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천 오염원 96%가 생활폐수…천연비누 쓰기만 해도 수질개선

▲ 지난달 11일 `ASIA생활환경회의’에 참가한 해외NGO들과 시민생활환경회의 회원들은 UEA광주정상회의 개막식에 앞서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 로비에서 합성세제 추방 캠페인을 펼쳤다.

 가을 가뭄이 예사롭지 않다. 단풍을 보러 산에 올라도 물기가 바싹 말라 탈피한 매미허물들이 밟히는 듯 하고 곱디고운 홍 단풍은 어쩌다 드문드문 눈에 띌 뿐이다.

 일전에 내린 단비로 다소 해갈이 됐다고는 하나 내렸다 하면 폭우요 그쳤다 하면 가뭄이니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게 요즘 날씨다.

 특히 평년 수준을 벗어나는 올해와 같은 긴 가을가뭄은 생태계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건천화도 건천화지만 댐과 보 위주의 물 저장방식에서는 더욱 그렇다. 강과 제방 등에 오랫동안 가둬 둔 물에서는 `슬러지’ 또는 `오니’라고 부르는 중금속과 유기물질이 함유된 침전물이 발생해 수질오염의 주원인이 된다. 유입된 생활하수나 공업용 폐수는 수중의 용존산소 결핍으로 부영양화를 일으킨다. 이는 또 조류성장의 주요 원인물질로 작용해 수질에 악영향을 미친다.

 비가 내리고 그치는 건 신의 영역이라 우리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지만 사태가 이 지경이니 가정에서 수질오염을 막는 데 보탬이 되는 방법이 있다면 더 이상 망설일 계제가 아니다.

 그 중에서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합성세제 대신 천연비누를 쓰는 일이다.

 석유 추출물로 만드는 합성세제는 물속에서 거의 분해가 되지 않아 하천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비누운동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일본의 사카시타 박사는 합성세제를 `악마의 물질’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인체에 미치는 높은 위험성을 경고했다. 합성세제에 들어있는 형광표백제는 물고기가 살 수 없도록 강바닥을 하얗게 덮는 백화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반면 식물성 천연유지로 만든 천연비누는 약알칼리성으로 1일 내에 물 속에서 완전히 분해돼 자연환경에 해가 거의 없다.

 지난해 기준으로 광주시의 합성세제 1일 사용량은 약 58톤. 광주천의 오염원 96%가 생활폐수인 점을 감안할 때 각 가정에서 무분별하게 쓰는 샴푸·세탁세제·주방세제 등이 광주천을 오염시키는 주범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최근 광주시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시민단체·여성단체와 함께 합성세제 사용 줄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광주시는 자정능력 향상으로 광주천의 수질이 37% 정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각종 아토피 등 피부질환과 신경계 감각마비 등 시민보건 차원에서도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의 청계천처럼 많은 전기세를 들여 펌프로 한강 물을 퍼 올려 흐르게 하는 것도 하나의 치수대책일 수는 있다. 하지만 겉모양만 좋게 보일 뿐 환경운동 차원에서 보면 세금과 자원을 낭비하고 생명이 살지 못하는 인공하천을 정상적인 하천이라 말할 수는 없다.

 강은 흘러야 하고 생명이 깃들지 못하는 곳에서는 사람도 살 수 없다는 명제는 누가 옳고 그르니 하는 `다툼’의 차원이 아닌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공존’의 문제다.

 생활 속에서 환경운동을 실천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쇼핑할 때 장바구니를 들고 간다거나 가까운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물기를 짠 뒤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습관이 모두 지구를 살리는 작은 환경운동들이다.

 여기에 하나만 더 실천에 옮겨보자. 주방과 욕실, 세탁기 옆에 있는 합성세제를 천연비누 제품으로 바꾸기만 하면 광주천과 영산강이 살아날 수 있다.

김경대 <시민생활환경회의 사무처장>

 시민생활회의는 1987년 6월 시민항쟁을 이끌었던 민주쟁취광주전남운동본부와 광주한살림이 연대해 만든 생활 속 환경실천 단체입니다. 1992년 설립하여 현재 19년을 맞았으며 폐식용유를 활용한 천연비누 보급운동과 신재생에너지운동센터, 시민생활소비자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062-234-9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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