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때는 목발이 있어야 하고 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할 때에는 휠체어를 타야 하는, 물론 그것이 저의 일상생활과 편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지만 그럼에도 순간순간 그 어쩔 수 없음에 지치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오늘 내가 가야 하는 목적지가 회사든 학교든 그 어디라도 집 밖을 나서 외출을 한다는 건 사람들 속에 함께 있어야 한다는 뜻이 되었고, 그렇다는 것은 집으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 누군가와 함께 있게 되는 그 시간 동안 넘어지거나 부딪히거나 혹은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내내 긴장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였을까요?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꼭 가야 하는 곳이 아니라면 주말이나 쉬는 날은 약속을 잡아 누군가를 만나기보다 집에 있는 것이 훨씬 더 좋았어요. 그러다 보니 엄청난 ‘집순이’가 되었죠.

 그런데도 어느 날은 나가고 싶었어요. 집에 있으니 계속 무언가를 생각하게 됐고 그 생각이란 것들이 끝도 없이 이어져서 쉬고 있을 때 조차도 쉬지 못하게 만든 다는 걸 알았을 때 말이에요.

 물론 엄청난 집순이인 저에게 그런 날이란 정말 어쩌다 가끔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정말 어쩌다 가끔 그런 날에는 동네 커피숍에 가기도 했고, 사람이 아주 많은 마트에 갔던 어떤 날에는 몇 시간을 사람들 속에 섞여 있다가 처음 간 푸드코에서 먹었던 매운 떡볶이 한 접시에 마음이 풀리기도 하고, 어쩌다 극장에라도 가게 되는 날이면 이게 무슨 호사인가 싶기도 했어요.

 이상하죠?

 실수하지 않아야 한다는 무거운 긴장감을 내려놓고 싶어서 혼자 있기를 좋아했는데,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으면 그 긴장감 때문에 스트레스가 되어 머릿속을 채우던 무거운 생각들이 잠시나마 잊혀 지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사실 그래도 저는 여전히 집순이에요. 다만 무조건 혼자서만 있으려고 한다기 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이죠.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혼자 있는 시간에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그러다가 또 하나 생각하게 됐어요. 나는 뭘 좋아할까? 내가 그동안 뭘 좋아했지? 나는 어떤 사람일까? 하는 질문으로 이어졌거든요.

 내일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위해 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또 물음표가 생겼으니 그 답을 열심히 찾아야겠죠?

 다만 살면서 매일 주어지는 일상과 그 질문들이 열심히 오늘을 살고 또 내일을 살 수 있는 또 다른 에너지가 되어 주길 바라요.

 언제나처럼 오늘도 무사히.
은수

 사람들 사이에 섞여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생각 많은 청개구리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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