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가 기사의 어머니에게 진짜 가족 같은 따뜻함을 느꼈던 날이었다. 기사가 의자를 배달하기위해 공장에 출근하자 기사의 어머니는 어제부로 가족이 된 흔들의자에 앉아 점심까지 책을 보았다. 의자는 두 가지 이유로 행복했다. 첫째는, 자신이 비로소 누구에게 의미 있고 소중해졌다는 것에 굉장히 영광스러웠고 둘째는, 자신이 사람의 온기에 닿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의자는 이제야 이 모든 상황을 믿을 수 있었다. 의자는 그곳에서 행복한 날들로만 채워 6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더 이상 기사와 어머니가 사는 집이 아닌 병원 입원실로 옮겨지게 되었다. 기사의 어머니가 위암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기사의 어머니는 마음과 정신만은 건강했다. 그러나 더 이상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읽을 수도, 매일 이른 아침 의자를 정성스럽게 닦아줄 수도 없었다. 의자는 이제 자신이 기사의 어머니에게 입었던 은혜를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의자는 기사의 어머니가 다시는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할 수는 없었다. 의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하려했다. 매일 아침 햇빛에 자신의 아름다운 색깔을 비춰 보여줌으로써 기사의 어머니에게 하루를 시작할 힘을 주었고, 기사의 어머니에게 자신과 함께 했던 행복한 추억들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기사의 어머니는 마음만은 건강한 나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사의 어머니가 의자를 애처로이 쳐다보았다. 의자는 순간 깨달았다. 이제 기사의 어머니가 곧 영원히 깊은 잠에 빠질 거라는 걸. 그리고 의자 또한 그러리라는 걸. 병실이 비던 날, 의자는 원래 자신이 가야했던 소각장 불길 속에서 태워졌다.
명휘서<광주 장덕초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