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화려한 휴가’ 중.
 지난 5월26일 ‘어쩌다 페미니스트’ 정기 모임이 있었습니다. 5·18 주간을 맞아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5·18에 대한 이미지는 남성 중심이었고, 당시 여성들의 역할과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여성은 남성의 희생을 위한 조력자, 피해자로 남아 있는 현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다 페미니스트 모임의 회원들은 이름의 끝자를 따서 영1, 영2, 림, 경, 남, 미, 슬, 리 입니다. 이번 글에 등장하는 회원은 경, 영, 림, 리, 미 등 5명입니다.
 
 경: 5·18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래요. 마지막까지 전남도청을 지키는 남성과 주먹밥 같은 걸 만들며 도와주는 여성이에요. 막상 제 생각을 정리해보니까 당황스러웠어요. 그런데, 알고 보면 항쟁을 어떻게 이끌어갈지에 대한 회의에선 여성들도 많았어요.

 리: 저는 일부러 5·18을 다룬 영화를 안 봤어요. 5·18 망월묘역에서 당시 사진들을 보는 게 너무 힘들었었거든요. 주먹밥도 여자들이 나눠줬던 걸 몰랐어요. 남학생들만 항쟁에 참여한 걸로 알고 있었어요.

 경: 5·18 당시 거리에 나왔던 시민들 중 3분의1은 여성 노동자였습니다. 그때 여성들은 대학생 신분보다 노동자로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또한 여성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한 단체에서 항쟁 초반을 이끌었다고 해요. 투사회보를 만들고 녹두서점을 제공하고(주인이 여성)요.

 리: 생각해보면 주변에서 5·18 유공자라고 하시는 분들이 다 남성 분들이셨네요.

 경: 주먹밥 만드신 분들이 유공자가 되셨을까요? 대다수 분들은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림: 여전히 5·18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인터넷 커뮤니티 때문인지 5·18 하면, 일베, 폭도, 홍어가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미: 저도 어릴 때는 5·18에 대해 잘 몰랐어요. 전남대 학생이 돼서야 5·18 전야제에도 참여해보고 자긍심도 생겼고요. 좋은 선배들을 통해서 5·18에 대해 알고 나니 더욱 그런 마음이 생겼던 것 같아요. 5·18을 기억하고 이어가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경: 5·18에 대해 깊이 있게 배우지 못하잖아요. 전두환 신군부 폭도들이 일으킨 사건이고, 민주화 열망에 의해 확산됐다는 정도만 알고 있죠. 하지만 여성 노동자들이 5·18에 참여하게 된 역사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해요. 문제의식을 가지고 시대적 흐름에 참여하게 된 배경을요.
 
 우리는 여성 노동자들의 사회참여 과정에 대해서도 공부했습니다. 70년대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개정을 요구하며 분신한 일은 노동자들에겐 열악한 노동환경을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많이 배우지 못했던 여성 노동자들은 야학을 통해 현실을 깨우치고 노조에도 참여했어요. 1972년 동일방직에서 민주노조가 생기는데 그 노조위원장이 여성이 됩니다. 생리휴가, 점심시간 30분 확보 등 회사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권리들을 되찾게 되지요.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반갑지 않았던 회사 입장에선 남성 노동자들을 앞세워 여성 노동자들에게 똥물을 부어요. 노조위원 선출을 위한 선거를 방해하려는 것이었죠. 이처럼 여성 노동자들도 시대를 보는 눈을 뜨고, 부마항쟁과 5·18에서 큰 활약을 하게 됩니다.
 
 경: 증언과 연구를 통해서 최근에야 여성들의 역할이 많이 밝혀지고 있어요. 계엄군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도 드러나고 있고요. 그럼에도 여전히 여성의 모습은 5·18 항쟁의 이미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성은 어머니 또는 조력자로서만 인식되는 측면이 있죠. 음식을 하는 여성의 모습만 있었던 건 아니거든요. 주체적인 모습으로서의 여성의 역할과 이미지도 되찾았으면 합니다. 5·18 여성 참여자들을 조명하는 글과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어쩌다 페미니스트>

 ‘어쩌다 페미니스트’는 이 땅의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고 살아가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소모임입니다. 우리의 일련의 과정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요. 그렇기에 많은 응원과 관심이 필요해 독자 여러분과 우리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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