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앞에서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하는 시민들이 동성애는 창조질서와 가정을 파괴한다며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다.<사진=오마이뉴스 ⓒ유성호>
 # 1-준비

 볕이 뜨거운 날이었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중학생인 청소년들과 시간을 나누기 위해 이동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청소년들과의 인권 교육 자리, 세대 차이를 느끼게 만들지는 않을까 살짝 걱정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준비한 참여 활동이 그런대로 잘 될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교육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예정된 시간 보다 앞선 프로그램이 살짝 길어져 도착한 뒤 조금 기다려야 했습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장소에서 청소년 참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렸고 가슴이 조금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준비한 PPT를 훑어보며 머릿속으로 교육을 그려보았습니다.
 
 # 2-진행

 준비한 교육 내용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명시된 차별 금지 사유를 함께 살피고 그 중 연령, 성적 지향, 장애, 국적에 대한 최근의 이슈들을 함께 짚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다음 차별과 편견 어린 말들을 트위터에서 찾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노랫말을 만들어 함께 불러보는 활동을 했습니다.

 연령에 따른 차별 다음으로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짚을 때 2018년 퀴어문화축제 관련 찬반 입장을 담은 짧은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데 남성과 여성으로 이뤄진 가정을 파괴하는 동성애에 기독교인들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설교하는 듯한 어느 남성의 발언이 인상적인 영상이었습니다. 물론 그 보다 먼저 퀴어문화축제를 통해 사회에서 지워진 존재였던 이들이 가시화되는 자리로써 큰 의미가 있다는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활동가의 말 역시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그 느낌은 사뭇 다른 것이었지만요.

 시쳇말로 빻은 소리만 모아놓은 트위터 계정에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트윗들을 골라 적어보고 그에 대한 생각을 모아 노랫말로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활동하는 시간을 갖고 있을 때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성소수자…마무리 잘 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 받았습니다.
 
 # 3-걱정 말아요 그대

 조금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교육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고작 3분 남짓한 퀴어문화축제 찬반 입장을 담은 영상과 교육 진행자인 제 말 몇 마디에 자신의 성적 지향과 정체성을 바꿀까 우려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될까봐 그러나? 순간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웠고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런 동안에도 청소년 참여자들은 모둠별로 열심히 고민하고 전지에 노랫말을 적어가고 있었습니다. 10분 남짓밖에 주어지지 않은 짧은 시간에도 근사하게 노랫말을 만들어 붙이고 직접 부르기까지 했습니다.

 굉장한 센스가 없으면 하지 못할 활동이고 자신의 고민이 없으면 만들 수 없는 활동이란 점에서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짧은 영상 하나와 몇 마디 말로 자신의 성 정체성이 흔들릴 이들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청소년과 관련된 정책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논의하고 의견을 모아 관련 기관에 전달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는 교육 참여자들에게 교육이 끝날 때 인사하며 부탁했습니다. 장애인 청소년, 성소수자 청소년, 이주/난민 청소년 등 다양한 청소년 등 모두를 위한 정책을 함께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부탁이었습니다.
 
 # 4-고개를 돌린다고 없는 존재가 될 순 없다

 건너건너 전해 받은 메시지라 어떤 맥락의 요청이었는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교육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성 정체성을 흔들어 놓는 그러니까 이성애자 중심의 사회 속에서 어쩌면 내가 성소수자가 아닐까 하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도록 만드는 것이 우려였다면, 그 만한 인권교육이 또 어딨을까 싶긴 합니다.

 종종 인권의 도시에서 성소수자 당사자로써 다른 성소수자들과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가 없을지 묻는 이들이 있습니다. 교육 때 만난 청소년 참여자들보다 배는 더 산 중년에 접어드는 이들입니다. 동성을 좋아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이 모임에 참여해보면 어떠냐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런 시간이 조금 더 빨랐다면 어땠을까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건 그들이 말하는 ‘동성애’ 때문이 아니라는 건 상식입니다.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을 포기하는 건 N포 세대라 불리는 이들이 동성애자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설명은 사족이겠죠. 이런 모임도 있다고 성소수자 활동 공간을 소개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겨우 1년에 한 번 열리는 퀴어문화축제 외에 성소수자가 가시화되는 일은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스스로를 이상한 존재로 여기지 않을 수 있도록 다양한 모임과 든든한 커뮤니티를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8년, 광주 퀴어문화축제가 기다려집니다.
도연
 
 ‘도연’님은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꿈꾸며 장애인운동 활동가로 살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꿈 많고 고민 많은 사람입니다.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