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흐 ‘파이프가 놓인 의자’.
 한 의자 공장은 여느 때와 같이 의자를 만들고 완성된 의자를 곳곳으로 보내고 있었다. 의자를 배달하는 기사는 어머니의 생신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의자를 배달했다. 이 가난한 기사는 돈이 없어 어머니의 생신선물을 사지 못하자 고민하다 마침 트럭에 실린 흔들의자 중 큰 흠집이 있는 불량 흔들의자를 발견하고 소각장에서 태워질 운명인 흔들의자를 어머니의 생신선물로 드리기로 했다. 기사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어머니에게 의자를 드리며 말했다. “어머니, 의자를 트럭에 실어 가져오다가 큰 흠집이….” 하지만 기사의 어머니는 기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외쳤다. “정말 멋지구나! 이렇게 멋있고 편안해 보이는 의자는 처음 보는구나! 게다가 이 의자의 흠집이 가장 멋져 보여. 어디서든 단번에 내 의자인지 알아볼 수 있잖니?” 그제야 택시기사는 안심하였다. 기사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그의 어머니는 기사가 선물한 의자를 정성스럽게 닦고 있었다. 기사가 어머니께 그 이유를 묻자, 어머니는 답했다. “어젯밤 이 흔들의자는 우리의 가족이 된 거야. 그러니 내가 널 대하는 것처럼 소중히 대해줘야 하지 않겠니?” 기사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의자가 기사의 어머니에게 진짜 가족 같은 따뜻함을 느꼈던 날이었다. 기사가 의자를 배달하기위해 공장에 출근하자 기사의 어머니는 어제부로 가족이 된 흔들의자에 앉아 점심까지 책을 보았다. 의자는 두 가지 이유로 행복했다. 첫째는, 자신이 비로소 누구에게 의미 있고 소중해졌다는 것에 굉장히 영광스러웠고 둘째는, 자신이 사람의 온기에 닿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의자는 이제야 이 모든 상황을 믿을 수 있었다. 의자는 그곳에서 행복한 날들로만 채워 6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더 이상 기사와 어머니가 사는 집이 아닌 병원 입원실로 옮겨지게 되었다. 기사의 어머니가 위암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기사의 어머니는 마음과 정신만은 건강했다. 그러나 더 이상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읽을 수도, 매일 이른 아침 의자를 정성스럽게 닦아줄 수도 없었다. 의자는 이제 자신이 기사의 어머니에게 입었던 은혜를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의자는 기사의 어머니가 다시는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할 수는 없었다. 의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하려했다. 매일 아침 햇빛에 자신의 아름다운 색깔을 비춰 보여줌으로써 기사의 어머니에게 하루를 시작할 힘을 주었고, 기사의 어머니에게 자신과 함께 했던 행복한 추억들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기사의 어머니는 마음만은 건강한 나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사의 어머니가 의자를 애처로이 쳐다보았다. 의자는 순간 깨달았다. 이제 기사의 어머니가 곧 영원히 깊은 잠에 빠질 거라는 걸. 그리고 의자 또한 그러리라는 걸. 병실이 비던 날, 의자는 원래 자신이 가야했던 소각장 불길 속에서 태워졌다.
명휘서<광주 장덕초4>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