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정액 도서 구독 서비스를 신청하다
 
 지난해 말부터 주요 도서 업체가 월정액 구독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정해진 도서를 월정액을 내고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각 업체에서 만든 스마트폰 앱으로 선택한 도서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시각장애인 등도 도서를 읽을 수 있도록 TTS(Text To Speech)를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기차에 앉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열었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가벼운 책이라 술술 읽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이국종 교수가 쓴 ‘골든아워’를 읽었습니다. 이어폰을 끼고 TTS로 책을 읽다 송정역을 지나쳐 나주에서 내리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아래는 그 날 적은 SNS 글 중 한 부분입니다.
 
 “좋은 일들이 불편한 일보다 많은 하루다”라고 썼을 때 열차 안내 방송이 들렸다. 내릴 곳이 ‘나주’라는 방송이었다. 맞다. 내려야 할 광주 송정을 지나친 것. 황급히 노트북과 거치대 그리고 해드폰을 가방에 챙겨 넣고 열차에서 내렸다. 노란색 조끼를 입고 있는 역무원으로 보이는 분께 표를 보여주고 다음 기차가 몇 시에 있는지 여쭤봤다. 8시 반쯤 있다고 했다. 광주 쪽으로 가는 맞은편 플랫폼으로 건너와서 의자를 찾는데 공사라도 하는지 허리 높이로 둘린 펜스 천만 보이고 의자는 보이지 않았다. 간간이 쓰레기통이 있었지만, 그 옆에 의자는 없었다. 시간도 남고 해서 골든 아워1을 마저 들으며 걷다가 포장마차에나 있을 법한 동그란 플라스틱 의자를 발견. 걸터앉아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하루가 좀 더 길어진 이야기를 더 쓰고 있다.

 어쨌든, 집에 가서 밥 먹으면 몽땅 괜찮은 일들로 생각될 거다.

 하루, 역동적이다.
 
 #2-다독다독하게 되다
 
 월정액 도서 구독 서비스로 예스24와 리디북스 서비스를 모두 신청하고 잡히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 사이 13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 가운데 기획에 관한 책도 세 권 있었습니다. 진열된 책을 훑어보며 골라 읽듯 선택 가능한 도서들을 웹 페이지에서 둘러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읽은 책들입니다.
 
 평소라면 대체 자료 제작 신청을 하지 않았을 종류의 책들입니다. 회사에 다니며 사람들이 한 권쯤 집어 들고 읽었을 것 같은 책, 그 책들을 읽으며 ‘평범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면 너무 감성적인 이야길까요? 월정액 도서 구독 서비스 덕분에 다독다독한 한 달이었습니다.
 
 #3-어쩔 수 없다
 
 뭔가 끊임없이 읽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느껴지곤 합니다. 아마도 읽고 쓰는 일이 제게는 노들야학 불수레반 사람들처럼 ‘어쩔 수 없는 일’로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읽을 수 있는 형태의 전공 책과 참고서가 없다시피 했던 ‘도서 결핍’이 만들어낸 강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한편으로 독서는 누구나 긍정적인 일로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에 읽기에 몰두하는 것인 듯도 합니다.
 
 책은,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고 부족한 저 자신을 비춰볼 수 있고 마음 무겁고 고민 가득한 순간 작은 실마리를 보여주거나 압박으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게 가벼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공간입니다. 여전히 서점에 가서 시각장애인인 제가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아볼 수 없고 도서관에 소장된 책 역시나 읽을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조금씩 읽을 수 있는 책이 늘어나고 경로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기획에 관한 책 마지막 표지를 덮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이 책을 10년 전에 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누군가는 포기할 때 내뱉고 누군가는 결코 포기할 수 없을 때 내뱉는다는 고병권의 책 ‘묵묵’의 한 대목처럼 어쩌면 읽는다는 것이 제게는 포기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장애인들과 격리된 12년의 청소년기 경험을 만회하고, 장애인으로 살면서 경험한 차별을 인식하고 해석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2019년는 다독다독하며 살 듯합니다^^
도연

 도연 님은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꿈꾸며 장애인운동 활동가로 살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꿈 많고 고민 많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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