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로라는 여전히 파티복 복장이었다. 파티 내내 칭찬을 쓸어담았던 모자를 쓰고는, ‘이런 모자를 쓰고 와서 미안해요’라는 소리를 하게 되는, 그런 복장이었다. 로라의 손에는 벽장 속에서 한 세월을 보내던 바구니가 들려있었다.

 말에서 떨어져 죽게 되는 일, 죽게 된 사람이 대문 앞에 살게 된 일, 그 사람에게 처자식이 있는 일.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었다. 가든파티 날이 아니었다면 조문조차 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날은 수백 송이의 칼라 꽃들이 대문 앞에 즐비하고, 악단이 와서 흥취를 돋우고, 유명한 빵집에서 온 마차들이 쉴새없이 저택을 누비기도 했던 날이었다. 그저 안타깝다고 생각하고 지나갈 만한 일을 그렇게 내내 마음 졸이게 된 이유는 그날이 가든파티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렇기에 나름대로 유감을 표했지만, 그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보낸 조문객은 로라뿐. 그렇기에 의문이 드는 것이 있다. 그의 죽음은 먹다 남긴 샌드위치와 케이크, 슈크림과 상응하는 것인가? 파티가 모두 끝난 후에 가봐도 되는 죽음이었는가? 저택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은 아니었는가?

 그들의 조문은 단지 죄책감을 없애기 위한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그들이 파티를 취소하지 않은 이유는, 내일엔 내일의 파티가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루라도 파티를 열거나 참가하지 않게 되는 것이 그들의 하루를 잿빛으로 만들까? 그들의 하루를 장례식보다 더 암울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송유진 <동신여고 1년, 인문학공간 소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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