호연님은 여행, 사진찍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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