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장애인 특수교사 합격 수기

 날이 밝으면 면접을 본다는 사실에 긴장을 많이 한 탓인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였다. 다소 피곤한 상태로 시험 당일 아침을 맞이하였다. 길고 길었던 수험생활의 종지부를 찍게 될 면접시험이라고 생각하고 아침을 차려 먹으러 부엌으로 향하였다. 누구나 그렇듯 아침에 입맛이 딱히 없었지만 몇 시간 후면 치를 시험을 생각해 된장국에 밥을 말아 먹었다. 그런 다음 세수를 하고 새로 사두었던 정장을 갖추어 입었다. 그리고 평소에 잘 하지 않는 화장을 정성들여 곱게 하였다. 새로 산 구두까지 신고 전신거울을 보니 제법 참한 선생님처럼 보였다. 30분 전에 미리 불러뒀던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시험 장소 근처에 있는 카페로 서둘러 갔다. 필자와 가장 친한 동생을 만나 달달한 커피를 마시며 조금이나마 긴장된 마음을 풀 작정이었다. 면접시험을 여러 번 봤지만, 시험을 보기 직전에 작년에, 합격한 사람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다정하게 셀카 사진을 남긴 적은 처음이었다. 정장 속에 입은 흰색 블라우스가 그 동생이 작년 면접시험 때 입었던 것과 같다는 것에서 합격예감이 조금씩 느껴졌다. 시험장 앞에서 나와 가장 친한 선생님을 잠깐 보고 나서 시험장 안으로 들어갔다. 대기실 안에 좌석 배치도를 보고 나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긴장감은 턱밑까지 차올라왔고, 시간은 아주 느리게 흘러갔다. 같이 대기하고 있던 다른 수험생들의 표정 역시 긴장과 초조의 빛이 역력하였다. 숨이 터질 듯한 공간에 갇혀 두 시간 반 정도를 기다리고 나서야 내 면접 차례가 다가왔다.

 

면접 대기 2시간 숨이 터질듯한 긴장감

 시험을 보기 전에 의사소통 보조기구의 음의 높낮이와 속도 그리고 노트북 자판과 마우스 상태 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내가 원하는 상태로 보조기기들을 모두 맞춘 후에 구상실에서 시험을 시작하였다. 구상실에서는 미리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답변을 순서대로 워드에 옮겨 적어갔다. 주어진 구상시간 30분 안에 세 문제에 대한 답을 적절히 워드로 적어야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사전에 타이핑 연습을 한 덕분인지 다행히도 놓친 문제없이 모든 문제에 대한 답변을 워드에 적어 마지막으로 저장하는 작업까지 마쳤다.

 다음으로 평가실로 들어갔다. 먼저, 심사위원들에게 최대한 또렷한 발음으로 공손하고 우아하게 인사를 드렸다. 평가시간 20분 동안 의사소통보조기구를 활용하여 미리 써 놓은 문제에 대한 답변을 말하였다. 즉답형 문제도 바로 답변을 작성하여 말하였다. 그렇게 면접시험이 끝나고 심사위원들에게 다시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면접 문제 총 4문제 중 한 문제가 다소 어려워 마음에 걸렸지만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으로 갔다.

 면접시험 결과 발표까지 2주간의 시간을 애타게 기다려야만 하였다. 발표일 당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하루하루가 내 영혼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생 고문과도 같았다. 그렇게 일 년처럼 느껴졌던 하루 동안에도 천국과 지옥을 몇백 번씩 오기는 경험을 하였다. 그렇다고 주변 사람들을 만나기에도 너무나 부담스러운 시기였다. 심장이 바짝 말라가는 2주간의 시간을 온전히 보내고, 드디어 발표일 아침이 밝았다. 공식 발표시간 10시가 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9시30분 정도가 되자, 남자친구한테 급하게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그가 단순히 응원의 전화를 하겠거니 생각하며 아무 생각 없이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 사람은 다짜고짜 “공고 떴어! 너 합격했어! 공고문 봐봐! 정말 축하해!”라고 나에게 꿈결처럼 말하였다. 분명 내 두 귀로 들었는데, 내가 합격했다는 사실이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몹시 흥분한 상태로 수험번호를 다시 확인하고 시교육청 홈페이지 들어가서 합격자 공고문을 보았다. 진짜 내 수험번호가 합격자 명단에 있는 것이었다.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며 아버지께 그 엄청난 소식을 전해드렸다. 기쁜 소식을 들은 아버지께서는 정말 축하한다고 말해주셨고, 존경의 악수를 나에게 청하였다.

 

 “공고 떴어! 너 합격했어! 축하해!”

 이윽고 나의 합격소식을 친한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빠짐없이 전하였다. 수많은 축하전화가 걸려왔다. 2017학년도 신규로 임용되는 합격자들의 연수를 담당하고 있는 교육연구사님께도 합격 축하전화를 받았다. 그는 축하인사와 함께 연수 들을 때 특별히 지원해 줄 사항이 있는지도 물어오셨다. 교육연구사님께 특별하게 필요한 것은 없으며, 연수들을 때 뵙겠다고 말씀드렸다.

 친한 친구들의 축하파티, 각 신문사와 방송사 인터뷰 요청 그리고 합격자 서류 제출 준비 등으로 세상에서 가장 기쁜 주말을 보냈다. 다시 돌아온 월요일부터 공무원 신체검사를 마치고 합격자 서류들을 모두 준비해 제출하고 나니 예비교원 연수가 나를 반갑게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기쁘고 벅찬 마음으로 5일간의 연수를 듣기 시작하였다. 특정한 장소에 가서 종일 강의를 듣는 집합 연수뿐만 아니라 저녁엔 인터넷으로도 원격강의를 들어야 하였다. 처음 접해보는 경험이라 육체적으로 많이 힘든 일정이었지만, 예비교원 연수까지 듣게 된 나 자신이 몹시 대견하고 자랑스러워 주어진 일정 모두 성실히 소화해 내려고 무지 애를 썼다.

 새롭고 찬란했던 5일간의 예비교원 연수 과정에서는 내 전공 특수교육이 아닌 다른 일반과목 수석 교사들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수석교사들의 강의 내용은 앞으로 신규교사들이 현장에서 학생들과 수업하고, 학급을 운영해 나갈 때 도움이 될 만한 수업전략들과 학급운영방법들을 소개하고, 몇 명씩 팀을 나누어 그룹별로 직접 경험해 보는 과정들이었다. 다른 과목 선생님들과 함께 다양한 수업기법들을 직접 해보고 소감도 친밀하게 나누니 우리 아이들과의 수업에서도 약간 다른 방식으로 전환하여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권감수성 없는 ‘일반학생’ 용어가 아직도…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연수 마지막 일정인 선배교사와의 대화시간이었다. 특수교사로 오래 근무한 선생님께 특수학급 운영 방안과 장애학생들의 교육방향 등의 전반적인설명과 조언을 같은 특수교육 전공자끼리 모여 함께 듣는 자리였다. 그런데 그 선생님께서 하시는 발언들 중 어느 한 부분이 내 귀와 감성에서 예민하게 반응하였다. 선배 선생님께서 예비교원들을 상대로 비장애학생들을 말할 때 ‘일반학생’이라고 무심코 말하는 부분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학교교육 현장에서 배움의 주체자인 학생들 속에서 또 다시 ‘일반학생’과 ‘장애학생’으로 구분지어 신규교사들에게 인권감수성 없이 그대로 말하는 것이 약간 아쉬움이 들었다. 배움과 협력의 현장에서 주체자로 더불어 살아가는 학생들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과 정성이 더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봄이 시작되는 계절 3월, 내가 꿈꿔오던 직장에 첫 출근을 하였다. ‘나’라는 교사의 가치는 아이들에게 작은 것 하나를 가르치면서 아이 각자의 마음에 밝고 따뜻한 영향력을 주는데 있다고 확신한다.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가치 있고 귀한 ‘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더불어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하늘이 내게 주신 나만의 가치를 더욱 빛나고 정성스럽게 쓰도록 할 것이다.

혜윰



혜윰님은 ‘생각’이라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입니다. 혜윰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더불어 잘 살길 소망하는 장애인권 활동가입니다. 책과 여행을 좋아하는 생기발랄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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