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은 사방으로 열렸지만 냉기만 가득

 SNS가 홍수처럼 생겨나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소통이 쉬워졌다고 하지만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 산다는 것이 가끔은 무서워지기도 합니다.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아도 가벼운 터치와 클릭 한 번이면 알 수 있고 볼 수 있는 연예인 이야기, 사회 이야기처럼 너무나 많은 뉴스와 가십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 중에는 정말 믿고 싶지 않거나 믿을 수 없는 이야기 또한 언제나 포함 되어 있으니까요.

 다만 쉽고 다양해진 소통 방법 만큼 달라진 것이 또 하나 있다면 바로 ‘표현의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글자가 된 대화와 활자가 된 한마디처럼 말이죠.

 대화창이라는 딱딱한 네모 안에 가득찬 글자와 화려한 이모티콘으로 대신하는 감정표현들, 그 또한 나와 그 사람의 대화이고 그 또한 함께 있지 않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표현임을 알면서도 불쑥불쑥 왜 이렇게 쓸쓸할까요?
 
 연예인 누가 누구를 만나고 누가 누구랑 결혼을 하고 빗길에 눈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몇 명이 죽고 몇 명이 다치고 탄탄한 배경을 가진 어느 집안 자제가 취업비리 병역비리에 연루되고 금수저가 되고 흙수저가 되고.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이고 누군가의 형제이고 자매이고 가족이었을 한 사람이 차마 다 헤아릴 수 없을 이유들로 인해 그의 생이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플까요?

 내 일이 아닌데….

 그저 인터넷에 떠도는 뉴스 하나 글 몇 줄 읽은 것뿐인데 말이죠.

 너무 많아요. 너무 빨라요. 몰랐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안 되나요? 그러면 안 될까요? 혹시 그렇다면… 뒤쳐지는 사람이 되는 건가요?

 온통 넘쳐나는 글자와 활자에 눈이 아파요. 마음이 아파요. 그렇지만 변하는 것들에 대해 무조건 싫어하고 거부하고 탓할 수만은 없겠죠. 스마트폰이든 인터넷이든 대화창이든 무엇인가 달라진 다는 건 어쩌면 ‘막을 수 없는 흐름’ 같은 것일 테니까요.

 그런데 그래도 가끔은 그리워집니다. 꾹꾹 눌러 쓴 손편지까지는 아니더라도 길고 짧고 딱딱한 활자와 문자가 아니라 내 목소리를 대신한 글자 몇 줄이 아니라 그냥…그냥… 한 마디 한마디 말의 온도와 마음의 온기가 느껴지는 사람의 목소리가 말이에요.
은수
 
 내 얘기를 하며 마음을 꺼내 보이는 것을 어려워하면서도 불쑥불쑥 쓸쓸해 하는,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는 그냥 보통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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