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릿한 트립신 성분 익혀야 소화에 좋아
끓일 수 있는 토기 발명 때부터 먹기 시작

▲ 무쇠솥은 한민족의 상징이고 콩 발효음식이 가능하게 한 우리민족의 발명품이었다.

 우리 민족은 콩과 함께 한 민족이었다. 그래서 생활 속의 속담에도 콩관련 말이 많다. ‘눈에 콩깍지 끼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다’ ‘콩이야 팥이야 한다’ 등.

 그럼 우리 민족은 언제부터 콩을 먹고 살았을까? 콩은 날것으로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는다. 단백질의 소화효소인 트립신의 활동을 저해하는 효소가 있어 날콩으로 먹으면 비릿한 냄새와 함께 설사를 하게 된다. 이 트립신 저해 효소는 가열하면 없어진다. 그래서 학자들은 콩을 식용으로 하기 위한 조건 즉, 끓일 수 있는 용기와 저장할 수 있는 그릇의 개발 시기가 우리 민족이 콩을 주식으로 먹기 시작하였을 때라고 추정한다.

 콩을 담아 충분히 끓일 수 있는 최초의 재료는 토기였다. 우리나라에는 토기를 만들 수 있는 질 좋은 흙이 많아 일찍부터 토기 제작 기술이 발달하였다. 그 시기는 빗살무늬 토기가 등장하는 신석기 시대 기원전 6000년 전에서 4000년 전 무렵으로 추정한다.

 우리 민족은 또 철을 일찍부터 사용하였다. 질 좋은 철이 생산되어 철제무기 생활도구가 만들어졌다. 이때가 콩의 발효음식이 등장한 시기이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콩은 푹 삶아야 발효 숙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구려 안악고분을 보면 주방에서 가열하면서 만들고 있는 요리과정과 장독대로 추정되는 둥근 항아리들이 보인다. 우리 민족의 철제 솥의 모양은 밑이 넓적하고 둥글고 뚜껑이 있어 쌀과 보리 콩을 푹 삶는데 적당한 모양을 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조리기구는 밑이 약간 뾰족하고 뚜껑이 없어 데치고 튀기는 데 적합하게 되어있다.

 우리 민족에게 무쇠 솥은 밥을 할 수 있는 생명줄이었다. 피난 갈 때나 이사 갈 때도 무거운 무쇠 솥은 꼭 이고 지고 갔다. 무쇠로 만든 솥과 새지 않으면서 숨 쉬는 옹기의 제작은 한민족의 발명품이면서 다양한 콩 음식이 가능하게 한 충분 조건이었다.

 중국에서는 콩을 숙(菽)으로 기록하고 있고 두(대두 大豆 또는 황두黃豆)라는 단어는 비교적 뒤에 나온다. 그때도 콩은 귀한 대접을 받아 콩 두(豆)는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는 제기의 모양에서 차용했다.

 그런데 우리민족은 콩을 태(太)라고도 불렀다. 한자 뜻풀이로는 으뜸이란 뜻이다. 서리태·서목태 등 콩 중에서도 약성이 뛰어난 콩에는 태를 붙였다. 태(太)의 어원이 지금도 지명에도 많이 살아있어 한민족의 옛 강역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중국 황하 하류 산서성의 성도는 태원(太原)이다. 우리말로 콩밭이란 뜻이다. 길림성의 성도 장춘시의 주요 도로 중에는 태원로(太原路)가 있다.

 일본 동경의 3대째 내려오는 두부공장의 주인 다케시 씨의 고향은 태원(太原)이다. 다케시 씨는 두부 만드는 데 사용하는 콩을 반드시 고향인 태원에서 가져온다고 한다. 태의 사전적 의미로는 크다. 최초 통하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 선조는 콩에 태란 이름을 붙였다. 일찍부터 콩의 중요성을 인정해서일까? 국어학자들의 연구가 필요하다.

 지금도 만주 평원에는 콩이 절반 옥수수가 절반 심어져 있다. 연작피해를 줄이기 위해 콩과 옥수수를 번갈아 심고 있는데 옥수수는 아메리카가 원산지이니까 콩은 수 만년 동안 만주 대평원의 대표 작물이었을 것이다. 콩 관련 음식 문화도 다양하다. 쌀밥에 얹어먹으면 콩밥이고, 물을 부어 싹을 틔우면 콩나물이고 발효시키면 청국장이다. 된장과 장을 만드는 메주도 고구려인의 발명품이었다.

 중국에는 없는 메주를 중국(漢族)인들은 시(?)라고 불렀고 다른나라(고구려)에서 만든다고 기록하고 있다(장화의 ‘박물지’) 중국에도 된장과 장이 있는데 만드는 방법이 우리 것하고는 확연히 다르다. 우선 발효기간이 짧고 밀을 많이 배합한다. 자장면의 원료가 되는 춘장도 밀의 배합비율이 높다. 반면 우리민족의 특허제품인 된장과 장에는 밀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숙성기간이 길어 깊은 맛을 낸다. 실제로 현재 연변에서는 조선족 된장이 중국 한족의 된장을 밀어내고 있다. 한족들도 조선족 된장을 찾는다.

 한족에게 사랑받는 콩 식품은 두부이다. 두부는 한나라 시대 회남왕 유안이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 두부제조 방법이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다보니 두부를 포함한 콩음식 전체가 중국의 것으로 잘못 인식하게 됐다.

 콩만을 발효해 만든 메주는 한민족의 고유 발명품이었고, 역시 장독대에서 최소 1년 이상 숙성하여 만든 된장과 간장은 우리 민족의 특허 제품으로 5000년 동안 한민족의 미각을 형성하였다.

 이연수<한국콩연구회 이사·광주MBC 다큐 ‘콩 인류를 살리다’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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