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이 되도 밤이 되도 오늘은 오늘이다.

 비가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오늘은 내가 살아야 하는 시간이다.

 휠체어를 탔어도 목발을 짚었어도 몸이든 마음이든 어디가 아프고 어디가 불편해도

 지금 내 앞에 이 하루는 나 밖에 살 수 없는 내가 살아야 하는 시간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되는 모든 순간에도 늘 모든 것아 처음인 나는 그래서 언제나 어렵다.’
 
 요즘 제가 많이 하게 되는 생각입니다. 사는 게 어렵다는 단 한 가지 말이죠.
 
 이제야 조금 선선해졌다고는 하지만 정말 독하고 독했던 올해 여름

 하늘이 아니라 땅에도 구멍이 생길 것처럼 비가 쏟아지던 태풍

 승강기까지 멈춰버린 정전에

 아침으로 저녁으로 꼬박꼬박 계단을 올라가고 내려가야 했을 때도

 그냥 날이 너무 더워서 일거라고 생각했어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고 털어버리려고 했죠.
 
 그런데 되게 똑똑하거나 뭔가를 깊게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느껴지는 건 있었어요.

 세상은 늘 수많은 질문을 하고 있고 그 많은 물음표 중에서 가장 명확한 답을 원한다는 것

 그리고 그건 ‘장애’ 라는 단어 앞에서도 마찬가지 인 것 같아요.
 
 명절 날 나도 당신처럼 버스를 타고 고향에 가고 싶다는 한마디

 그저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 하나 뿐인

 그 한마디를 하기 위해 높아지는 목소리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목숨과도 같을

 “활동지원시간, 부양의무제 폐지, 장애등급제 폐지”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이야기들

 있는 힘껏 마음을 다해도 마음만큼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기도 하는 아픈 이야기들
 
 때 되면 시간마다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시설을 왜 나오려고 해?

 몸도 불편한데 그 몸으로 어쩌려고? 혼자 사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

 거기 있는 게 더 좋을지도 몰라
 
 장애 등급제가 폐지되면 그 다음엔 어떻게 되는데? 그래서 급수 없어지면 너는 어떡할건데?

 장애 연금에 수당에 기초생활수급비에

 받을 건 다 받고 배려도 받으면서 그게 배려인 줄도 모르고

 그러면서 뭘 어떻게 더 해달라고?
 
 사는 건 정말 어려운데

 자기밖에 모르고 자기 때문에 다른 사람 힘든 건 하나도 모르고

 나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건 그렇게 많이 어렵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그게 장애든 장애가 아니든 모든 면에서 말이에요.
 
 얼마나 좋을까요?

 쏟아지는 질문에 정확한 설명과 명쾌한 대답

 그 질문에 딱 맞는 깔끔한 정답만 내어놓을 수 있다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나 같을 순 없겠죠?

 사람들의 모든 생각이 다 내 맘 같을 수도 없는 거구요.
 
 그런데 폭이 좁은 경사로는요? 휠체어를 타고서는 도저히 누를 수 없는 호출버튼은요?

 휠체어가 들어가지 못하고 문이 닫히지 않는 장애인 화장실은요?

 제도적인 기준에 맞지 않고 있어도 사용할 수 없지만

 그래도 편의시설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의시설인가요?
 
 무조건 해주기만 바래서

 받는 것만 당연하게 느껴서 더 달라고 더 해달라고 어린아이마냥 떼 쓰는거 아니에요

 이미 넘치게 받고도 고마운 줄 모르고 더 욕심 부리는 그런 게 아니에요
 
 들어주세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건지

 왜 사용할 수 없는지 왜 사용할 수 없다고 하는지

 무엇이 어째서 왜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는지
 
 더 나아지기 위한 정책마련도 좋고 제도개선도 좋지만

 뭔가가 필요하다면

 필요해서, 필요하기 때문에 뭔가를 갖추고 변하고 달라져야 한다면

 그 변화가 시작되는 소리 또한 시작되었을 거예요.
 
 내가 알고 당신이 알고

 내가 모르고 당신이 모르는 어딘가에서.
은수
 
 내가 나를 어쩌지 못해 혼자서만 끌어안고 부글부글 기어이 상처를 덧내는 바보 아가씨
 달라져야 해 달라져야 해
 나아가기 위해 꿈틀꿈틀 변화와 일탈을 꿈꾸는 뾰족한 소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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