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마을 숲 오래된 문화와 생활 담겨

▲ 서편마을 비보림.

 지난 4월부터 12월까지 영광교육지원청과 대추귀말자연학교가 공동 주관하는 영광군내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미래생태지도자반 과정이 진행중이다.

 영광군의 자연환경을 형성하고 있는 불갑천과 와탄천의 발원지를 직접 찾아가보고 민속 문화의 원천인 노거수와 마을숲의 원형을 찾아가 학생들 스스로 조사해보는 과정으로, 격주 수요일 오후에 영광의 구석구석을 알아가는 현장답사 과정이다.

 겨울철 다른 지방에 비해 많이 오는 눈 덕분에 태청산·불갑산·군유산의 식생환경이 좋아 이 산에서 발원한 불갑천과 와탄천의 풍부한 영양물이 서해로 흘러들어가 주변갯벌 생태계와 바다생태계가 잘 발달돼 있는 지역이기에 생태적으로 우수한 장소들이 많고, 바다와 인접한 곳이기에 뱃사람들의 무사안녕을 빌던 당산나무와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마을 숲쟁이가 지금도 보존되고 있다.

 

 당산나무·마을 숲쟁이 보존

 

 국가나 사회가 한 집안이나 지역의 인재를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의 말 중에 “국가의 동량”, “사회의 기둥”, “집안의 대들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를 “꿈나무 동산이나 학원”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바로 동량지재들이 될 무성한 꿈나무들이 자라는 배움터를 숲과 같이 인식하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이 수많은 자연물 중에 유독 나무를 학식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살아있는 나무가 지닌 강인함과 품위 그리고 영속성과 신뢰감·관대함 같은 상징적 의미를 가정이나 사회나 국가를 짊어지고 갈 인재들이 지녀야할 덕목으로 기대하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이번 수업은 영광군에서 마을숲의 원형을 찾아보는 과정으로 군남면 동간2리 서상(서편)마을의 마을숲 조사를 마쳤다.

 광주이씨(廣州李氏) 집성촌으로 마을 입구에는 홍살문과 함께 2그루의 아름드리 느티나무 보호수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고, 학생들과 함께 당산나무의 기운을 전달받고자 두 팔 벌려 한 번씩 안아보고 나무의 생육상태도 점검해 본다.

 마을숲은 불갑산에서 발원한 불갑천변 제방에 겨울 찬바람을 막아주고 마을의 기를 보호해주는 수구맥이 기능을 하기위해 서편마을 주민들이 울력으로 심었다고 한다.

 나무들 수령은 70년 정도라는 마을 주민들의 증언과 달리 실재 흉고를 학생들과 함께 재어보니 흉고가 176cm를 넘는 곰솔들이 다수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나무들은 염산방향 외간교에서 풍운교를 지나 불갑천변 제방을 따라 연안김씨 종택이 있는 동편마을 입구 530m 구간 하천변쪽에 모두 148그루(느티:9그루, 히말리아시다:16그루, 자귀나무:3그루, 곰솔:119그루)의 나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고, 중간 중간에는 2013년도에 기증받아 심어놓은 58그루의 어린 곰솔도 잘 자라고 있다.

 

 “차량 통행 위해 제거해선 안된다”

 

 서편마을 이용만 이장은 1970년 초 새마을 운동으로 제방 앙쪽에 자라던 나무들을 동편마을 차량통행을 위해 모두 베어 냈다는 증언을 들으면서 몹시 안타까운 표정이다. 최근까지도 동편마을 주민들이 차량 통행을 위해 기존의 마을숲 나무들을 제거해 달라는 민원을 영광군청에 냈지만 영광군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서편마을 마을숲은 주민들이 울력으로 심고 가꾼 정이든 마을 나무이지만 이제는 영광군민들의 나무이다. 노거수와 마을숲에는 마을의 문화가 잠자고 있고, 영광의 미래문화가 싹트고 있다. 이 마을숲에서 영광의 미래(未來)를 찾아내는 일은 영광군민들의 눈 과 귀다.

김세진<환경부 환경교육(생태)강사, 호남생태정보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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