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버스 타고…제주 속으로!

▲ 제주의 바람이 남긴흔적.
 황금같은(!) 휴가철이 될 때 마다 제주를 자주 다녔다. 평소에 가기 힘들기도 하거니와 제주는 매번 갈 때 마다 색다른 여행의 재미를 주었고 한 번도 실망감을 준 적이 없기 때문. 목포에서 큰 페리호를 타고 제주도 가기, 장흥 노력항에서 쾌속선을 타고 제주도 가기, 비행기 타고 제주도 가기, 저가항공사 비행기 타고 제주도 가기, ‘마이카’를 배에 싣고 제주고 가기…등 등 이러 저러한 방식으로 제주도를 다녔다. 하여 최근엔 친구와 함께 렌터카 없이 제주도 즐기기를 시도해 보았다. 비용도 아낄겸 짐을 최소화해 ‘배낭여행’ 콘셉트로 한 번 다녀보자는 결의(“)가 있었다. 물론 이 같은 결론의 가장 큰 배경에는 누가 낮술을 마시고, 누가 운전을 할 것이냐에 대한 ‘갈등’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리하여 “렌트는 없는 걸로”라는 당연하고도 평화로운 결론에 도달했던 것이었다.

 

 ▶숙소는 게스트하우스 이동은 대중교통

 제주를 대중교통으로 여행하려면 짐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제주 일정 중 하나로 한라산 등산을 잡아놓았기 때문에 등산화를 어떻게 집어넣느냐가 문제였다. 많이 걸을 것이므로 등산화를 신고 가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비가 올 수 있음도 염두에 둬야 했다. 제주의 여름 날씨야 변화무쌍하니까. 하여 굽 낮은 센들은 신고, 등산화대신 무게가 가벼운 트레킹화 두 짝을 배낭에 꾸려 넣었다. 옷도 최소화하고 세면도구, 모기접근 방지제와 모기약, 햇볕을 가릴 수 있는 모자, 가볍고 작은 우산, 배낭에 씌우는 레인커버 등등을 꾸렸다. 비가 와도 젖지 않게 각각의 물건들을 비닐포장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주공항 도착. 보통은 렌터카를 수령하러 가는 게 공항 도착 후 첫번째 하는 일이었겠지만 이번엔 안내데스크로 직행. 제주 안내 지도를 챙기고 공항 앞 버스 정류장 앞에 섰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숙소를 대중교통 이용이 용이한 제주시외버스터미널 근처 게스트하우스로 잡아놓았기 때문에 우선은 숙소로. 여행 경비를 줄이기 위해 10인실 도미토리에 묵기로 했다. 요금은 1인 1만6000원. 나쁘지 않았다. 죽과 달걀, 토스트 등 간단한 조식 부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숙소를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잡은 것은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 모든 버스 노선과 시간표를 사진으로 찍어 여행 내내 참고했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서회일주노선, 동회일주노선, 제주를 종으로 잇는 노선, 읍면 순환 버스 등이 운행된다. 여행기간 동안 제주 시외버스 터미널을 거점 삼아 한라산에도 가고, 제주 남쪽 중문과 제주 북동쪽 해변가 등등을 쏘다녔다.

 

 ▶미술관부터 한라산까지 다양한 제주 즐기기

 버스로 여행하는 것은 직접 운전해 여행하는 것 보다는 기동성이나 이동성이 아무래도 떨어질 수 있다. 다양한 곳을 둘러보지는 못한다. 하지만 제주 구석 구석 모두 보겠다는 욕심을 버린다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친구와 나는 서너 가지 제주 여행 세트를 구성해 놓고 움직였다. 미술관에서 그림 감상을 했고 제주 해변가에서 해녀분들이 썰어주시는 해산물에 소주 한 잔을 즐기고, 해변가를 걸으며 제주의 변화무쌍한 풍광을 누리기도 했고, 어느 오름에 오르기도 했으며, 어느 순간 제주 올레길을 만나 걷기도 했고, 마을 속으로 들어갔으며 매번 차 안에서 ‘풍광’으로만 보던 ‘그 나무’를 눈 앞에 두고 만져보기도 했다. 중문 바닷가 자그마한 수제 맥주집에서 다양한 주류를 하나하나 맛보고 마시다가 마지막 버스를 부랴부랴 타고 숙소로 돌아오기도 했고 한라산에서 제주의 미친 비바람을 맞기도 했다. 이 모든 것들이 ‘버스+걷기’의 조합으로 이뤄졌다.

 버스 여행이 준 색다른 즐거움 중 하나는 제주 원주민들과 섞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광객이 아니라 일터로 출근을 하는 사람들과 등교하는 학생들과 버스 안에서 한 데 섞이는 경험이다. 알아듣기 힘든 제주말들이 오가는 버스다. 버스 라디오 뉴스를 듣다가 세월호 이야기를 나누는 제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여행자와 일상의 삶을 이어가는 원주민과의 서로 다른 속도의 차이를 체감하는 일 역시 색다른 경험이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버스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운전으로부터의 해방’‘낮술가능’이겠다. 신선한 제주의 해산물을 안주 삼아, 제주의 변화무쌍한 풍광을 누리는 재미. 마음이 동하면 그대로 주저 앉아 있어도 되는 자유를 누리는 일이다. 버스만 타면 되니까.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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