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조왕할매가 오래도록 거처하셨을 게다.
 새벽마다 정화수 새로 떠놓고 할매 어매들은 부뚜막에 좌정한 조왕할매한테 손을 비볐으리.
 천정과 서까래와 벼랑박에 빈틈없이 치밀하게 내려앉은 끄스름. 그 끄스름의 더께가 이 정제에 내려쌓인 시간과 어매가 차려냈을 `삼시세끄니’의 `끄니수’를 증거하고 있다. 켜켜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집에 서린 `밥의 역사’를 새기고 있다. 삼시세끄니 신성한 분배가 이루어지기까지 그 모오든 애틋하고 절실한 땀과 고투를.
 조왕할매가 불과 부뚜막을 지키며 집안의 복과 화를 관장하던 그 시절엔, 어매가 끄니때마다 솥뚜껑을 윤기나게 반질반질 닦아내던 그 시절엔, 알전구도 촉수와 상관없이 이곳을 환히 밝혔으리.
 이제 조경휴(72·순창 적성면 석산리 입석마을) 할아버지 혼자 거처하는 집.
 지난 시절 온식구 한데 북적북적 둘러앉았을 밥상 앞 정경을 이 정제만이 증언해 줄 뿐이다.

글=남인희·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