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이란 이런 것인가.정면에 의자 하나, 시계 하나, 측면에 옷걸이 하나, 바지걸이 하나가 전부인 방.

 남원 금지면 서매리 매촌마을 김복임(88) 할매의 겨울방이다. 아궁이에 불을 넣으면 굴 속 같은 조그만 흙방은 금세 포근해진다. 사방 벽이 빈 탓에 시계 초침이 째깍째깍 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리는 고적한 방.

 “요새는 아직 일곱 시가 넘어도 그냥 둔너 있어. 일어나봐야 헐 일이 없은게. 젊었을 때는 말래에 종 달린 시계가 댕댕 울문 잠절(잠결)에 그 소리를 시고 있어. 네 개 치문 안심허고 조깨 더 자. 그 잠이 꿀잠이여. 다섯 개 치문 인나. 젊을 직에는 글케 살았어.”

 각시 적에는 온 집에 시계 하나가 없었다.

 “그 직에는 애기를 나도 몇 시에 낳는지를 몰라. 아침이문 닭 운 소리를 들어. 낮에는 해가 어디만치 있은게 몇 시쯤 됐다 허고, 밤에는 달이 어딨는가 보고 몇 시나 됐겄다 맘적으로 짐작허제.”

 그렇게 새복닭 울 무렵에 낳은 딸, 해 뜰 무렵에 낳은 아들들을 키우고 살았다. 일월성신이 시계였던 시절을 지나 핸드폰이 ‘일곱 시’ 하고 야물딱지게 시각을 알려주는 시대로 건너온 할매.

 시방 할매와 함께 동거중인 것은 고구마 포대이다.

 “존 놈 추래서 새끼들 부쳐주고 물짠 놈만 냉가놨어.”

 어매는 그런 사람이다. 그 중 못쓸 것이 응당 내 몫인 줄 알고 살아온 한 생애. 그렇게 키운 자식들은 뿔뿔이 타관 땅으로 살 자리를 찾아 떠났고 할아버지는 스무 해 전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할아버지 사진은 여름방에 있다. 겨울방엔 할매 사진이 걸려 있다. 식구들 사진도 함께 찡겨 두었다.

 “면에서 불러서 찍어준 것이여. 장수허라고 장수사진이여.”

 저 사진을 벽에서 내리게 되는 날이 어떤 날인 줄 할매는 안다. 그 날도 시계는 째깍째깍 가고 있을 것이다.

글=남인희·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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