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마실<2>

 `아리랑쓰리랑아리아…’
 네모난 성냥곽의 테두리를 따라 아리랑 가락이 흐른다.
 `그야말로 옛날식’을 본떠 요새 만든 성냥인가 했더니, 1985년 2월생. 상표는 `아리랑’으로, 무려 30년이 넘었건만 정동규(81·순창 적성면 석산리 강경마을) 할아버지 댁 바깥 부삭에 천연덕스레 놓여 있다.
 “오래 되야서 귀물이요. 근게 놔둔 거시요. 라이타가 잘 안 켜질 때문 시방도 가끔썩 쓰고.”
 점점 사라져가는 불씨이지만, 예전에는 집집이 필수품이었다. 정제 아궁이나 쇠죽가마 곁에 꼭 있어야 했고, 급작스레 정전이 되곤 할 때도 요긴했다. 집안 살림이 불처럼 활활 일어나라고, 집들이선물로도 인기였다.
 `비사표 성냥’ `유엔 성냥’처럼 나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 `아리랑 성냥’은 주식회사 조일성냥에서 만들었다. 성냥곽 밑면까지 판촉 광고를 싣는 용도로 알뜰하게 활용했다. 인사성 바르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가 양쪽 귀퉁이에 세로 글씨로 흐르고 `광고용 성냥’을 주문할 사람들을 위해 성냥대리점을 안내하는 내용.
 그 와중에 상표등록 표시 끝부분에 `방첩’이란 두 글자가 난데없이 끼어든 데서도 시대상을 본다.
 개봉하지 않아 뚜껑까지 온전한 성냥을 볼짝시면, 한복 떨쳐입은 여자가 장구를 치는 고전적인 디자인이 눈길을 끌고, `죄송합니다 아껴쓰세요 점선을 따주세요’라는 문구도 흥미롭다. 아껴쓰라는 참견이 죄송한 건지 점선을 따야 하는 수고를 끼쳐서 죄송한 건지 모호하지만, 소박한 소통의 묘미가 있다.
 성냥개피 개수야말로 실로 `중헌 것’이라는 듯, 밑면에 확 띄게 표기한 것은 `750개피 이상’.
 할아버지는 그간 700개피 정도 썼을까. “인자 째까 남았응게 애껴 써야 할랑개비여.

글=남인희·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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