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도는 1991~2001년까지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유물 발굴 조사를 통해 장보고의 해상 활동 근거지로 확인됐다. 우물터, 판축기법의 토성 등을 완벽하게 복원했다. 장도는 경사가 완만해 1시간이면 성 둘레를 돌아볼 수 있다.

 완도에 가면 느림보가 됩니다. 느리게 걷기 세계대회가 열리고, 슬로 시티 청산도가 있기 때문이죠. 생각만 해도 빙그레 웃음이 떠오른다 하여 ‘빙그레 웃는(莞)섬’, 완도(莞島). 완도는 장보고의 섬입니다. 장보고로 시작해 장보고로 끝납니다. 섬 입구부터 장보고를 상징하는 ‘해신’ 안내판이 곳곳에 붙어 있습니다. 장보고는 한민족 최초의 세계인이자 민간 벤처 기업인, 무역왕이었습니다. ‘해상왕 장보고’는 최근 10여 년(1991년~2001)에 걸친 연구와 발굴을 통해 새롭게 조명받고 있습니다. 1200년 전 색다른 장보고를 만나러 갑니다.

 ▶청해진 유적지 장도

 바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북적임과는 거리가 멀다. 천천히 느리게 걷는다. 신록과 바다 경치가 으뜸이다. 파란 하늘을 보면서 넘어가는 길은 정겹다. 섬, 하늘, 바다가 푸르다. 장도는 그런 곳이다.

 완도대교에서 국도 13호선을 따라 15분쯤 가면 ‘장군섬’으로 불리는 장도(將島)가 나온다. ‘장군’은 물론 장보고다. 장도는 자그마한 섬이다. 예전에는 하루 두 차례 씩 썰물 때 바닥이 드러나 걸어갈 수 있었다. 최근 나무다리(청해진 목교)가 놓아져 장보고와 한층 가까워졌다. 나무다리는 아름답다. 2009국제공공디자인대상에서 그랑프리상을 수상했다. 이 섬의 면적은 12만6000㎡, 해발 43.5m에 불과하지만 장보고가 1만 명의 군사를 호령하던 청해진의 본영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 장좌리 마을 사람들이 밭을 만들어 경작했다. 장좌리 마을 앞 바다에 위치한 장도는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하고 신라와 중국, 일본을 잇는 중계무역을 했던 청해진 중심지이다. 청해진성과 목책성, 즐문맷돌, 사당이 남아있고 남문과 중문, 고대가 복원돼 있다.

 장도는 섬 전체가 계단식 성이다. 이 섬이 청해진 유적지로 속살을 내보인 것은 46년 전. 1959년 남해안을 휩쓸었던 태풍 ‘사라’ 때문이다. 흙속에 묻혀 있던 나무기둥(목책)의 모습이 드러난 것. 방어와 접안시설로 추정되는 목책은 땅위에 드러낸 부분은 썩어 없어지고 땅속에 박힌 부문만 남아있다.

 장도 산행은 어촌 마을 앞에서 시작한다. 나무다리를 건너면 장도 안내판이 나온다. 1시간만 투자하면 바다를 마음껏 볼 수 있다.

 외성 문을 지나면 산행이 시작된다. 섬이 높지 않은 데다 경사가 완만해 가벼이 오를 수 있다. 야트막한 언덕이 눈에 들어온다. 산책로가 잘 꾸며져 걷기 편하다. 국립문화재 연구소에서 청해진 유적을 완벽하게 복원해놔 당시의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산책길을 오르면 정상에 선다. 토성이다. 토성은 판축기법(돌을 판판히 깔고 흙을 고르면 다져가는 공법)으로 만들어졌는데 점착력이 강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한다. 섬을 둘러친 토성은 그리 높지 않다. 토성 아래는 바로 바다다. 완도읍을 비롯해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섬들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신지도·고금도가 한층 가깝다. 작은 무인도들이 앙증맞다. 섬을 잇는 다리(신지대교)도 가까이 보인다. 바다를 감상하는데 좋은 장소다.

 슬로길인 만큼 느림보가 되어 천천히 걸었다. 내성 문을 지나 고대에서 게으름을 피우다 다시 걸었다. 고대는 청해진성 남쪽 성벽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는데 먼 곳을 관측하고 지휘하기 위해 세운 누각이다. 당시 청해진 군사들이 완도의 바깥쪽 바다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는 배를 살피기에 알맞은 곳이다. 토성을 따라가면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햇살은 따갑지만 바닷바람이 불어 시원하다. 바다에 떠있는 양식장 부표가 인상적이다. 장도는 곳곳에 쉴 수 있는 곳이 마련돼 있다. 쉼터에서 막걸리 한잔을 걸쳐도 좋고, 바다를 보며 누워 낮잠을 즐겨도 좋다. 게으름을 피우기에 안성맞춤이다. 섬을 에둘러 도는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 1200년 전 번성했던 청해진과 장보고의 활약 등을 생각하는 의미 있는 역사 유적지로 찾아가볼 만한 곳이다.

 나무다리를 건너 장보고 기념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념관은 완도가 고향인 장보고 대사의 해양개척 정신을 재조명하는 공간이다.

 ▶해신 드라마 세트장

 장보고는 드라마 세트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 ‘해신’ 세트장은 신라방(군외면 불목리), 청해포구(완도읍 대신리) 두 곳이다.

 ‘신라방’ 세트장은 숲속에 있다. 2004년 11월 완공됐다, 이곳은 군외면 불목리 1만평의 부지에 객사, 민가, 극중 설평상단과 이동형상단, 정화여각, 양주운하, 시전거리로 구성되어 있다. 오래전에 드라마가 끝나 세트장은 한산하다. 덕분에 천천히 돌아 볼 수 있었다. 신라방은 중국 당나라시대 신라방을 재현한 중국식 세트장이다. 건물 42동, 대규모 수로시설을 갖추고 당나라시대의 각종 풍물을 재현하고 있다. 당나라 양주거리인 시전거리와 좁은 골목, 삼거리가 인상적이다.

 완도대교에서 국도 77호선을 따라 15분쯤 가면 해신 청해포구 세트장이 나온다. 아담한 포구를 배경으로 신라시대의 저잣거리와 청해포구, 청해진본영 등 60여 동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4계절 푸름을 자랑하는 완도 수목원도 들러볼 만하다. 수목원에는 산책로와 탐방로, 전망대 등이 있다. 특히 3만 여 평의 동백나무 군락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백 군락지 중 하나이다. 77번 국도를 타고 달리면 구계등 이정표를 만난다. 크고 작은 몽돌이 지천을 이루고 있다. 정도리 구계등은 통일신라시대 황실의 녹원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답다. 방풍림을 따라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다.

 마지막 여정은 수협어판장이다. 경매는 하루 두 차례 열리는데 자연산 광어를 비롯해 병어와 갑오징어가 많이 나온다. 수협 직매장에서 싱싱한 활어를 구입해 인근 횟집에서 먹을 수 있다. 자연산 광어 한 마리에 3만원. 어른 3명이 충분히 먹고 남을 정도로 크다. 인근 횟집에서 1인당 6000원을 받고 회와 탕을 끓여준다. 아름다운 경치는 기본이고 완도의 맛을 즐겨 보자.

글=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사진=임문철 기자 35mm@gjdream.com











 ▲장도 내성문에서 바라본 장좌리 앞 바다. 장도는 청해진의 중요시설이 위치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북서쪽은 강진만과 해남 이진의 길목이고, 동쪽은 고금도 약산도를 경유해 득량만, 고흥반도와 연결된다. 남쪽으로는 청산도를 지나 중국과 일본으로 이어지는 해상 교통 요충지다.










 ▲군외면 불목리 해신 `신라방’ 세트장. 중국 당나라시대 양주지역 운하를 인공적으로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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