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많은 곳곳에 불규칙하게 흩어져있는 많은 표적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내가 유년에 작은 발로 처음 땅을 디뎠을 때일 수도 있고, 나 스스로 해낸 성과에 대해 상을 받았을 때일 수도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표식들이 무엇이든지간에 이런 표식들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하는데 주된 역할을 해주었다. 내가 처음으로 뱉은 단어는 현재 내가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의 씨앗이 돼 주었고, 한 글자 한 글자 다소 서툴게 꾹꾹 눌러쓰던 단어들은 내가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작은 불씨가 되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해보인, 내 몸에 새겨져가던 표식들이 점점 나와 동일해져간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루고자하는 것을 성취하려하고 결국에는 성취하였다면 나는 그 인생을 성공한 인생이라고 칭하고 싶다. 인간은 어떤 대상이나 사물에 관심을 보이면 그 대상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커진다. 욕망을 성취하고 이루는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하는데, 그에 대한 증거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표식인 것이다. 이럼으로써 우리가 각자 하나 이상은 가지고 있는 표식들은 보이진 않지만 한 사람이 그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대충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게끔 한다.

 사실, 하나의 표식을 가지기란 쉽지 않다. 표식은 나 자신의 방식대로 나아가면서, 기존 질서에 복종하지 않음으로써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처음 얻은 ‘걸음마’라는 표식도 네 발로 기어 다니던 나 자신을 거부하면서, 내가 지금가지 지녀온 “네 발로 기어야한다”는 일종의 규칙을 거역하면서 이룬 표식이다. 남들과 똑같게 동일하게 행동하고 일하면서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나는 단순히 사람들이 정해놓은 규칙에 계속 순종하기보단 나 자신을 표출하면서 나만의 표식을 가슴 깊숙이 새겨넣어갈 것이다.

심정효 <하나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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