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지오 레오네 감독

▲ `옛날 옛적 서부에서’

 광주극장에서 와이드스크린 특별전이 이번 한 주 동안 열리고 있다.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부를만한 영화 10편을 대형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 흔치 않는 기회다.

 이 영화들 중 `석양의 무법자’(1966), `옛날 옛적 서부에서’(1968) 두 편이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작품이다.

 레오네 감독은 `스파게티 웨스턴’이라는 단명한 영화 장르의 창시자이다. 스파게티 대신에 마카로니가 수식어로 붙기도 한다. 장르의 역사가 짧았던 것은 오직 레오네만이 이 장르를 다룰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스파게티 웨스턴은 레오네 감독이 영화를 만들기 시작할 때 탄생했고, 그가 죽자 함께 사라진 것이다.

 레오네의 `스파게티 서부영화’는 `정통 서부영화’가 만들어 낸 미국식 영웅신화를 파괴하고 비웃었다.

 할리우드의 서부영화는 영화광고 간판이 걸리기 시작한 때부터 좋은놈과 나쁜놈, 우리편과 남의편이 정해져 있었다. 고전서부영화에서는 고지식할 정도로 정직·정의로워서 늘상 위기에 빠진 우리편의 처지를 안타까워해야 하는 게 관객의 몫이었다. 그러나 결국 우리편은 이긴다. 정직하고 정의롭기 때문이다.

 `석양의 무법자’·`황야의 무법자’(1964), `석양의 건맨’(1965) 등 세 편의 주연을 맡은, 스파게티 웨스턴의 대표 주인공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시가의 독이 스며든 검은 침을 황야에 퉤∼ 하고 뱉으며 말한다. “웃기지 마!” 그의 검은 침에 거미나 전갈 따위들은 찍소리 못하고 나자빠진다. 진짜로 웃기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다. 미국 역사를 도배질하고 있는 총질에 무슨 정직·정의가 있었느냐는 힐난이다.

 스파게티 웨스턴의 인물들은 주인공을 포함한 등장인물 거의 전부가 자신의 이해와 탐욕을 위해 움직이고, 음모와 배신으로 얽히고 설킨다. 존 웨인이나 게리 쿠퍼처럼 정의와 선을 위해 싸우는 `굿 가이’가 아니다. 주인공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옳았던가, 질문해보면, 옳은 것도 옳지 않은 것도 아니라는 점이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그는 그저 자기 목숨을 지키고, 달러를 얻기 위해 총질을 해댔을 뿐이다.

 레오네의 주장은 `그것이 바로 미국자본주의’라는 것이다. 서부영화에서, 양차세계대전을 다룬 전쟁영화에서, 007시리즈와 베트남전 관련 영화에서 미국은 무수히도 자유와 정의를 외쳐왔다. 바로 그 자유와 정의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총질’을 영화는 또 표현해왔다. 레오네는 스파게티 웨스턴이라는 자신만의 장르를 통해 이러한 허구를 조롱한 것이다.

 `옛날 옛적 서부에서’의 영어 제목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Once Upon a Time in the West)이다. 이 영화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헨리 폰다가 나오는데 `악역’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헨리 폰다는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남자를 연기했었다. 헨리 폰다를 악당으로 설정한다는 것 자체가 할리우드와 미국에 대한 레오네의 조롱이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옛날 옛적 서부에서’라는 영화 제목에서 짐작했을 것이다. 대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는 서부영화라는 우회로를 거치지 않고 직접적으로 미국자본주의를 이야기한 레오네의 마지막 작품이다. 우울하고 쓸쓸한 화면을 통해 레오네는 `악의 꽃’으로서 미국자본주의, 미국현대사를 대서사시로 그려냈다.

 노조와 갱이 결탁하고, 한 때 갱이 지금 노동부장관직에 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금주법과 대공황, 베트남전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역사를 뉴욕에 사는 두 `조폭’ 친구의 일생과 결부시켜 이야기한다. 레오네는 미국인들이 노래하는 `위대한 미국’이란 사실 욕망(돈)과 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폭력(총)의 결과물이라고 냉정하게 이야기하고 싶었고, 명쾌하게, 이 영화에서 그렇게 했다.

 `황야의 무법자’의 원제목은 `한 웅큼의 돈(A Fistful of Dollars)’이었다. 1년 뒤에 나온 `석양의 건맨’은 `돈 몇 푼 더 벌려고(For Some Dollars More)’가 원제목이다. 레오네 감독이 스파게티 웨스턴을 집중적으로 만든 시기(1964~1973, 6작품)는 베트남 전쟁 기간과 포개진다. 10년이 넘게 침묵하다 만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강하고 풍족한 미국’을 외친 레이건이 대통령이 취임한 해(1984)에 세상에 내 놓았다. 레오네가 보기에 레이건의 구호는 `전쟁과 돈’으로 읽혔던 것이다.

 상업영화의 포맷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그의 재능과 정신이 그립다.

 이정우 <문화웹진 씨네트워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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