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입면 서봉리 김옥남(78) 할매네 뻐꾸기시계는 곱게 접은 신문지 모자를 둘러쓰고 있다.

 성정이 깔끔하여 ‘문지(먼지) 앉는 꼴’을 당최 못보는 까닭이고, 한번 내 손에 든 물건은 끝까지 중하게 간직한다는 그 마음이기도 하다.

 ‘새로 가지게 된 것에 얼마 동안 사랑을 쏟는 일’을 ‘사랑땜’이라고 한다. 사랑땜의 기간이 너무나 짧은 것이 지금 시절의 부박한 풍습이니, 흔하디 흔한 한낱 벽시계를 애지중지하는 할매의 마음자리가 물큰하다.

 소쿠리 하나라도 빗자루 하나라도 사그랑이가 되도록 곁에 두고 어루만지는 만남. 사랑땜 시절을 진즉 넘기고도, 다른 데 눈돌리지 않고, 변치 않고, 지치지 않고 지키는 사랑이 있어 할매의 집안엔 애장품들이 가득하다.

 “우리 큰아들 세옥이가 어릴 적 배운 대로 시방은 날 갈쳐. ‘어머니, 어머니가 질(길) 간 사람 물 한 모금만 떠줘도 다 우리들한테 공이 오요, 어머니 베풀고 사씨요’ 만날 그래.”

 스치는 인연일망정 귀히 여기고 물건이든 사람이든 생애를 두고 지키는 그 마음이 오롯이 빛나는 자리. 김옥남 할매의 뻐꾸기시계다.
글=남인희·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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