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교육청, 주관식 채점 300명 동원
8일까지 4일간 “수업 결손 불가피”

 광주시교육청이 지난달 13, 14일 이틀간 실시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채점을 위해 대규모 교사 동원령이 내려지자 차출된 일선 학교 교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수백 명의 교사들이 동원돼 4일 동안 채점을 하기 때문에 학생들 수업결손이 우려된 데다 강제동원식 차출이라는 이유다.

 4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최근 공문을 통해 ‘2009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채점위원’을 확정해 일선 학교에 보냈다. 이 공문에 따르면 일제고사 채점을 위해 초등학교 100명, 중학교 100명, 고등학교 100명 등 총 300명을 채점위원으로 구성, 5일부터 8일까지 4일 동안 채점 업무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광주시내 초·중·고교에서 차출된 채점위원들은 해당 지역교육청(동·서부교육청) 강당에 모여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채점할 예정이다. 채점위원들은 시험에 응시한 학생들의 서답형(서술형·단답형) 답안을 채점하는 데 채점 기간에는 휴대폰 사용이 통제되고 볼펜, 연필, 수첩 등 필기도구와 음료 및 개인 간식 등을 사전에 지니고 채점장에 들어 올 수 없도록 했다.

 문제는 일제고사 성적을 시·도교육청 평가와 학교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하자 일선 초·중·고교에서 일제고사에 대비한 갖가지 파행이 벌어졌고, 시험이 끝난 뒤에는 채점을 위해 대규모 교사를 차출하는 등 일제고사에 따른 파행적 학사운영이 또다시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일선 학교에서는 대입 시험에 버금갈 정도로 일제고사와 관련한 업무가 폭주하고 있다. 게다가 성취도평가를 통해 학습 부진아를 돕고, 학력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교과부 방침에 많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동안 학업성취도평가 채점은 각 단위학교에서 도맡아 해왔다. 그런데 지난 2월 초등학생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전국 최상위권을 기록했던 전북 임실 교육청의 발표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지자 교과부는 채점 과정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고 허위 성적 보고를 막기 위해 학교에 맡기지 않고 해당 교육청이 일괄 채점하도록 했다. 결국, 일제고사가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문제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수업결손 등의 책임을 단위학교에 전가시키고 있는 것.

 채점위원으로 선정된 한 교사는 “학교당 1명꼴로 차출되는데 새로 발령받은 신규교사나 젊은 교사들이 선정됐다. 흔쾌히 받아들이는 교사는 아무도 없다”면서 “학업성취도평가 기관이 교과부이기 때문에 출제기관에서 처리(채점)해야 하며, 그 업무를 교사에게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교육청 공문이 ‘차출하면 오라는 식’으로 너무 강압적이다. 해당과목 전공도 아닌데다 강당에 모아놓고 밤늦게까지 채점하라는 지시는 너무 황당하다”며 “교육에서 평가라 함은, 평가주체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텐데 이를 학교에서 가장 ‘만만한’(?) 노동력을 차출해 수업결손을 초래하게 하는 것이 과연 일제고사가 표면적으로 제기하는 교육 수월성에 도움이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광주지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 교과부 담당자와 면담을 했는데 잘못을 시인했다”면서 “내년부터는 온라인 채점을 하고 학교 현장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채점위원 차출로 인해 학교 수업결손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초 1박2일 합숙 채점을 계획했으나 불가피하게 출퇴근 채점으로 변경했다”면서 “학생들의 수업결손을 최대한 막기 위해 평일 대신 토·일요일을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가에서 시행하는 일이어서 안 할 수가 없다. 수요자 측면에서 볼 때 교사들이 양해를 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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