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때 같이 고민하자. 이것이 진짜 자립 아니겠니?”

 31일에서 다시 1일로 넘어가는 새벽,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공기를 온 몸으로 맞다가 네 생각이 나 이렇게 안부를 묻는 편지를 쓴다.

 정확히 1년 전 넌 내게 그랬지. 스물여덟다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네가 부디 너의 삶을 또 한 번 끝까지 살아보길 간절히 바라고 바랐던 날들이 어느덧 1년이 지났구나.

 스물여덟의 삶은 어떠했니?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알을 깨고 나온 너의 뜨거웠던 여름이 눈 깜짝할 사이 겨울이 되었고 다행히도 네가 잘 살아가고 있어서 누구보다도 기뻤었다.

 넌 어땠니? 이전보다 더 많은 것들을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삶을 산다는 게 스스로를 힘들게 하거나 너를 아프게 하진 않았니?

 예전에 장애인 동료상담가 최고과정에서 네가 했던 말이 지금도 또렷이 기억난다.

 어느 책에서 인용한 구절로 입을 떼며 그랬지.

 “밤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뭔가요? 동료상담가라면 나의 동료에게 이 물음을 물을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응, 그래가지고?’”

 상대방의 다음 이야기가 진심으로 더 듣고 싶고 같이 그 마음을 나누는 것이 동료상담가의 자세라고 생각하는 오롯이 너 다운, 너만이 할 수 있는 표현법이란 생각이 들어서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얼마 전에 너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음료를 17잔 마시면 2017년 다이어리를 준다기에 너에게 혹시 모아둔 영수증이 있느냐고 물었고 넌 지갑을 꺼내 여러 군데서 받은 수많은 영수증들을 가득 쏟아냈었지. 정신없이 널브러진 영수증을 정리하며 카페에서 받은 영수증들을 찾아 내게 한 장, 한 장 건네주는 너의 모습을 보며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 커피를, 카페를 많이 찾은 너에게 그만큼 여유가 필요 했겠다는 추측과 늘 두 잔 이상의 음료를 주문했던 넌, 이야기를 하는 입장이었을까? 들어주는 편이었을까?’

 그 날에 넌 한참동안 내 얘길 듣다가 너의 이야기도 듣고 싶단 내 말에 조심스럽게 조곤조곤 요즘 느끼는 너의 고민과 감정을 꺼내놓았었지. 돌아오는 길에 작은 반성을 했다.

 조금 더 일찍이 물어볼걸. 네가 조심스럽게 이야기 한 줄을 풀어놓았을 때 물어볼걸. “응, 그래가지고?”

 낯선 곳에 적응하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한동안은 눈물로 스스로를 위로했을 새벽이었을 텐데 너무 늦게 안부를 물은 게 아니었나 후회가 든다. 앞으로는 내가 너의 새벽이 되어주고 싶다.

 혼자라서 힘들다고 느낄 때 같이 고민하자. 이것이 진짜 자립 아니겠니?

 그래서 올해 넌 어떤 사람이 되기로 다짐했니?

새벽



‘새벽’님은 무뚝뚝하지만 언제나 가족들의 기념일을 먼저 기록하고 챙기는 세심한 딸이자, 가끔 손편지로 고맙다는 말을 대신 전하는 잔정 많은 친구이고, 꽃, 풍선, 촛불이 없는 프러포즈를 받고 싶은 낭만주의 아가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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