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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세 할머니의 집<2>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기사 게재일 : 2019-07-05 06:05:02
▲ 거센 물살도, 질척질척 들러붙는 진흙같은 생의 무게도 헤치며 이 생애를 건너왔다. 심계순 할매의 이력(履歷)이 이 굳세고도 애잔한 신발에 담겼다.
 더 넓은 곳, 더 높은 곳, 더 값나가는 곳에 이르고자 하지 않았다.
 껍데기의 무늬를 탐하여 떠돌기보다, 그 속내에 견결한 항상심을 지켜온 이들의 거처엔 켜켜이 첩첩이 쌓이고 쌓인 시간의 무늬가 빛난다.
 오로지 심겨진 자리에서 피할 수 없는 비와 바람을 꿋꿋하게 견뎌낸 위대한 생애의 집들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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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길들이며 함께 늙어왔다. 심계순 할매의 키.

 힘없는 존재들의 힘센 연대. 나 홀로가 아닌 항꾼에.

 몽당빗지락 두 자루가 합해져 한몸을 이루었다. 할매의 손길이 빚어낸 이 세상 유일무이한 명품.

 한번 내게 온 인연은 쉬이 내치지 않는다. 서로를 길들이며 함께 늙어왔다. 할매와 키. 허물어진 자리일랑 조각조각 덧대 가며 보듬어 왔으니 할매의 ‘사랑땜’엔 종료기한이 없다. 닳고 닳을지언정 아조 못씨게 되는 그 순간은 할매들한테 도통 오지 않는 시간이다.

 모든 물건들이 제 명대로 사는 세상은 덜 버리는 세상이다. 자본이 부추기는 소비를 덜하고 쓰레기를 덜 만드는 세상이다.
사람은 갔어도 ‘그 아까운 솜씨’는 남아 있다. 박길님 할매의 손길과 세상을 뜬 할배의 손길이 여전히 이 채반에서 만나고 있다.

 할매들한테 ‘버려 마땅한 것’은 없다. 낡고 찌그러지고 부서지고 깨어져도 한사코 꿰매고 잇고 보듬는 손길.

 재활용의 정신에 투철한 할매들은 ‘쓸 만하지 않은 것’을 ‘쓸 만한 것’으로 만드는 달인들이다.

 그 유정한 손길 덕에 낡음은 누추하지 않고, 생긴 대로 당당하다.
힘없는 존재들의 힘센 연대. 심계순 할매의 손길이 빚어낸 명품.

 그렇듯 당당하게 늙은 물건들이 암시랑토 않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세 할매의 집.

 노상 ‘곁’에 끼고 사는 것들에 쌓인 그 세월의 무늬가 그이들의 삶의 ‘결’이려니.
낡은 수건은 걸레로 쓴다는 공식을 뛰어넘었다. 가상이 나달나달한 헌 수건에 다망다망 꽃송이를 오려붙여 만든 전화기 덮개. 이상노 할매의 작품이다.

 몇 번이고 꿰매 얽은 고무신. 거센 물살도, 질척질척 들러붙는 진흙 같은 생의 무게도 헤치고 이겨나온 발걸음. 작은 신에서 불굴(不屈)의 이력을 읽는다. 거인의 신이다. 
글=남인희·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

 * 이상노, 심계순 할머니의 고요한 일상을 어지럽히고 싶지 않아 주소지를 밝히지 않습니다
제 한몸 아낌없이 바쳐 모든 티끌을 쓸어내고, 그곳을 정(淨)히 지킨다. 박길님 할매의 일동지.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에도 게재됐습니다.(뉴스검색제공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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