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멈추지 않으니까 무엇이든 지나고 나면
 또 다 덤덤해지고 괜찮아진다는 걸 알고 있어요. 적어도 처음보다는
 
 집 밖으로 외출했을 때
 내가 가는 길이 아니고 내가 가야 하는 목적지가 아니더라도
 계단이나 턱이 보이면 사실 지금도 한숨부터 나와요.
 그저 보기만 해도 불편하고 다리가 아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그렇게 지나친 식당 몇 곳, 그렇게 지나친 커피숍 몇 곳
 아마 그게 몇 번이나 되는지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을 거예요.
 
 감기 걸렸을 때 가게 되는 집에서 제일 가까운 동네 병원은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구요.
 
 나름 큰 규모에 사이사이 공간도 넓어서 종종 갔던 서점은
 계단은 폭이 좁고 경사는 가파른 곳으로 이전을 했더라구요.
 책을 사고 결제를 하고 나오면서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을 안내 받긴 했는데
 서점 뒤편으로 나가서 한참을 돌고 돌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니
 전혀 모르는 다른 장소가 나와서 좀 당황했어요;;
 
 화가 나는 것도 아니었고 짜증이 나는 것도 아니었는데 뭔가 좀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랄까
 그냥 좀 슬프던데요. 저 너무 감상적인가요?
 
 물론 혼자서, 아니면 주변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서 조금의 불편함을 무릅쓰더라도
 갈 수 있는 곳도 있고 또 그런 곳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때마다 뭔가 조금씩 마음에서 멀어지는 건 저도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곁을 지나치는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은 것들에 불편함을 느끼는 내가 문제인건가
 다른 사람과 같지 못한 다름이 내가 가진 장애가 정말 문제가 되는 건가
 볼 때마다 불편하고 갈 때마다 속상하니까 그냥 외출하지 말까?
 
 온갖 생각들이 불쑥! 쏟아지듯이 떠오를 때가 많지만 그래도 그럴 수는 없잖아요.
 그럴 수가 없었어요.
 
 불쑥불쑥 속이 상할 때는 물론 있지만 그래도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고
 불편하다고 생각해서 어차피 안 될 거라고 생각해서 아무것도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다면
 지금의 시간도 계절도
 무엇보다 뭔가를 하고 싶고 해보고 싶은 내 마음이 너무 아깝잖아요.
 그런데 아까운 것들을 남김없이 정말 다 놓고 살기에는 제가 욕심이 너무 많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다시 찾는 중이에요.
 오래오래 마음에 두고 즐거울 수 있는 ‘무엇’을요.
 
 물론 내일도
 계단을 오르거나 가고 싶지 않은 턱을 발견할 수도 있고
 어딜 가나 엘리베이터를 걱정해야 하고 혹시 걷다가 넘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그래도…해보려구요.
 
 기쁘다가 슬프다가 화가 났다가 짜증이 났다가 결국 모든 일이 다 지나가지만
 그래도 지난 후에 돌아보게 될
 멈추지 않는 것들이 아깝고 아쉬워질 시간을 살고 있다는 걸
 이제 너무 잘 알거든요.

은수

 밀물과 썰물 비우기와 채우기의 무한반복
 그래도 살아있음을 다행이라 여기며 다시 천천히 꿈틀거리는
 2019년 2월 지금 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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