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찬바람이 불다가 어느새 첫눈이 내렸어요.
 반갑지않던데요. 혹시 저 너무 건조한가요?
 
 사실 저에게 겨울은 일년 중 가장 번거로운 계절이에요.
 일단은 제가 일 년 내내 추위를 타는 타입의 인간인데다
 길고 무거워진 겨울 옷에 걷는것도 앉는것도 편하지가 않거든요.
 
 외출을 하게 되는 상황에서는
 지금 밖에 눈이 오진 않았는지 그게 또 얼어서 빙판이 되지는 않았는지
 다른 때보다 몇배로 훨씬 더 크게 주변 환경과 날씨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계절 이기도 하니까요.
 
 어쩌면 익숙한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가는 그 곳에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없는지
 그 입구에 턱은 없는지
 혹시 조금 불편하더라도 진짜 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인지
 계단이라면 그 옆에 잡을 수 있는 난간은 있는지
 이동성과 접근성에 대해 먼저 생각하게 되는 상황들과
 모른 척 할 수 없고 가벼울 수 없는
 그 비중에 대한 생각이요.
 
 처음에는 되게 싫었어요.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아무렇지 않은 것들이
 어쩌면 정말 아무렇지 않을 사소한 것들로
 매번 매순간 고민하게 되는 상황이요
 
 뭐 그러다 포기하게 되고 좀 속상하고 또 털어버리고
 그래도 아쉬워서 또 돌아보고 잊고 살다가도 불쑥불쑥 떠오르고 그렇기는 했지만 ^^;
 
 그래서일까요? 출입구에 자동문이 반가울 수 밖에요
 은행, 병원, 까페 어딜가더라도
 밀고 당겨야 열리고 닫히는 유리문 보다는 편리하기도 하구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경사로와 출입문
 쉽게 말하자면 걸을때 휠체어를 탔을때 불편함이 되는
 작은 턱 하나 사라지길 바라는 건 데
 쉬운 말인 듯 하지만 역시 쉽지 않겠죠? ㅎㅎ
 
 그날의 날씨나 계절에 따라 사람의 마음이 달라지는 것
 굳이 장애 여부를 떠나서라도 누구나 조금씩은 그렇겠지만
 겨울이 조금 더 어려운 건 달라지지 않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혹시 이것도 또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금보다 더 편해질 수 있을까요?
 
 저는 아직도 더 커야 하나봐요
 화가났다가 속상했다가 괜찮았다가 또 혼자 부글부글 했다가
 
 좀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그런대로 또 살기도 하는데
 익숙하고 덤덤하게 살아지기도 하는데
 그런데도 왜 이렇게 순간순간이 어려울까요?
 
 이쁘게 소담하게 눈 내리는 화이트크리스마스보다
 꽁꽁 얼어 딱딱해진 마음에 볕들기를 더 기다리게 됩니다
 늘 그랬듯이 또 이렇게 지나가겠죠
 
 어떤 일을 하든 어디서 어떻게 살든
 불편한 것 보다는 편한 게 좋고
 몸 편한 것 보다는 마음 하나 편한 게 최고인 것 같아요
 물론 그렇다는 걸 알더라도
 마음처럼 잘 되지 않으니 그래서 더 어렵겠지만.
은수

 12월, 계절, 나이, 숫자
시간이 가는것도 그 시간이 더딘것도
참 무섭고 버거운 그냥 겁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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