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께가 내 생일이었어. 그러기 따무로(때문에) 나는 인자 팔십오로 들어가. 오늘부터는 어매 뱃속에서 나와서 활발시럽게 살았은게.”
 갑술년(1934년) 개띠 이승재(임실 덕치면 천담리 구담마을) 할아버지의 나이 계산법이다.
 “우리 소는 스물 다섯 살이여. 뿔따구를 시어보문 알아. 뿔다구에 모디 모디가 있잖여. 1년이문 한 모디가 생겨나.”
 이승재 할아버지의 일소 나이 계산법이다.
 “우리 소가 일을 원판 잘혀. 봄으로 가실로 논에 가고 밭에 가고. 우리는 식구나 똑같이 살아.”
 이 집에서 밥상을 제일 먼저 받는 것은 외양간 소.
 “언제나 소 모냐 믹이지. 소는 배고파도 말을 못허잖어. 배고픈 속을 알아줘야지.”
 할아버지는 새로 베어 온 깔(꼴)을 소한테 들이민다. 방금 지게에서 내린 깔은 푸드마일리지(생산지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소요된 이동거리)가 최소화된 로컬푸드인 셈이다.
 “소는 사료보다 이런 것을 좋아라고 해. 목장 소는 이런 고급음석 못 묵어. 소 묵고자운 것 주가니. 사람이 주기 핀헌디로 주제.”
 물통에 된장을 풀어 휘휘 저어 소 물그릇으로 쓰는 확독에 부어주는 할아버지.
 “자식 믹인 것하고 똑같애. 사람이나 소나 된장을 먹어야혀. 된장 안 먹으문 뼈다구가 영글들 안해.”
 소뿔도 꼬부라든다는 무더위를 이겨낸 장한 소. 옴싹옴싹 소가 먹는 모냥을 들여다보던 할배, 가만히 소 목덜미를 쓸어주고 있다.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김종삼, `묵화’)

글=남인희·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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