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술년(1934년) 개띠 이승재(임실 덕치면 천담리 구담마을) 할아버지의 나이 계산법이다.
“우리 소는 스물 다섯 살이여. 뿔따구를 시어보문 알아. 뿔다구에 모디 모디가 있잖여. 1년이문 한 모디가 생겨나.”
이승재 할아버지의 일소 나이 계산법이다.
“우리 소가 일을 원판 잘혀. 봄으로 가실로 논에 가고 밭에 가고. 우리는 식구나 똑같이 살아.”
이 집에서 밥상을 제일 먼저 받는 것은 외양간 소.
“언제나 소 모냐 믹이지. 소는 배고파도 말을 못허잖어. 배고픈 속을 알아줘야지.”
할아버지는 새로 베어 온 깔(꼴)을 소한테 들이민다. 방금 지게에서 내린 깔은 푸드마일리지(생산지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소요된 이동거리)가 최소화된 로컬푸드인 셈이다.
“소는 사료보다 이런 것을 좋아라고 해. 목장 소는 이런 고급음석 못 묵어. 소 묵고자운 것 주가니. 사람이 주기 핀헌디로 주제.”
물통에 된장을 풀어 휘휘 저어 소 물그릇으로 쓰는 확독에 부어주는 할아버지.
“자식 믹인 것하고 똑같애. 사람이나 소나 된장을 먹어야혀. 된장 안 먹으문 뼈다구가 영글들 안해.”
소뿔도 꼬부라든다는 무더위를 이겨낸 장한 소. 옴싹옴싹 소가 먹는 모냥을 들여다보던 할배, 가만히 소 목덜미를 쓸어주고 있다.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김종삼, `묵화’)
글=남인희·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