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이별 한 고비
넘어가고 있는 과정일 뿐이야.

▲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벚꽃이 그렇게도 예쁘디 바보들아.”

 카페에선 ‘봄이 좋냐?’ 음악이 흘러나오고 내 맞은편에 앉은 넌 아이스커피의 얼음을 아그작 아그작 씹어 먹으며 상기된 표정을 짓는다.

 오랜만에 만난 너는 겨울과 봄 사이 한차례 이별을 앓고 있었다.

 “우리는 사랑도 살아가는 것도 왜 이렇게 힘든걸까?”

 모든 것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연애도 시작이 있으니 끝이 났을 뿐이다.

 어떤 이들은 그 끝이 결혼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열어갈 수 있겠지만 어떤 이들은 이별의 마침표를 찍는다. 그 사유가 성격 차이일 수 있고, 경제적인 능력일 수도 있고, 가정환경이 달라서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너와 나의 이별 사유는 ‘장애’였다.

 나는 이별하는 과정에서 꼭 한편의 영화를 본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일본 영화이다.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이야기해주자면 이러하다. 가끔 할머니가 끌어주는 유모차로 밖을 나오는 여자, 조제. 그런 조제의 삶 속에 츠네오라는 남자가 들어온다. 츠네오를 만나기 전까지 조제에게 바깥세상은 온통 경계의 대상이였지만 츠네오를 통해서 어두웠던 조제의 삶이 바뀐다. 그렇게 둘은 사랑을 시작한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호랑이는 조제에게 세상이기도 하며 인간으로서의 삶을 의미한다. 호랑이가 무서워서 보기 힘들어하지만 프네오의 손을 꼭 잡은채로 호랑이를 보게 된다. 가장 두려운 대상인 세상을 츠네오와 이겨내고자 했다. 그렇게 딱 1년이 지난다. 1년 전엔 유모차에 스케이트도 달아주던 츠네오가 이제는 망가진 유모차를 고쳐주지 않는다. 그리고 츠네오는 더 이상 자신이 조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조제 또한 츠네오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둘이 함께 츠네오의 집으로 가던 여행에서 목적지는 바다로 바뀐다. 그리고 둘은 물고기여관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조제가 점점 멀어지는 츠네오와의 시간 속에서 물고기에 집착했던 것은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츠네오에게 이제 자신을 떠나가도 괜찮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둘은 이별을 한다. 힘들어할 줄만 알았던 조제는 츠네오가 없는 일상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담담하게 살아간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늘 엉망이었던 집안은 깨끗해졌고 차분하게 머리를 묶고서 혼자 밥을 먹기 위해 준비를 한다.

 여지껏 내가 본 영화의 장면은 여기까지였다. 그리고 너에게 이 글을 부치기 전에 나는 이 영화를 다시 보았고 마지막 장면에서 가슴이 뛰었다.

 누군가 끌어주는 유모차를 다던 조제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유유히 길을 가는 그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제가 정말 스스로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너의 사랑이 ‘장애’로 끝이 났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어느 누구나 누구를 만나든 이별을 한다. 너도 그저 이별 한고비를 넘기고 있는 것일 뿐이다. 혼자 견뎌야 하는 새벽이 많이 힘들겠다. 너의 예쁜 눈이 너무 오래 퉁퉁 붓지는 않기를 바라는 새벽이다.

새벽



‘새벽’님은 무뚝뚝하지만 언제나 가족들의 기념일을 먼저 기록하고 챙기는 세심한 딸이자, 가끔 손편지로 고맙다는 말을 대신 전하는 잔정 많은 친구이고, 꽃, 풍선, 촛불이 없는 프러포즈를 받고 싶은 낭만주의 아가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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