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살인자의 기억법’이라는 영화의 주인공도 만나보고 싶다. 그는 영화에서 치매가 있는 살인마로 나오는데 그 배우를 처음 봐서 그동안은 무슨 역할을 해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연기를 너무 잘해서 그동안의 연기를 보지 않아도 얼마나 잘해왔을지 짐작이 간다. 이렇게 자신이 맡은 역할에 녹아드는 것이 배우들의 역할이지만 이것이 대중화의 단점 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정말 자신이 아닌 다른 자신을 꾸며 내고 연기를 하며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일은 엄청난 일이다. 절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역할을 하다보면 자신의 정체성을 잃진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었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무슨 아우라가 있을까? 주변 사람들의 말로는 나를 처음 보았을 때에는 되게 조신하고 조용하며 소심하게 보인다고 하였다. 하지만 난 그런 것은 딱 질색이다. 나는 뭐든 깔끔하게 끝을 내고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는 주의이기 때문에 그렇게 조용한 편은 아니다. 나는 나의 이런 성격이 좋다. 약간 ‘자뻑’ 같이 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웬만한 친구들은 거의 다 금방 친해진다. 나는 나의 아우라를 좋아하며 믿는다. 그래서 나는 자신감이 없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조용히 있는 순간 너의 아우라가 나오는 것이라고, 절대 기죽지 말라고.
최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