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혼자서는 4D 영화 관람 불가
 
 “활동지원인이 동행하지 않고 혼자 왔다고 입장을 막고 있어요.”

 휠체어를 사용하는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예매한 표를 손에 들고 있는데 ‘위험하다’며 영화 관람을 막아서는 직원과 통화해서 설득해달라는 전화였습니다. 막고 있다는 그 직원과 통화하게 되었고 ‘안전상의 이유로 휠체어 사용 고객은 동행이 없으면 4D 영화 관람이 불가능하다’는 답만을 되풀이해 들어야 했습니다.

 마침 멀지 않은 곳에서 모임에 참여하고 있던 터라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터미널에 도착해 연락한 활동가와 함께 해당 직원을 만나고자 했는데 전달받고 나온 위 직급의 직원이 우리를 맞았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사고가 있었고 그 때문에 휠체어 사용 관람 고객은 동행이 있어야 4D 상영관 관람이 가능하다는 직원 매뉴얼 조항이 생겼다.”

 우리 앞에 앉은 윗 직급의 직원은 우리에게 한껏 친절하게 그렇게 ‘설명’ 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에버랜드 놀이기구 이용 거부로 위자료 지급 판결을 받은 사례와 장애인차별금지법 상의 관련 조항을 들어 설득하려 해봤지만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기로 하고 지인과 함께 터미널을 나왔습니다.
 
 # 2-적금은 가입 가능 대출은 신청 접수조차 불가?
 
 시설에서 자립한지 5년, 지금 살고 있는 오피스텔 형태의 임대주택보다 좀더 쾌적한 국민임대 아파트로 이사하기 위해 그는 적금을 들었습니다. 손은 사용할 수 없고 발을 이용해 휴대폰이나 키보드를 두드려 의사를 표현하고 두 다리로 O와 X 모양을 만들어 자신의 호불호를 분명히 전달했던 최중증장애인. 시를 쓰고 음악을 즐겨 듣는 그에게 희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기다리던 국민임대 입주 신청에 당첨된 것. 하지만 생계비를 쪼개서 들었던 적금만으로는 입주에 필요한 전세 보증금을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생계비가 입금되고 적금까지 들었던 주 거래 은행에서 대출을 신청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생계비 입금 통장과 적금 통장 개설 때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던 그의 신체 장애가‘대출 신청’에서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신청서를 작성하러 간 그 은행에서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후견인’을 데려와야 한다고 요구 받은 것입니다. 예금 통장도 만들고 적금 통장도 만들고 임대 주택 신청도 할 수 있는, 본인의 의사와 판단이 분명한 사람에게 ‘후견인이 없으니 안 된다’며 대출을 거부한 주거래 은행에 그가 매우 심한 모멸감과 배신감을 느꼈을 것 같았습니다.

 신용 등급 때문도 아니고 상환 능력 때문도 아니고 단지 언어 장애가 있는 중증 신체 장애인이란 이유로 대출 신청서조차 접수를 거부 하는 일이 21세기에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0년이 되는 나라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습니다.
 
 # 3-인권위, 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긴급구제 권고
 
 o 피해자는 의사소통이 어렵고 머리 아래 사지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뇌병변 2급 장애인으로, 장애인 활동지원사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활동지원사는 월, 화, 금, 토요일 4일 간 24시간 지원하고, 수, 목, 일요일 3일 간은 퇴근해, 피해자는 야간에 혼자 생활하고 있었다. 하루 24시간 서비스 지원을 받기 위해 한 달 총 720시간이 소요되나 국가 및 서울특별시 지원의 활동지원서비스 총시간이 598시간으로, 122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o 피해자는 야간에 활동지원사가 없는 날 밤에는 문을 닫고, 벽에 설치된 선풍기도 켜지 않고 잠을 잔다. 그 이유는 외부인이 불시에 들어올 수 있고, 선풍기 과열로 인한 화재발생 우려, 과거 동료 장애인의 전동휠체어 충전 과열 사망사고 등 기억 때문이다.

 o 지난 2일 오전 피해자는 고열과 가슴의 답답함으로 출근한 활동지원사와 함께 집 인근 병원에 가 진료를 받았다. 당시 체온은 38.6도로, 담당의사는 피해자에게 수액 및 항생제를 처방했으며, 큰 병원에서 입원하도록 권유하고, 향후 안정시까지 24시간 간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o 같은 날 피해자와 활동지원사는 진단서를 지참해 주민센터를 방문, 증상을 호소하며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추가 지원을 요청했으나, 장애가 아닌 고열 증상으로는 추가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해당 구청 또한 피해자에 대한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은 복건복지부 및 서울특별시의 적용기준에 따라 최대한 제공한 것으로 추가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o 이에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8조의 규정에 따라, 폭염 속 혼자 생활하고 있는 중증장애인에 대해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긴급구제 조치를 결정했다.
-출처 : 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http://bit.ly/2MRdyLv)
 
 # 4-문제는 몸 밖에 있다.
 
 영화표를 ‘결제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 ‘몸’이 ‘영화 관람’에는 문제가 되는 상황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예금과 적금 ‘통장 개설’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신체 장애가 ‘대출’ 신청서 작성할 때 문제가 되는 상황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활동지원 시간이 부족해서 화재나 무단 침입을 걱정하며 이 더운 여름날 있는 선풍기도 켜지 못하고 견뎌내야 하는 상황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안전하게 자리에 앉아 4D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좌석’하나 없다는 것.

 언어 장애가 있는 고객의 목소리와 의견을 듣고 응대할 수 있는 직원 한 사람이 없다는 것.

 매일매일 이어지는 찜통 같은 열대야 속에 단 하룻밤도 선풍기 버튼을 눌러줄 만큼 활동지원 시간이 충분치 못하다는 것.

 그러니까 문제는 장애인의 ‘몸’이 아니라 몸 밖의 의자와 같은 ‘물리적 환경’과 언어 장애가 있는 이들과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 그리고 마음 편히 선풍기조차 돌릴 수 없을 만큼 부족한 활동지원 ‘제도’에 있는 것 아닐까요?

 국가인권위원회 긴급 구제 결정으로 부족한 활동지원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복지부와 지자체의 움직임이 생겼습니다. 대출 신청 거부와 4D 상영관 관람 거부 문제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 접수 된 상황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신속하고 반길 수 있는 권고 결정을 기대합니다. 몸이 아닌 몸 밖의 ‘문제’들이 해결되며 모든 몸이 어이없는 차별을 경험하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도연
 
 ‘도연’님은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꿈꾸며 장애인운동 활동가로 살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꿈 많고 고민 많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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