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가 나타났다고 할 때 우리는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날아올랐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아오른다’라고도 말한다. 다시 말해서 해가 질 때, 하루가 끝나갈 때에 우리에게 지혜가 찾아온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혜란 뭘까? 우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컴퓨터에게 지혜롭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뭐든지 계산해주는 계산기에게도 지혜롭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지혜는 지식이 아니다. 속도도 아니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지혜란 관점의 전환, 경험을 통한 생각 그리고 교활함까지도 포함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해가 지기 전 많은 일들을 한다. 사람들은 해가 뜨면 일어나서 각자의 하루를 준비한다. 그리고 해질녘까지 바쁘게 하루를 보낸다. 지식이 중요하며 속도가 필요한 사회에서의 우리 삶은 컴퓨터나 계산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해질녘이 되면 컴퓨터와 계산기 같은 삶을 끝내고 각자의 시간을 만끽하게 된다. 그리고 이때 바로,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찾아오는 것이다.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찾아오면 우리는 그날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게 된다. 좋았던 일, 슬펐던 일, 힘들었던 일, 재미있었던 일들 즉 경험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경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그래서 나는 사실 지혜는 해질녘에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해가 뜰 때부터 준비했다가 해질녘에 서서히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컴퓨터나 계산기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경험이란 것이 있지만 그것들이 지혜롭지 못한 이유는 그것들에게 해질녘이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점점 더 바빠지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해질녘이 잘 찾아오지 않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간다. 그리고 학교가 끝나면 바로 학원에 가게 된다. 학원이 끝나면 집에 와서 숙제를 한 후 잠을 잔다. 경험은 했지만 그것을 돌아볼 시간은 없는 것이다. 결국 지혜는 나에게 찾아오지 못하는 것일까?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나는 이 글을 쓰며 나를 돌아보고 있다. 그 말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곧 해질녘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바삐 살아간다. 그리고 시간에 쫓겨 살지만 그 모든 것은 해질녘의 준비 기간이며, 그 준비 기간 후에는 해질녘이 반드시 올 것이다.
김성훈 <수완하나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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