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홀든 콜필드와 그의 동생인 피비와 대화하는 장면이 몇 가지 나오는데 그들의 대화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분명 쉬운 단어를 사용하지만 홀든이 말하는 것은 뭔지 모르게 앞뒤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안맞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하는 말의 숨겨진 의미는 잘 알 것 같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취미로 골프를 배우고 비싼 차를 끌고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어른들처럼 되지 않겠다고 말함과 동시에 그런 어른들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공감을 하고 있다.
나도 처음에 글을 쓸 때 다른 애들이 내 글을 보고 비웃을까봐 한 시간 넘게 쓴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웃기다. 에세이의 주제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인데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 계속 내 글을 수정해 나가는 모습이라니.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글은 나의 글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혹여 누가 나의 글을 보고 뭐라 하더라도 달라질 것은 없는데도 말이다.
정말 남에게 뭐라고 할 `자격이 있다’는 것은 나에게 그 부분이 꽉 채워져 있어 나눠줄 정도의 양이 될 때 남에게 충고하는 것과 동시에 내게서, (내게 있는) 그 부분을 나눠주는 것이다. 그것이 정말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어른이 되는 한걸음이라고 생각한다. 홀든이 생각하는 어른과 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의미가 같은 것 같아서 안심이 된다.
최영은<하나중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