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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설을 만나다]존 레논 ‘Imagine’ & J.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남기
박혜진
기사 게재일 : 2017-04-17 06:00:00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보세요.조금만 노력하면 쉬울 거예요.

 우리 아래 지옥도 없고 오직 위에 하늘만 있다고. 모든 사람들이 오늘만을 위해 산다고 상상해 보세요.

 국가라는 구분이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상상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거예요.아무도 죽이거나 죽지 않고 종교도 없다고 상상해 보세요.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것을 상상해 보세요

 그러면 세상은 하나가 될 겁니다.

 소유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세요.

 탐욕과 굶주림은 필요 없습니다. 인류애가 있으니까요.

 당신은 절 몽상가라고 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저 같은 사람은 또 있답니다.언젠가 당신도 우리와 함께 하길 바랍니다.

 그러면 세상은 하나가 될 겁니다.

 - 존 레논 ‘Imagine’

 

 열여섯 홀든, 너는 혼자가 아니야.

 1950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의 미국은 경제적 호황과 문화적 번영의 시대였다. 전란을 통해 부와 지위를 거머쥔 미국의 중산층은 1950년대를 기점으로 종교적 자유와 독립을 위해 투쟁하던 이주민의 후예이기를 멈췄다. 그들은 그동안 공들여 쌓은 기득권을 지키고 공고히 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았고 이로써 개척과 투쟁을 상징하던 진정한 의미의 아메리칸 드림은 끝났다. 대신 그 자리에 들어선 건, 과장된 가족주의와 우아한 취미들로 무장한 속물주의였다. 아이비리그에 진학하기 위한 사립학교에 다니는 열여섯 홀든 콜필드가 경험하는 학교는 사회와 비교해 나을 것도 덜할 것도 없는 정신적 빈곤의 세계이다. 그곳에서 유예의 시간을 견디던 이 깡마르고 키 큰 소년은 여섯 살 난 동생 피비가 보고 싶어 집으로 무단이탈한다.

 “피비, 그 자식들이 공부하는 이유는 오직 나중에 캐딜락을 살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야. 축구팀이 경기에서 지면 온갖 욕설을 해대고 더럽기 짝이 없는 파벌을 만들어 뭉쳐 다니지 않나. 농구팀은 농구팀끼리 가톨릭 신자들은 자기들끼리, 브리지 하는 놈들은 또 저희끼리 모이거든.”

 “오빠는 모든 일을 다 싫어하는 거지?”

 “그렇지 않아. 변호사는 괜찮지만 그렇게 썩 끌리는 건 아니야. 그러니까 죄 없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해준다거나 하는 일만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변호사가 되면 그럴 수만은 없게 되거든. 돈을 많이 벌어야하고 몰려다니며 골프를 치거나 마티니를 마시면서 명사인 척하는 그런 짓들을 해야 한다는 거야. 그러다보면, 정말 사람의 목숨을 구해주고 싶어서 그런 일을 한 건지, 아니면 굉장한 변호사가 되겠다고 그 일을 하는 건지 모르게 된다는 거지. 재판이 끝나고 법정에 나올 때 신문기자들에게 둘러싸여 환호를 받는 삼류영화의 주인공처럼 되는 거야. 그렇게 되면 자기가 엉터리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겠니? 그게 문제라는거지.”

 - 호밀밭의 파수꾼(민음사)

 홀든이 선택할 수 없는 건 나약해서가 아니다. 선택할 수 있는 ‘진짜’가 아이의 주변에 없기 때문이며 그가 ‘날아가는 창’처럼 현재를 꿰뚫어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낮, 정의와 이상과 사랑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구호로 외쳐지다 일순간 사라지며 이 밤, 가치들은 순응과 수용이라는 탈을 쓰고 서서히 현실 속으로 형체 없이 녹아든다. 그래서 아이비리그에 진학해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소년의 현실을 보는 눈매가 서늘하고 무섭다. 그리고 한때 홀든 콜필드였던 나를 기억한다. 지금은 어떤가, 나여. 엉터리가 되어 어깨에 힘 꽉 주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건 지나간 어린 시절의 나에 대한 배신이자 폭력이니, 나는 나의 현재를 추모하리라. 그리고 다시 진실을 찾으리. 들뢰즈는 말했다. “폭력을 겪을 때만 우리는 진실을 찾아 나선다.”

박혜진 <지혜의숲 연구원장>
고흐의 ‘삼나무가 있는 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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