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직장의 신’ 그리고 2017년…

▲ 드라마 `직장의 신’.
 # 1 쪽 좀 팔리면 안 돼?!

 미쓰 김 : 비밀번호가 뭐야! 컴퓨터 비밀번호 얼른 대!

 정주리 : 내… 내 사랑 와이장이요.

 미쓰 김 : 내 사랑 와이 장. 흐~ 내 사랑? 쪽 팔린 줄 알아, 정주리.

 정주리 : 쪽 좀 팔리면 안 돼?! 당신은 회사가 재밌지? 크레인에 가위 손에 러시아어까지 못하는 게 없으니까. 회사에서도 정규직 시켜주겠다고 난리니까. 근데 뭐 노예? 그 노예 한번 되보고 싶어서 죽을 힘을 다해서 버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또 뭐 실수 할까봐 또 뭐 잘못 할까봐. 장 팀장한테 또 걸릴까봐 매일매일 피가 바싹바싹 마르는데도 혹시라도 나도 그 노예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버티는 거라고….

 

 3개월 계약직 정주리, 다이아몬드가 되겠다는 희망을 안고 어머님이 아프시다는 핑계를 대고 다른 회사 면접을 보러 갑니다. 그런데 중요한 문서가 들어있는 정주리 컴퓨터 암호를 몰라 연락이 되지 않는 정주리를 쫓아온 미쓰 김에게 비밀번호를 소리치며 나누는 대화 장면입니다. 드라마 속 정주리처럼 당장 이번 달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고 생활하기 위해 더 나은 내일이 아니라 더는 불안하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서 부여잡은 `정규직’이란 끈이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 엿볼 수 있던 장면이었습니다.

 

 # 2 고장난 시계는 버려지는 게 현실

 무 팀장 : 고 과장님 권고사직 하시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부장님이 오늘 저희 팀원들 불러 모아놓고 물어보셨던 겁니다. 저희 팀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미쓰 김 : 그랬군요.

 무 팀장 : 미쓰 김 씨, 정말로 고 과장님을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니… 아니, 사람이 어떻게 짐짝이 될 수 있습니까? 좀 더뎌져도 좀 녹 쓸더라도 물건 아니고 짐짝 아니고 사람이잖아요. 회사도 돈을 버는 곳이기 이전에 그 사람들이 모인 곳이잖아요. 그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면, 좀 모자라면 끌어주기도 하고 좀 채워주기도 하고 그렇게 같이 갈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미쓰 김 : 뭐 같이 가든 떼로 가든 저와는 상관 없는 일입니다.

 무 팀장 : 미쓰 김 씨도 아시잖아요! 회사에서 내쳐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예전에 정리해고 당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평생을 한 회사만을 위해서 살았던 사람한테 정리해고가 얼마나 큰 공폰지 얼마나 큰 아픔인지 미쓰 김 씨도 아시잖아요. 아니 근데… 어떻게 고 과장님을 그렇게 말씀하세요?

 미쓰 김 : 알죠. 그게 얼마나 큰 공폰지 아픔인지. 근데 그거 아십니까 무 팀장님? 그 공포를 아픔을 계약직들은 6개월 혹은 3개월마다 겪습니다. 당신들 선배 자리보전을 위해서 계약직 몇 명이 교체되는지 아냐구... 엄살피지 마십시오. 고장난 시계는 버려지는 게 현실입니다.

 

 30년 가까이 회사에서 일한 고 과장이 권고사직 될 상황. 입사 5년차 마음 좋은 무 팀장이 평소와 달리 큰 소리로 미쓰 김과 나누는 대화입니다. 한 사람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몇 사람이 교체되어야 하는 현실 앞에 무 팀장의 여린 마음은 `엄살’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어느새 장애인 단체에도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어버린 `인턴’이란 이름의 사람들이 떠오르며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 3 혼자서는 못 가.

 고 과장 : 김 양, 나 이 시계 막내딸 졸업할 때까지만 그 때까지만 차려구. 그 다음엔 내가 알아서 벗을께.

 미쓰 김 :그건, 고 과장님께서 알아서 하십시오. 제가 상관할 문제가 아닙니다만…

 고 과장 : 혼자서는 못가 김 양. 시계가 어떻게 혼자서 가. 작은 바늘도 가고 큰 바늘도 가고 그렇게 다 같이 가야 갈 수 있는 거지. 그렇게 다 같이 가야 나 같은 고물도 돌아가는 거야. 근데 김 양은, 맨날 혼자서 큰 바늘 작은 바늘 다 돌리면 김 양이…. 너무 외롭잖아. 내 시계는 이제 멈출 날이 더 많아도 김 양 시계는 가야 될 날이 더 많은데….

 미쓰 김 : 그래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뭡니까? 고 과장님?

 고 과장 : 그러니까…. 밥 먹고 가, 김 양.

 

 새로 추진한 프로젝트가 잘 되어 권고사직 대신 몇 년 더 일할 수 있게 된 고 과장과 미쓰 김이 나누는 대화입니다. 매 순간 뛰어난 능력으로 회사의 큰 일을 잘 해결하는 미쓰 김에게 `밥 먹고 가.’라는 고 과장의 한 마디는 옛 기억과 얽히며 끝내 미쓰 김을 눈물 짓게 만들었습니다.

 

 # 4 그리고 2017년

 2017년, 대통령이 바뀌고 시급 1만 원이 현실화 될 분위기입니다. 2020년까지 시급 1만 원이 되려면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최소한 두 자리수대가 돼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중론인 듯합니다. 누구는 시급이 오르면 일자리가 줄 것이라고 하고 또 누구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최저임금 1만 원 가능 여부와 관계없이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인 장애인과 포괄 임금에 묶여 최저임금 인상을 느끼기 어려운 활동지원서비스와 같은 돌봄 노동자의 현실은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합법적으로 2017년 시급 6470원을 보장해주지 않아도 되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인 사람들. 아니, 그 최저임금도 안 되는 급여조차 받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어 받을 수 없는 사람들.“혼자서는 못가! 시계가 어떻게 혼자서 가. 작은 바늘도 가고 큰 바늘도 가고 그렇게 다 같이 가야 갈 수 있는 거지. 그렇게 다 같이 가야 나 같은 고물도 돌아가는 거야…. 맨날 혼자서 큰 바늘 작은 바늘 다 돌리면… 너무 외롭잖아.”

 2017년 새 대통령이 뽑히고 최저임금 1만 원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려는 지금 하필 철 지난 `직장의 신’을 보고 뒷북치는 마음이 현실과 겹치며 누군가에게 `혼자서는 못 가!’라고 말하고 싶어졌습니다.

도연



‘도연’님은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꿈꾸며 장애인운동 활동가로 살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꿈 많고 고민 많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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