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의 차디찬 바람과 같은 그림자, 그리고 우주의 암흑과 같은 어두움.

 우리는 저 멀리에 동떨어진 그의 뒷모습을 이렇게 바라본다. 그는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눈빛을 보지 않았지만, 그의 미소를 떠올릴 수 없지만 우린 그냥 그렇게 여겼다. 어찌 보면 가벼운 해석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로 걸어가 눈빛을 확인하거나 미소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귀찮은 일일까, 선뜻 나서기가 어려운 걸까. 혹은 방해가 되지 않으려는 걸까. 그는 시간이 지나도 그곳에 있었다. 처음과 같은 곳에 시선을 둔 채로 움직임이 없었다. 고개를 돌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냥 그랬다. 꿋꿋했고 흔들림이 없었다. 그에게 다가서는 이는 누구도 없었다. 그는 그냥 그 자리를 지킬 뿐 이었다.

 그는 그곳에 사는 듯 했다. 방해하는 이도 없고, 어떤 간섭도 받지 않았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 만의 세계, 그는 그곳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떤 생각을 할까. 어떤 걸 바라보고 있을까. 누구일까. 많은 의문이 날 감싸고 돌았지만 그건 나를 강하게 만들 만큼 중요한 궁금증들은 아니었다. 그에게 어떤 질문도 하지 못했다. 그를 현실로 부를 수는 없었다. 그의 세계에 비해 이곳은 아프다. 모든 게 무섭고 낯설다. 그가 이 세상에서 사는 게 힘들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건들지 못했고, 방치해뒀다. 내가 그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그를 보았던 모든 이들의 배려였다. 그가 계속 그 자리를 지키길 바라는 것 같았다. 어찌 보면 가장 순수한 그를 지켜 주고 싶었던 거 같기도 하다. 나는 그가 긴 꿈에서 깨지 않길 바랐다.

 그가 하고 싶은걸 마음껏 하고, 마음껏 뛰놀고, 마음껏 노래하는 그런 세상에서 계속 살길 바랐다. 비록 꿈이지만, 눈 뜨면 다 잊혀 질 추억들이겠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살길 바랐다. 그림자가 차가운 그들에겐 그게 가장 편한 방법이다. 누구의 눈길도 받지 않는 세상에서 사는 게 이 세상의 ‘아웃사이더’에게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이다. 깨지 않도록 방해 않는 것. 혹시 누군가가 그 꿈에서 깨어나더라도 두려움 없이 다시 조용히 잠들 수 있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것. 그 들을 편견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혹은 일부러 가끔은 관심을 갖지 않는 것. 우리는 그들을 배려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나처럼 그들을 애정 하는 이들은 혹은 관심이 많은 이들은 그를 조용히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 긴긴 꿈속에서 여기저기를 헤엄쳐 다닐 그들의 여행을 위해. 달콤할 그 꿈들을 위해.

 오늘밤은 그가 발을 디딜 그곳이 환할 것이다. 해의 빛을 빌려와 비추는 그곳에 달그림자가 질 것이다. 따뜻하지만 차가운 그 그림자가 빛을 묘한 색으로 만들 것이다. 꿈을 헤매고 다니는 그는 가장 어둡지만 가장 아름다운 ‘달그림자’이다.

김다연<양산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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