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은 죽었다. 자신이 선택한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힘든 삶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다. 죄를 지은 선녀가 인간세상에서 내린 마지막 결단이, 한 인간으로서 내리는 가장 큰 결단이 지금까지의 선행으로 신들과 사람들에 의해 잊혀져 간다. 그녀는 지금까지 정말 힘들게 살아왔다. 어머니는 일찍 죽고, 눈먼 아버지를 자신이 부양한다. 그것도 부잣집이 아닌 동냥으로 끼니를 이어가는 가난한 집에서. 그 어떤 선녀 같은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라도 이 불행을 견뎌낼 수 있을까? 죽음보다 큰 고통, 이 또한 속할 것이다.

 그리고 몽운사의 스님과 한 약속인 공양미 삼백 석을 이 처지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이 약속을 한 아버지 또한 한없이 원망스럽고 증오한다. 결국 효도를 가장한 죽음, 자살을 시도한다. 누가 들어도 선행인 악행을 저지른다.

 이 연극에 모두가 속는다. 심청이 원망하고 증오하는 아버지, 쌀 삼백석도 내줄 수 있는 승부인, 하늘의 신과 바다의 신, 심청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모든 자들이 속았다. 그들이 원망과 고통의 세상으로 심청을 다시 부른다.

 이들은 한번이라도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보지 못한 심청의 마음을 알고 있었을까? 그들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만 선행이다. 다른 사람의 눈에만 선행이다. 정작 심청 자신에겐 모두 귀찮고, 쓸데없는 상관이고 기분 나쁜 간섭일 수 있다. 심청은 효녀가 아니다. 심청은 불효녀도 아니다. 자신의 처지와 다른 사람의 시선에 그렇게 살다 자살까지 결심한 사회의 불쌍한 희생양이다.

김준위<운리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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