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실 덕치면 천담리 구담마을.
 시계는 정해진 약속이 있을 때 가장 존재의 의미를 갖는 물건이다. 약속시간이 임박해 오면 거듭 시계를 확인하게 된다. 어머니는 언제 시계를 볼까.

 어머니는 식구 중에 가장 약속이 많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사실 식구 중에서 가장 약속이 많은 사람은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삼시세끼’라는 지엄한 약속을 평생 지켜내온 사람이다. 일찍이 시계가 없던 시절에도 집집이 마당에는 어머니의 앙부일구(仰釜日晷)가 있었다. 감나무 가지 그림자가 얼마나 긴지, 담벼락의 어디만큼 그림자가 내려왔는지, 장독 그림자가 어느 쪽을 향하는지만 보고도 어머니는 밥때를 어기지 않았다.

 ‘내 식구의 밥때’라는 약속이 사라진 방에서 어머니는 언제 시계를 볼까.

글=남인희·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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