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장애인 커플이 챔피언스필드를 찾으면…

▲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광주드림 자료사진>
 날씨가 덥다. 아니, 뜨겁다. 그러나 지금 날씨보다 뜨거운 것이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일 것이다. 야구 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몇 년간 부진한 기아가 강력한 포스로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챔피언스필드에서 경기가 열릴 때마다 구름 관중의 응원 열기가 뜨겁다.

 올 시즌을 앞두고 기아는 100억 원을 들여 삼성에서 최형우를 데려왔다. 이는 우승을 넘보는 기아의 과감한 한 수로 평가되고 있다. 최형우는 모 구단에서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방출된 선수였으나 삼성에서 기회를 잡고 한국 야구의 최고 간판타자로 성장하여 한껏 기량을 뽐내고 있었다. 그런 최형우가 삼성을 버리고 기아로 갔으니 삼성 팬들에게 최형우는 배은망덕 선수로 낙인찍혔고 저주와 야유의 아이콘이 되었다.

 모기업이 정치적 현안에 휘말리면서 지원이 축소되고 가뜩이나 성적도 곤두박질친 팀 사정을 감안하여 삼성에 남아주길 간절히 바랐던 삼성 팬들의 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한 악감정은 기아와 삼성이 맞붙는 경기에서 최형우의 타석 때마다 야유로 표출되었고 급기야는 올스타전에서 최형우에게 삼성 투수가 공을 맞혔을 때 그 투수의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를 보내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다음날 그 촌극을 비판하는 기사가 올라왔으며 필자 역시 공감하였다. 하지만 필자의 눈에 그 기사의 어색한 부분이 보였다. 바로 사진이었다. 얼핏 보면 최형우가 그 투수에게 덤비는 듯싶은 포즈가 담겨있었다. 한참 웃었다. 기사 내용과는 다르게 사진만 보면 최형우가 잘못했나 싶어서…. 그러나 실제로는 즐거운 뒷풀이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하지만 독자의 감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팩트만을 가지고 사진을 고른 건 아무래도 기자의 미스이지 싶다. 감성을 고려 못한 지성은 어색하다.

 서두에서 야구 얘기를 참 길게도 썼지만 정작 의식의 글러브에서 꺼내고 싶은 건 야구공이 아니다. 야구 선수도 아니다. 바로 무장애 건물로 인증된 챔피언스필드의 어색한 부분을 말하고 싶다. 물론 챔피언스필드에는 휠체어석이 많다. 이동하기도 편하다. 장애인 화장실도 잘 갖추어져 있다. 그처럼 챔피언스필드는 무장애 건물 인증을 받을만하며 전문가들과 운동가들이 어련히 평가했으리라. 그러나 감성적인 눈으로 보면 무장애 건물에 걸맞지 않게 어색한 부분이 있다. 바로 휠체어석의 위치와 배치에서 그것이 두드러져 보인다.

 먼저 위치를 살펴보자. 휠체어석은 3층 순환 통로를 따라 위치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외곽쪽으로 너무 들어가 있어 휠체어석에서는 탁트인 시야 확보가 불가능하다. 4층 구조물이 하늘을 가리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높이 솟아오른 타구의 시원한 맛은 어디론가 날아가버리고 떨어지는 타구의 씁쓸함만 즐길 수 있다. 기둥 쪽의 휠체어석이라면 옆 시야도 잘려나간다. 답답함이 죄어오는 위치다.

 두 번째로 좌석의 배치 구조를 살펴보자. 챔피언스필드에서 휠체어 장애인 커플이 함께 관람하고자 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몇 시간을 떨어져 있어야 한다. 휠체어석 바로 옆에는 꼭 보조인석이 배치되어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시라도 곁에 있고 싶은 두 사람인데 몇 시간을 서로 남남처럼 떨어져 있어야 한다면 인내의 챔피언이 따로 없지 싶다.

 더워서 짧게 끝낸다. 장애인들의 다양한 감성을 반영하여 어색한 부분이 제로에 가까워지길 바란다. 챔피언스필드가 창피하지 않는 무장애 건물로 광주의 명물이 되어주길 바란다.

 날이 뜨겁다. 야구가 뜨겁다. 그보다 사랑이 뜨겁다.

조선남



나와 우리의 스토리를 담백하게 풀어가는 홀로 문객 조선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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