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아는 오늘도 나의 머리를 어김없이 툭툭 친다. 그 어떤 생각도 하기 싫은 때, 나의 생각 속에 관여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이데아이다. 가끔씩은 하루 종일, 넓게 보면 1년 동안, 더 크게 보면 평생 동안 나를 괴롭힐 놈이다.

 우리 사회는 나눠진다. 이데아를 하는 사람들, 즉 ‘idea-ing’. 이데아를 하게 하는 사람들. 즉 이데아를 좋아하는 사람들, ‘idea lover’. 그리고 이데아를 지배하는 사람들 ‘idea controller’까지. 이 중 나는 이데아 하는 사람에 속하는 것 같다. 학생으로, 누군가의 아들로, 어떤 집단의 소속원으로 움직이며 들어오는 나의 이데아는 마치 약을 간 시계마냥 계속해서 속도 내어 돌아가고 있다. 나의 머릿속 계획, 상상, 의지, 관념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내 앞에는 언제나 이데아를 지배하고 소유한 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을 목표로 두고 있는 지금의 나 또한 이데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돌아가는 것이다. 더 재밌는 건, 이데아는 수동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데아는 결코 그 어떠한 외부의 힘이 관여해선 안 된다. 이데아를 하다가 아무리 망쳐도 내 책임이다. 내 잘못이다. 그래서 나는 이데아가 좋다. 어떤 사람도 나를 무시할 수 없다. 나 스스로 나를 원망하고 다시 일어서기 때문이다.

 물론 내 옆에는 이데아에는 다른 외부환경이 개입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아무리 개입한다 한들, 나의 생각의 범위까진 침입하지 못한다. 수 십 억을 받는 입시 코디네이터도 생각을 움직이도록 채찍질할 순 있어도 개입하진 못한다. 즉, 어떤 이데아도 내가 마음을 열지 않는 이상 밖으로 나갈 수도, 안으로 들어올 수도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데아를 너무 지키려고 안간힘을 쓴다면 쓸데없는 힘을 쏟아 부은 것밖에 더 되지 않을 것이고, 이데아를 너무 지키지 않는다면, 그냥 머릿속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데아만 있고 실천이 없는, 또 실천은 있지만 이데아가 없는 그런 상태까지 닿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데아는 계속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데아가 사용되지 않고 머무는 현상은 실제로 많이 나타난다. 요즈음 나의 방학 스케줄은 그야말로 깔때기 같은 일상을 만들었다. 공들여 만든 스케줄 표를 책상에 딱 붙여놨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계획은 한 번에 무너진다. 깔때기다. 내 이데아의 터전 그 어딘가에 구멍이 뚫린 것 같다. 이럴 땐 나도 내 자신이 싫다. 이 때 관여하는 것은 내 이데아의 법칙 중 하나인 ‘다른 사람을 탓할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결국 다 내 탓이다’이다. 나는 지금 실제로 이 이데아의 법칙을 무시한 벌을 받고 있다. 하루 할 걸 그 다음 날로 넘기고 또 넘기고 있다. 하지만 이 순간에 가장 중요한 건, 나는 이데아의 법칙이 싫다는 거지 이데아가 싫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늘 나는 이 이데아의 존재에 대해 파악하면서 이 이데아의 세상은 말할 수 없이 굉장하다는 걸 깨달은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 나도 이 글을 쓰면서 이데아를 하고 있기 때문, 즉 idea-ing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진영<송원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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