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시체와 밀려난 유령들의 아우성
구조 벗어날 폭발, 그 끝은 언제나 추락!

▲ 구조를 사랑해야 한다. 나라는 인간을 누추하고 꼴 보기 싫게 만드는 그 구조를 미친 듯이 사랑해야만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레이시는 이 미친 사랑을 소리쳐 고백한다.
수직의 세계는 필연적으로 불행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수직은 계급, 계급은 곧 디스토피아. 뭐 각종 SF 만화, 영화, 드라마의 공식이잖아. 하지만 인간은 수직의 구조에 비교적 잘 뛰어들고 잘 적응한다. 은밀할수록 능청스럽게. 관료제는 자리 잘 꿰차서 월급 따박따박 받으면 그만. 빈부격차? 그러려니 해야지 어쩌겠어. 점수나 평점은 모쪼록 잘 받는 편이 좋고.

그렇게 하루하루 팍팍하게 산다. 뭔가를 갖고 싶은 욕망은 커졌다 작아졌다 반복. 쟁취하고픈 꿈은 버렸다가 쥐었다가, 다시 버렸다가. 문득 궁금하다. 이것이 정말로 내 것인가? 적응한다는 것은 포기에 익숙해지는 것, 허락된 것에만 만족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 우리는 꿈과 사랑을 조종당하고 있다. 내일 시체가 발견된다면, 그들은 단지 원하고 바라고 꿈꾼 이들일 테다.

▲가난한 말단 관리의 새로운 반려자

만년 9급 관리 아까끼 아까끼예비치. 모두들 그를 파리보다 하찮게 대하지만 그는 세상일에 도통 관심이 없다. 그저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글씨 쓰는 일에만 몰두하는 별 볼일 없는 인간. 어느 날 심상치 않은 칼바람이 아까끼의 등을 강타하고, 그는 그제야 자신의 외투가 너무 낡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세탁소 주인은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버리고 새 걸로 맞추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하긴, 그 지경이 된 외투한테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선고다. 아까끼는 고민 끝에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작정한다. 차도 안 마시고, 밤엔 촛불도 안 켜고, 밑창 안 닳게 살살 걷고, 속옷은 좀 덜 빨고. 그런데 이 궁핍한 생활 속에서 놀랍게도 그의 내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난다.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외투를 머릿속에 그려보며 정신적인 포만감을 얻을 수 있었다. 자신의 존재가 보다 완전해진 것 같았고, 마치 결혼한 것 같기도 하였으며,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 같았다. 일생을 함께하기로 결심한 마음에 맞는 유쾌한 반려자를 만난 것 같았다. 그 동반자는 두꺼운 솜과 해지지 않는 튼튼한 안감을 댄 외투였다. 웬일인지 생기가 돌았고 스스로 목표를 정한 사람처럼 성격이 보다 강인해졌다. 그의 얼굴과 행동에서 보이던 불안과 우유부단함이, 언제나 망설이기만 하던 불확실한 특징이 이제 사라졌다. 때때로 눈에서 불꽃이 보였고, 머릿속으로는 아주 뻔뻔스럽고 대담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옷깃에다가 담비 가죽을 대보면 어떨까?’
- 니콜라이 고골, ‘외투’

드디어 새 외투가 완성된 날은 화려하고도 장엄한 축제였다. 외투를 입은 자체로 아까끼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놀리는 건지 축하하는 건지 모를 동료들의 환호와 생전 처음 초대받은 저녁파티는 당혹스러웠지만. 그는 낯설고 화려한 파티에서 몰래 빠져나와 고요한 밤거리를 홀로 누빈다. 몸을 감싼 부드러운 감촉과 따뜻함에 싱글싱글 웃으며.
그런데 갑자기 그의 앞에 콧수염 강도들이 불쑥 나타난다. 그들은 아까끼를 흠씬 두들겨 패고 새 외투를 빼앗아간다.

완전히 정신이 나가버린 그의 횡설수설을 관청은 건성으로 듣고 높으신 관리들은 역정만 낸다. 여기저기서 실컷 봉변당하고 마음의 병에 지독한 독감까지 얻은 그는 순식간에 앓아눕는다. 펄펄 끓는 몸으로 헛소리를 지껄이던 이 불쌍한 남자는 이내 낡은 침대 위에서 숨을 거둔다. 그런데 아까끼가 죽은 후 뻬쩨르부르그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소문에 의하면, 밤마다 관리의 모습을 한 유령이 나타나 외투를 입은 사람만 보면 관등이고 계급이고 가리지 않고 자기가 잃어버린 그 외투라고 우겨대며 죄다 빼앗아 간다는 것이었다. 고양이 털, 비버 털, 솜, 너구리, 여우, 곰 따질 것 없이 몸에 두르도록 만들어진 것이면 털이든 가죽이든 모조리 벗겨 가 버린다고. 유령 관리는 어느새 깔린낀 다리 너머의 겁 많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포를 안겨다 주었다.
- 니콜라이 고골, ‘외투’

▲취향이야말로 계급이다

헐벗은 첫 번째 인간이 겪었을 태초의 혹독한 추위, 그 추위를 막아줬던 두껍고 억센 털가죽.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생존욕구로 탄생한 그것을 이제는 외투라 부른다. 털가죽보다는 좀 더 세련되고 인간다워졌다지. 속 알맹이의 계급과 인품을 증명하는 외투는 두께보단 때깔이다. 짐승 가죽보다 아래에 서는 우리의 혹독하고 웃긴 처지를 첫 번째 인간은 비웃을까? 아마도 어리둥절할 테지. 그에겐 계급은커녕 계단도 아직 발명 전이니.

“남궁현자 선생님의 혼이 살아 숨 쉬는 이 집에서, 기껏 한다는 짓이 개같이 술이나 퍼마시고! 무식한 것들아, 니들이 예술을 알아?” 기생충의 대화. 우습게도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에게 하는 일갈이다. 그래. 예술적 터치를 느끼려면 좀 더 고운 햇빛과 고결한 취향이 필요하지. 사람이 대단한 것 중 하나가 취향을 가진다는 건데 취향이야말로 계급이다. 미적 감각이나 예술을 즐기는 자세, 원하는 만큼의 지성. 돈 없이 허락되는 건 없다. 가난한 이들은 자신에게 허락된 곳으로 몸을 피신시키듯 어떤 것을 좋아한다. 쓰고 보니 내가 내 문장에 발끈한다. 하지만 닿지 않는 것을 원하면 불행해지는걸.

별다른 꿈이나 희망을 좇지 않는다. 특별한 삶이나 지성은 더더욱 원하지 않는다. 무슨 뜻인지도 모를 글씨를 정성들여 쓰면서 바보로 사는 것이 그가 선택한 생존방법. 하지만 선택지가 하나 뿐인 선택은 선택이 아니잖아? 물론 아까끼처럼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 소소한, 그것도 아주 소소한 행복이 난 취향이야, 혼잣말하며 웃어넘길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어느 날 더 큰 행복에 눈을 뜬다면, 평소와 다름없던 추위가 뼈에 더 깊이 사무치고, 그래서 더 좋은 외투가 갖고 싶어진다면, 당신은 그것만으로도 불행해진다. 꿈꾸는 순간 마음으로 잃을 테니. 그게 뭐든.

어디선가 갑자기 돌풍이 불어와 그의 얼굴을 세차게 때렸다. 누군가 옷깃을 엄청난 힘으로 잡아채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돌리자 작은 키에 낡아빠진 제복을 입은 사람이 보였다. 그의 얼굴은 눈처럼 창백했고, 완전히 죽은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고위층 인사가 극도의 공포를 느낀 까닭은, 죽은 사람의 입술이 일그러지면서 무덤 냄새를 풍기며 다음과 같이 말했기 때문이다.

“아! 바로 네놈이로구나! 이제야 네놈을, 그러니까 저, 옷깃을 잡았구나! 난 네놈의 외투가 필요해! 내 사정을 좀 봐주지는 못할망정 그렇게 야단을 치다니, 자, 이젠 옷을 내놔!”
- 니콜라이 고골, ‘외투’

생계와 계급과 취향이 너무나 복잡하고 끈끈한 매듭으로 얽혀버린 곳에서는, 먹을 밥이자 신분증이자 트로피 등등이 고작 외투 한 벌로 묶일 수 있다. 작은 것만을 탐하고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도록 사육된 사람의 추운 영혼을 빌어먹을 꿈은 파고든다. ‘난 먹을 밥이면 족해’ 말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머저리가 돼서는 ‘담비 털을 몇 푼이면 장만할 수 있을까?’ 하는 멍청한 고민을 밤새 들떠서 하고 있다. 그 멍청한 소망은 악하지 않다. 그러나 악하지 않음에도 결코 뜻대로 안 된다. 아이고! 외투도둑의 상처받은 영혼은 좀 데워졌을까? 그는 고급 외투를 입고 좀 더 위엄 있는 유령이 됐나? 외투가 불쌍하고도 웃긴 그 유령을 더 높은 천국으로 편입시켰으려나?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생존욕구로 탄생한 외투. 털가죽보다 세련되고 인간다워졌다. 속 알맹이의 계급과 인품을 증명하는 외투는 두께보단 때깔이다.

▲분주하고 경쾌한 디스토피아

레이시는 아침에 일어나면 거울 앞에 선다. 예쁘장하고 말끔한 얼굴 옆에 뜨는 숫자는 늘 4.2 언저리. 만족하거나 의기소침하지 않는다. 대신 연습한다. 하하하! 호호호! 경쾌하면서도 불쾌하지 않게, 호의적이면서도 헤프지 않게. 하지만 계속 웃다보면 소리는 점점 괴기스러워지고, 왠지 그냥 다 모르겠는 기분. 그래도 굴하지 않는다. 쉽게 굴하지 않아야 한다.

띠링띠링! 밖을 나서면 분주한 손가락과 경쾌한 소리들. 수많은 인사가 오고간다. 쿠키를 서비스로 준 카페 직원에게, 조깅하다 마주친 잘생긴 이웃에게,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상류층 여자에게도. 사무실에선 3점 초반대로 곤두박질친 동료가 안쓰러운 몰골로 스무디를 돌리고 있다. 3점 밑으로 내려가면 짤리는데. 뭐 어쩌겠어. 석연치 않은 것을 넘길 수 있어야 산다.

“나오미는 다섯 살 때 미술 캠프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겁먹은 저를 위해 말을 걸어주었죠. 우린 함께 렉스 아저씨 인형도 만들었어요. 아직도 간직하고 있죠. 항상 제 책상에 놓여있어서 매일 나오미를 떠올리게 해줘요. 나오미가 제게 어떤 존재였는지, 지금은 어떤 존재인지를요. 이 자리에 서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이 바보 같은 세상에서 그녀가 누구보다 행복하길 바랍니다. 사랑해, 나오미.”
- 블랙미러, 추락(Nosedive) 中

레이시는 지금 사는 아파트를 떠나 고급 주택에 입주하고 싶다. 4점 후반 사람들에게 어필하세요! 컨설턴트의 충고에 그녀는 책상 위에 놓인 낡은 인형을 집어 든다. 사진을 찍어 업로드하자 예상대로 걸려온 전화. 결혼을 앞둔 나오미가 들러리를 부탁한다. 렉스 아저씨 보니까 옛날 생각나더라. 마음이 너무 좋았어. 눈물짓는 얼굴 옆으로 평점 4.8이 떠있다. 어쨌든 살길 열린 레이시는 축사를 손으로 꾹꾹 눌러쓴다.

결혼식 아침, 낭독 연습을 하는 그녀의 머릿속은 아파트 계약금과 하객 리스트뿐. 그래 별 좀 받겠지, 높으신 분들한테. 그게 어때서? 너랑 사는 거 지긋지긋하다고! 빈정상한 남동생은 0점을 날리고, 기다리다 화가 난 택시기사도 점수를 깎는다. 허둥대다 부딪힌 여자도 소중한 평점에 생채기를 낸다. 어째 일진이 안 좋다.

“점수라는 게 말이야, 한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무서운 속도로 떨어져. 다들 날 자기들 밥그릇에 똥이라도 싼 사람처럼 대하더라고. 그런데 세상에! 기분이 너무 좋지 뭐야? 꽉 끼는 신발을 벗어던진 것 같았지. 그쪽도 해보지 그래?”
- 블랙미러, 추락(Nosedive) 中

겨우 도착한 공항에서는 비행 편이 취소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 레이시는 애원한다. 난 꼭 가야해요. 제발 좀 도와달라고! 언성 조금 높였을 뿐인데 난동을 부렸다는 이유로 공항 안전 요원은 평점을 1점이나 강등시킨다. 차타고 가지 뭐. 하지만 대여한 차량마저 밤새 배터리가 떨어지고, 히치하이킹을 해보지만 아무도 세워주지 않고, 겁먹은 운전자들이 날리는 0점 때문에 평점은 점점 더 곤두박질친다.

캄캄한 도로를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거대한 트럭이 옆에 선다. 나이 든 여자 운전수의 평점은 무려 1.4! 괜찮아, 안 잡아먹어. 수잔은 자신의 평점이 4.6이었다고 고백한다. 남편이 암에 걸리기 전까지는. 명망 있는 의사들마다 찾아다니며 별 다섯 개를 날려댔지만, 4.3인 남편 대신 4.4점인 사람이 치료를 받았단 얘기. “남편이 죽자 난 그랬어. 다 X까!”
작은 것만을 탐하고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도록 사육된 사람의 추운 영혼을 빌어먹을 꿈은 파고든다. 아까끼의 멍청한 소망은 결코 악하지 않다. 그러나 악하지 않음에도 결코 뜻대로 안 된다.

▲세상이 불행할수록 추락도 순식간

“가장 오래된 친구가 왔으면 좋겠다며.”
“그땐 4.2였지. 4점대 초반인 너와의 우정을 하객들에게 보여주는 게 완벽한 시나리오였다고. 적어도 0.2점은 올라갈 전망이었어. 근데 넌 이제 3점도 안되잖아? 미안해.”
“그럼 모든 게 평점 때문이었어?”
“집어 쳐! 너나 나나 둘 다 점수 때문이었지. 너도 하객들한테 점수 받는 게 목적이었잖아?”
- 블랙미러, 추락(Nosedive) 中

중국이 소셜 신용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기사를 본 많은 사람들이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의 추락 편을 떠올렸다. 점수가 낮으면 고용, 대출, 주택 임대에 불이익을 받고 심지어 인터넷 속도도 느려진다던데. 각막에 시스템을 이식받는 대신 CCTV와 스마트폰 기록이 점수로 환산되겠지. 밥벌이, 평판, 자아실현, 그리고 자기위로. 이 모든 것이 별 다섯 개로 실현되는 가상의 미래를 목격한 나의 눈동자가 다시 현실을 비춘다. ‘

하나가 추락하면 몽땅 다 추락’이라. 누구나 잘 살고 싶은데, 잘 살려면 추해져야 하고, 세상은 부추긴다. 성실한 시민일수록 쉽게 자신을 속이겠지, 안 가져본 것들을 위한 숫자놀음으로. 그러나 하얀 치아들이 괴기스럽게 반짝이는 미친 곳에서 폭발은 순식간이다. 폭발의 끝은 언제나 추락이다.

야외 예식장 앞에는 ‘3.8 이하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진흙탕으로 곤두박질 친 레이시는 뚜벅뚜벅 걸어와 마이크를 잡는다. 쉽게 굴하지 않아야 한다. 석연치 않은 것은 넘겨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구조’를 사랑해야 한다. 나라는 인간을 누추하고 꼴 보기 싫게 만드는 그 구조를 미친 듯이 사랑해야만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사랑을 속이고 자신을 속이는 삐까뻔쩍 군중 앞에서, 레이시는 이 미친 사랑을 한 오라기 거짓도 위선도 없이 소리쳐 고백한다. 그녀의 평점을 0으로 수렴하도록 한 피맺힌 축사의 대가는 특별하다. 내일부터 거울을 보면 빌어먹을 숫자는 뜨지 않을 테니. 깨끗한 각막은 웃을 필요 없는 흉한 얼굴만을 비출 테니. 완전히 밖으로 밀려난 레이시는 엉엉 울 것이다. 그리고 웃을 것이다. 진심으로.

“제가 평생 나오미를 우러러봤다는 건, 나오미는 평생 저를 내려다봤다는 거겠죠? 항상 웃으면서 말예요. 내가 변기에 토할 때마다 옆에서 머리채를 잡아준 거 고마웠어, 나오미. 난 항상 네가 되고 싶었어. 그리고 아마 그래서 날 네 곁에 뒀겠지. 제기랄! 어린 시절 미술 캠프에서 만난 소녀, 겁먹은 저를 위해 말을 걸어주었죠. 함께 렉스 아저씨 인형도 만들었어요. 렉스를 보면 네가 생각나. 그때 네가 내게 어땠는지도. 이딴 쓰레기장에 와서 참 영광입니다! 사랑해, 나오미! 항상 널 사랑했어! 사랑한다고!”
- 블랙미러, 추락(Nosedive) 中

세상이 불행할수록 추락도 순식간이다. 사회적 죽음이든 진짜 골로 가는 것이든. 불쌍한 그가 외투 한 벌 가지려는 것뿐인데, 불쌍한 그녀가 평점 조금 올리려는 것뿐인데. 다 불쌍한 사람들인데. 그들에게 허락된 것이 고작 비웃음과 블랙코미디라니. 젠장! 하지만 어쩌랴, 악하지 않은 이들의 간절한 바람이 쉽게 짓밟히고 희극이 되는 이놈의 세상을.

밖으로 쫓겨나고 아래로 밀려난 것들은 유령이 된다. 그들은 밤 깊은 골목 아무 옷깃이나 잡고 소리 지르거나, 쇠창살 너머 꼬나보는 얼굴에 대고 우렁차게 욕설이라도 날린다. 유령이 제일 잘하는 짓은 산사람 놀래키기니까! 아직도 그 뭣 같은 구조 안에서 젠체하고 있는 머저리들 골탕 먹이기, 소리 지르고 깽판치기, 그 틈에 내 울분도 슬쩍 날려 보내기.
김연우 <인문학교 아나키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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