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하미마을 위령비. 하미마을 위령비에는 당시 희생된 이들의 이름과 생년이 적혀 있다. 1965~1968년생 아기들도 희생되었음을 알 수 있다.(좌) 뒷면에는 비문을 덮은 연꽃 무늬 그림이 있다.(우)<사진=오마이뉴스 ⓒ이지은>
 ‘월남전’이라는 말로 더 익숙한 베트남전. 한국의 청년들 목숨을 담보로 최대규모의 파병이 이뤄진 베트남전에서 또 하나 어두운 역사가 쓰였습니다. 바로 ‘베트남 한국군 위안부’입니다.

 지난번 토론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지난달 14일에 있었던 열 두 번째 모임에선 우리나라 군인들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만행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학교에서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던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선 느낌입니다.
 
 이번 모임에 참석한 회원은 영, 남, 리, 미, 경, 재 6명입니다.

 영: 일단 토론에 들어가지 전에 우리나라가 왜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는지부터 알아야 할 것 같아요.

 남: 영화에서 월남전 얘기가 많이 나오잖아요. ‘우리 가족을 위해 한 몸 희생한 파병’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돼 있어요.

 재: 역사시간에 베트남전쟁에 대해 배운 기억은 특별히 없어요. 고엽제 피해 등 참전하신 분들의 희생에 대해서만 들어본 것 같아요.
 1964년 9월부터 1973년 3월까지 한국정부는 베트남전쟁에 전투부대를 파병(32만 명 이상)했습니다. 한국군 최초의 해외 파병이자 최장기간, 최대규모의 파병이 이뤄진 겁니다.
 
▲민간인 학살 60여 곳에 ‘한국군 증오비’
 
 경: 당시 정부에게 베트남전은 경제개발 자금을 만들기 위한 아주 좋은 사업이었죠. 혹시 이런 얘기 들어보셨나요? ‘월남전에 파병 다녀오면 다들 TV 한 대씩은 가지고 돌아온다’는 얘기요.
 알고 보면 실상은 좀 달라요. 우리나라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지원금으로 우리나라 군인들에게 급여를 지급했습니다. 당시 미군측이 실제 지급한 군인 월급은 500달러(병장 기준)이지만, 우리나라 군인들이 받은 월급은 병장 54달러, 상병 45달러, 일병 41.5달러였습니다. 국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경제개발 자금을 마련한 꼴입니다.

 영: 그러면 혹시 베트남 한국군 위안부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 회원 계실까요?

 리: 저는 베트남전도 지금 여기서 어느정도 알게 돼서 충격적이에요. 위안부 피해자분들도 계신다는 건가요?
 2015년 일간지 이그재미너는 기사를 통해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이 그들과 미군의 육체적 쾌락을 위해 위안부 여성들로 매춘소를 만들었으며, 이들은 5000명에서 3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전했습니다.
 베트남에는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벌어졌던 60여 곳에 ‘한국군 증오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한국군이 베트남 위안부를 강간·폭행하고 야만적으로 학살했다는 기록과 증언도 있고요.

 경: 증오비에 ‘살육의 역사를 기억하리라’라는 내용이 담겨있고 아이들에게 불러주는 자장가의 내용에는 ‘너가 빨리 잠들지 않으면 한국군인들이 널 죽일 거야’라는 내용이 있다고 합니다. 얼마나 한국군을 저주하고 있는지 알겠죠?

 영: 마을이 송두리째 없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이든 아이든 상관없이 눈에 보이면 다 죽였다고 합니다. 새로 파병 온 신입들의 첫 명령이 베트남 여성을 죽이는 거였다고 해요. 고국에서는 전쟁용사라며 애국자라며 치켜세우는 동안 그들은 전쟁과 무관한 민간인들을 학살 했습니다.

 리: 우리나라도 해방에서 벗어난 지, 전쟁에서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저라도 증오비를 세울 것 같아요. 저는 이 사실을 몰랐던 것에 화가 나요. 왜 학생 때는 안 알려주는 걸까요? 왜 감추는 거죠? 혹시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사과 안 한건 아니죠?

 영: 사과는 김대중 정부 때 하긴 했는데 베트남 정부에서 사과 받는 걸 꺼린다고 해요.

 경: 베트남 입장에서는 그 전쟁이 승리한 전쟁이고 전 세계적으로 미국과 싸워 이긴 유일한 나라니까 베트남에서는 되게 자랑스러운 역사인데 그래서 사과 받으면 기분 나빠한다고 들었어요.
 
▲한국 위안부할머니들 “지속적 연대” 약속
 
 미: 그래서 이 문재인 정부가 베트남 방문했을 때도 “유감”이라고 표현했나보네요. 근데 그래도 저는 계속 사과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정부가 공식적으로 안하더라고 우회적으로라도 계속 사과의 뜻을 전달했으면 좋겠어요.

 남: 저도 동감해요. 직접적으로 피해보상금을 전달하던가 혹은 무슨 기구를 통해서라도 계속 사과 의지를 전달했으면 해요.

 영: 한베평화재단이 생겨서 직접적인 조사와 피해규모 그리고 지속적인 사과를 하고 있다고 해요. 특히 우리 위안부 할머님들이 직접 방문하셔서 지속적인 연대를 약속했다고 합니다.

 선미: 베트남전과 관련한 콘텐츠는 많은데 베트남 희생자 입장에서의 무엇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특히나 한국군 위안부분들 관련해서는요. 우리가 기억하고 사과하고 연대하려면 이런 콘텐츠들이 많이 나와서 일단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베평화재단은 베트남 전쟁 당시 있었던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반성과 진상 규명, 사죄를 통해 대한민국과 베트남 사이의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민간 단체로 2016년 4월27일 발족했습니다.
<어쩌다 페미니스트>

 ‘어쩌다 페미니스트’는 이 땅의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고 살아가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소모임입니다. 우리의 일련의 과정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요. 그렇기에 많은 응원과 관심이 필요해 독자 여러분과 우리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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