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담은 비닐장갑. 파리를 쫓는 실용적 장치. 담양 창평면 외동리.
 ‘주전자에 물이 떨어지지 않게 잘 떠다 놓습니다.’
 어떤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적 받은 성적표의 행동발달사항에 그런 글귀가 써져 있었더란다.
 그때부터 그 아이는 언제 어디서나 ‘주전자에 물이 떨어지지 않게 잘 떠다 놓는 사람’이 되려 하였다.
 품이 들어가는 일, 생색도 안 나는 일, 하지만 그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는 일.
 마치 굳은 맹세나 한 것처럼 그런 일을 거듭하는 사이 그 아이는 목마를 때 꼭 그 자리에 있는 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시방 어느 시암가에서 길어올리는 물 한 방울을, 어느 텃밭을 어느 들녘을 적실 물 한 줄기를, 생각한다.
 메마른 자리를 희망으로 바꾸는 물의 행로에 깃든 몸공들이 거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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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루 위로 대룽대룽 매달아놓은 물장갑.

 설치미술이 아니다. 과학적 논리가 적용된 실용의 장치. 파리를 쫓기 위함이다. 파리의 겹눈은 모든 형태를 모자이크로 본다. 물을 채운 비닐장갑은 볼록렌즈 역할까지 하니 물장갑에 비친 제 모습을 거대한 괴물로 착각하고 달아나는 것.

빈 페트병에 물을 채우면 뚝딱 완성되는 물베개. 순창 적성면 대산리.|||||

 살생하지 않고 다만 겁을 주어 쫓아내려는 점잖은 마음이 거기 걸려 있다.

 가만 놓여 있는 것만으로도 모정의 풍경과 의미를 완성하는 목침. 그를 대신할 ‘궁즉통(窮則通)’의 산물도 있다. 빈 페트병에 물을 채우면 물베개가 뚝딱 완성된다.

 목침보다 훨씬 간편하게 만들 수 있고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이무롭게 굴려 건네기도 좋다. 재활용의 정신에 충실할 뿐더러 물을 베고 눕는 낭만까지 안겨준다.

 빈 마룻바닥에 툭 던져진 듯 무심히 놓여 여름 한낮 산들바람 덮고 잠드는 쾌(快)한 오수를 거든다.
글=남인희·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최성욱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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