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페미니스트 ‘미투’를 논하다

 지난 1일 ‘어쩌다 페미니스트’ 네 번째 모임이 있었습니다. 미투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우리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지현 검사가 성폭력 피해를 증언한 지 두 달이 지났는데도 진상조사단은 안태근 전 검사장의 신병처리 방침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논란이 된 미투운동의 가해자들의 상황을 들여다보고 ‘성폭행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지, ‘어떻게 젠더 감수성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한 내용의 일부를 공유합니다.

 어쩌다 페미니스트 모임의 회원들은 이름의 끝자를 따서 영1, 영2, 림, 경, 남, 미, 슬, 리 입니다. 글에 등장하는 회원은 경, 영, 림, 리 등 4명입니다.

 -경: 예전에는 지금처럼 정확한 성폭력 피해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죠. 그래서 가해자는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아내로 될 수 있는 사람의 정조를 빼앗아갔기 때문에 처벌받는다는 식이었어요.

 -영: 과거의 상황을 말하면, 남자선배들이 그러거든요? ‘일단 흥분하지 말고 들어, 그 시대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어’라고요. 일정 정도는 동의하거든요? 근데 지금도 똑같이 그렇데 대하니까 답답한 거죠.

 -경: 하지만 그때와 지금이 달라진 게 있다면, 문제제기를 하는 여성들이 더 많아졌다는 거죠. 여성 의원, 여성 운동을 하던 출신 의원이 많아지면서 단편적으로 변하지는 않았지만, 함께 싸울 수 있는 투사들이 많아졌잖아요.
 
▲“피해자 중심 사고, 공감 능력 중요”
 
 하여튼, 누군가를 바꾸어내고 계속 운동으로써 가치를 가지려면 뭔가 바뀌어야 가능하죠. 개인 개인을 바꾸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친절한 페미니즘’에 대한 고민이 들어요. 우리의 분노를 잘 정제해서 누군가를 설득시킬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거죠.

 -림: 엄마랑 저랑 이렇게 피부과 엘레베이터에 탔어요. 어떤 할아버지 한 명이 저희를 이렇게 훑어보시더라고요. 옆에 아저씨가 ‘이렇게 훑어보면 잡혀간대. 요즘은 함부로 대하면 안된대’라고 하셔요.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옛날에도 그건 문제였다. 문제가 되는 게 다행이지”라고 해서 놀랐어요.

 -영: 어쨌든 실제로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은 전문가가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상담을 실제 아마추어들끼리 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더 2차 피해 등 힘들어지는 게 있잖아요.

 -림: 연예인 유병재가 성희롱 예방법을 이야기 하더라고요. ‘지금 짜장면을 먹을 건데, 오후 2시에 성희롱을 해야지’라고 하지 않는다고요. 성희롱을 하는 사람은 잘못인지 모르고 한다는 뜻이죠.

 -리: 주변의 분위기를 피해자 중심으로 생각하게끔 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감정이입하는 것과 공감능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피해자의 감정, ‘당하지 않았으니 당신은 몰라’하는 마음을 읽으려는 노력이 일부 남성에게는 없더라고요.

 -경: 다른 상대에게 공감한다는 게 사실 학습하기도 되게 어려운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예를 들어 세월호 유가족 같은 마음으로 서명운동을 하지만 유가족 마음처럼 공감하지는 못하잖아요.
 
▲불편함 느끼면 침묵하지 마라

 남성 또한 여성의 삶을 살지 않았기 때문에 공감 못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쉽지는 않겠지만, 누군가를 해하지 않으려고 마음먹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아요. ‘배려’는 학습될 수 있잖아요. 사회적으로 길러진 배려요.

 -영: 배려나 참는 것도 사회적 규범이 있어야 하는 거죠.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약자를 배려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였기 때문에 약자의 마음은 배려 받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된 게 아닐까요? 강자가 능력이 있고 경제 대통령이니까 다른 건 모두 괜찮은 사회. 이게 사회적 분위기니까. 굳이 학습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강간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들을 접하잖아요. 그걸 완전히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한테 ‘지금 당장 바꾸라’고 얘기할 수는 없어요.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면, ‘침묵 하지마’라고 말하는 게 사회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 중에 한 가지인 것 같아요.
<어쩌다 페미니스트>

 ‘어쩌다 페미니스트’는 이 땅의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고 살아가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소모임입니다. 우리의 일련의 과정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요. 그렇기에 많은 응원과 관심이 필요해 독자 여러분과 우리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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