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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새해, 웃고 넘길 해프닝 가득하시기를
도연
기사 게재일 : 2019-01-02 06:05:01
 #1- 일상을 펼쳐 보기이게 앞서

 2019년 새 해가 밝았습니다. 올해에는 심각하지 않으면서 심심하지도 않은 일상을 여러분이 맞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며칠 전 그러니까 2018년 연말 어느 날 있었던 해프닝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아래에 적는 해프닝은 지난 12월30일 있었던 일입니다. 잊히지 않게 개인 SNS에 적은 내용을 그대로 이 글에 옮겼습니다. 때문에 높임말로 적지 않았다는 점과 ‘한소네’는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점자정보 단말기의 제품명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2- 책을 읽으려 북 카페에 가다

 집 앞 북카페다. 종종 오는 곳으로 도서관에 가려다 버스비나 커피 값이나 그게 그거일 것 같아 카페로 왔다. 문은 자동문이고 출입문에 들어서서 오른편으로 계산대가 있다. 늘 피아노 음악이 흐르는데 오늘은 음악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자동문 버튼을 누르면서 지갑에 있는 카드를 꺼내 주머니에 넣고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라고 말할 준비를 했는데….

 아무도 없었다. 혹시 앉아있는 사람을 내가 보지 못한 게 아닐까 싶어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계산대 쪽을 보고 잠시 서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게 확실했다.

 콘센트가 있는 자리에 가방을 놓고, ‘한소네’와 어댑터를 꺼내 연결하고, 이어폰을 꽂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마도 점심을 먹으러 나간 것 같았고, 누군가 들어오면 아메리카노를 주문할 준비를 하고 이어폰을 꼈다.

 드디어 자동문 열리는 소리가 났고,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한 모습으로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손에 쥐고 계산대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들어온 사람은 계산대 쪽으로 가지 않았고 한 명이 아닌 두 사람이었다. 머쓱한 상황, 다시 자리로 돌아와 이어폰을 꼈다.

 그렇게 2시간 쯤 지났고, 계산대에는 여전히 사람이 없다. 무전취식하는 기분이랄까.

 아까 두 사람이 들어올 때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려고 홀랑 마셔버린 텀블러 속 커피가 아쉽다.

 돈도 안 내고 음악도 직원도 없는 북카페에서 누군지 알 수 없는 모녀인 듯 한 두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은….
 묘하다.
 
 #3- 북 카페 직원이 없던 이유를 알게 되다

 4시가 될 때까지 계산대에 앉을 사람은 오지 않았다. 그나마 함께 있던 두 사람도 짐을 챙겨 나갔다. 잠시 후 자동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역시나 난 매우 익숙한 동작으로 다 마시고 비어 있는 내 텀블러를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여기 주인이세요?”

 어느 중년 남성의 목소리였고, 난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 남자는 아무래도 영업을 안 하는 것 같다며 다시 나갔고 나는 아까처럼 등을 돌려 내 자리에 앉았다. 음악이 나오지 않는 것까지야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난방을 하지 않아 발이 시렸다. 배도 고파왔다. 그래서 짐을 챙겨 나왔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출입문 맞은편에 있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뒤 기다리다 출입문에 뭔가 붙어 있는 걸 발견했다. 독서실도 함께 운영하는 곳이라 독서실 이용 요금 안내일까 싶어 가까이 다가가 읽어 봤는데….

 내부 공사 관계로 30일까지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었다. 분명 내 눈높이쯤에 붙어 있던 종이였는데 왜 들어갈 땐 보이지 않았을까….

 익숙하게 만든 북카페 이용 패턴 안에 이런 상황은 없었다. 간혹 음악이 나오지 않거나 계산대에 사람이 없는 때는 있었고 그럴 땐 오늘 내가 했던 행동들로 자연스럽게 카페 이용을 할 수 있었는데…….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왔을 때 불어오는 바람은 장난 아니게 차가웠다.

 해프닝은 이렇게 생각하지 못한 소소한 변화들을 통해 내게 일어난다. 공짜로 조용히 집중하며 책을 읽을 수 있었으니 오늘 일어난 해프닝은 좋은 것이었다.
 
 #4- 2019년, 심각하지 않은 해프닝 가득하시길

 코피스(Coffice)라는 단어가 더는 낯설지 않은 요즘입니다. 시험공부도 하고, 업무도 보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자리 잡은 카페에서 테이블 주위로 휠체어에 앉은 이들이 담소를 나누고, 이어폰이 연결된 점자정보 단말기로 독서하며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또한 자연스럽게 마주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휠체어가 움직일 때 방해가 되는 턱이 없고, 한소네에 저장해서 읽을 수 있는 대체 도서가 있다면 ‘바람’이 아닌 ‘현실’이 되겠죠.

 그나저나 12월30일까지 공사한다던 그 북 카페는 문을 열었을까요? 한소네와 텀블러를 챙겨 다시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
 2019년, 여러분의 일상에 심각하지 않은 해프닝과 다양한 이들과의 마주침 가득하시길 빕니다.
도연
 
 ‘도연’님은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꿈꾸며 장애인운동 활동가로 살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꿈 많고 고민 많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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