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이후 사회는 정말 더 나은 모습일까?

▲ 지난 11월12일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장애인들이 '하야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과 지난 11월 장애계 시국선언에서 "박근혜 퇴진이 복지"임을 선언하는 장애인들.<사진출처=비마이너>
 #1 빨리 퇴진했으면 좋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지도 한 달이 지났습니다. 특검에서 조사 받을 것처럼 말하던 대통령은 여전히 버티며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조차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 청문회에는 최순실을 포함한 핵심 증인들이 불참하고 출석한 증인들은 위증 논란과 모르쇠로 일관한 답변 태도로 비판받았습니다.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날은 더 추워졌습니다. 그 사이 해는 바뀌었고 세월호 참사 1000일이 지났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민들의 답답함과 분노는 커지고 세월호 참사 가족들의 아픔과 상처는 깊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을 포함한 국정농단과 관련된 의혹들을 분명하게 밝히며 하루 빨리 그에 상응한 정치적-법적 처벌을 박근혜 대통령이 졌으면 좋겠습니다. 답답함과 분노더 더 커지지 않고 소중한 이들을 ㅤ잃은 아픔과 상처가 더 깊어지기 전에 말이지요.

 

 #2 퇴진하면 행복해질까?

 12월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었습니다.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였던 수많은 시민들 중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겠지요. 그 만큼 민심은 분명하게 탄핵할 것을 요구했고 거부할 용기도 반대할 명분도 국회의원들에겐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 당연한 일이 일어난 느낌이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탄핵안 가결을 전제로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이야기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끝이 아닌 과정’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별 다른 감흥이 없었던 듯도 합니다.

 그러다 SNS에 올라온 창원 촛불집회에 나온 스물 넷 전기공으로 일하는 이의 발언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이후 행복해질 것인가를 질문하며 산재 신청을 이유로 회사에서 잘리고 매달 10만 원도 저축하기 어려운 빠듯한 자신의 삶을 말하는 영상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미래를 그리기 어려운 현실을 이야기 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이후 구체적인 사람들의 삶이 나아질 것인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다 같이 해고 없고 안정적으로 꾸준하게 열심히 일하면서 자기 일한만큼 댓가를 받아가지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발언을 맺으며 했던 마지막 한 마디였습니다. 영상을 보고난 뒤 `박근혜 퇴진 후 내가 원하는 사회’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되었습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없는 세상이 본능처럼 곧바로 떠올랐습니다. 1000일을 넘기고 4년 가까운 시간동안 외쳤던 것이기 때문이었겠지요. 그리고 문득 느껴졌습니다. 처음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하라!’라고 외치면서 떠올렸던 구체적인 내 삶의 모습이 너무 건조해지고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말이지요.

 

 # 3 건조하지 않은 박근혜 퇴진 이후를 위하여

 `장애등급제 폐지하라! 부양의무제 폐지하라!’ 

 2012년 8월 21일 이렇게 외치며 광화문 지하철 역사에서 농성을 시작한지 벌써 4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장애인은 개-돼지가 아니다!’

 `장애인의 몸에 등급을 매기는 장애등급제 폐지하라!’

 `빈곤의 사슬! 부양의무제 폐지하라!’

 10시간 넘게 작은 천막 하나 칠 공간을 확보하려고 징하게 경찰들과 옥신각신하며 목이 쉬도록 외쳤던 말들이었습니다. 그 만큼 생생했고 한 마디 한 마디에 마음과 기운이 실린 외침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퇴진 이후 `당연’하게 떠올린 `장애등급게-부양의무제 없는 사회’에 대한 생각은 `곧 바로’ 떠올릴 만큼 관성적인 외침이 된 게 아닌가 싶어 뜨끔합니다.

 단어도 생소한 `국정농단’ 때문이 아니라, 그 동안 수없이 많았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있는 집 자식의 모습’ 때문이 아니라, 말하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듯한 정경유착의 대자뷰 때문이 아니라, “다 같이 해고 없고 안정적으로 꾸준하게 열심히 일하면서 자기 일한만큼 댓가를 받아가지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사회”처럼 구체적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의 우리 삶을 갖기 위해 촛불을 밝혔으면 좋겠습니다.

 등급에 상관없이 필요한 사람에게 활동지원 서비스가 제공되는 사회.

 등급에 관계없이 이동하기 어려운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특별교통수단과 모두가 함께 타는 저상버스.

 더는 부양 의무에 대한 부담 때문에 가족이 가족을 살해하지 않은 그런 사회.

 이번주 금남로 촛불집회에 가기 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이후 내가 그리고 원하는 사회에 대한 상상을 좀 해야겠습니다.

도연



‘도연’님은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꿈꾸며 장애인운동 활동가로 살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꿈 많고 고민 많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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