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를 넘어 평화공존의 한반도로
‘현실적 실체로 다가오는’ 전쟁 막는 노력을

북한 김정은이 신형 지상대해상 미사일 ‘바다수리-6형’ 시험 발사를 지도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5일 “김정은 동지께서 14일 오전 해군에 장비하게 되는 신형 지상대해상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 사격 시험을 지도했다”라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 갈무리. 뉴스1
북한 김정은이 신형 지상대해상 미사일 ‘바다수리-6형’ 시험 발사를 지도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5일 “김정은 동지께서 14일 오전 해군에 장비하게 되는 신형 지상대해상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 사격 시험을 지도했다”라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 갈무리. 뉴스1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남북관계의 완전한 단절과 군사적 긴장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해상국경선’이라는 개념을 처음 언급하면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15일 미사일 사격 시험을 지도하는 자리에서 “조선 서해에 몇 개의 선이 존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또한 시비를 가릴 필요도 없다. 명백한 것은 우리가 인정하는 해상국경선을 적이 침범할 시에는 그것을 곧 우리의 주권에 대한 침해로, 무력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한반도 안보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인 서해에 대한 본격적 공세에 나섰다. 이는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김 위원장이 “우리 국가의 남쪽국경선이 명백히 그어진 이상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령토, 령공, 령해를 0.001mm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 도발로 간주될 것”이라는 발언의 연장선에 있다.

 그간 서해 NLL에서의 우발적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남북 간의 의미있는 합의들은 있었다. 2007년 10월 4일 정상회담에서 남북 당국은 NLL 인근을 공동어로구역 지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리고 2018년 9월 평양에서 체결된 ‘군사분야 합의서’에서도 남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군사적 대책을 취해 나가기로 하였다”며 평화수역 및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그간의 합의내용을 무효화하고 남한을 ‘적대국가’로 규정하면서 다시 서해에서의 우발적 군사충돌을 당장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전쟁 발발 후 예상·대비할 때인가? 

 북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 또한 초강경 일변도이다.

 국방부장관은 신년사에서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적 망동은 곧 파멸의 전주곡이 될 것”이라며, “말과 종이, 헛된 망상이 아닌 오직 ‘강한 힘’을 갖췄을 때 ‘진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맞대응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일련의 행위들을 “반민족 반통일이며 역사에 역행하는 도발이고 위협”이라고 강조하면서 “북한 정권은 지난 70년 동안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을 붕괴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고, 중요한 정치 일정이 있는 해에는 늘 사회 교란과 심리전, 그리고 도발을 감행해 왔다”면서 강력한 정치·군사적 맞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현 정부의 ‘힘의 우위에 의한 대북정책’의 핵심은 ‘자유의 북진정책’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김영호 통일부장관은 지난 2월 5일 열린 ‘통일부 장관-4대 연구원장 신년 특별좌담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의 핵심은 자유”라며 “올해 정부는 자유의 북진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유의 북진정책’은 현 정부가 앞세워온 이른바 ‘자유’의 가치를 북으로 확산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북의 체제를 붕괴시키고 흡수하겠다는 노골적인 흡수통일정책에 다름아니다.

 북한이 우리를 ‘적대국가’라고 규정하며 관계의 단절을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대화에 방점을 찍는 정책을 우선하여 추진하기는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북한과 같이 거칠고 날 선 비난조의 맞대응 방식으로 긴장을 더 고조시킬 필요는 없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고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중요한 책무의 하나라고 한다면, 우발적 상황이 발생해도 연락 채널 하나 가동되지 않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직시하여 위기를 더 키우지 않고 잘 관리하는 것이 남북의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이라는 책임의식을 굳건히 견지해 나가야 한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전쟁 발발 후를 예상하고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 실체로 다가오는’ 전쟁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어야 한다.

 지난해 연말 김정은 위원장은 9차 당전원회의에서 현재의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었고 ‘유사시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으며, 앞으로 ‘대한민국’은 통일의 상대로 여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올해 1월 15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서는 ‘대한민국은 화해와 통일의 상대이며 동족이라는 현실모순적인 기성개념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철저한 타국으로,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한다’고 하며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령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니 자신들의 주권행사 영역을 합법적으로 규정하기 위한 헌법화 필요성도 제기하였다. 그러면서 새 헌법 조문에는 현행 헌법의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표현을 삭제하고 ‘삼천리 금수강산’, ‘8천만 겨레’와 같이 북과 남을 동족으로 오도하는 잔재적인 낱말들을 사용하지 말 것이며,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이며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사업을 강화한다는 것을 명기할 것 등을 주문하면서 다음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개정된 헌법을 심의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후 북한은 속전속결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민족화해협의회 그리고 남측과 해외동포 단체들과 합의하여 결성한 ‘6·15공동선언실천위원회’ 등을 해산하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이라는 애국가 가사에서 ‘삼천리’를 삭제하고 ‘이 세상 아름다운 내 조국’으로 변경하였다고 한다.

 북한의 이같은 대남노선 변화를 명확히 정리하자면 ‘민주와 보수를 막론하고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을 추구하는 대한민국과는 통일의 길을 함께 갈 수 없기에, 남북은 더 이상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가 아니라 실상 전쟁 중인 가장 적대적인 국가관계’라는 것이며, 따라서 남한과는 더 이상 ‘통일’을 지향하지 않겠음으로 ‘모든 대남 관련 조직들을 폐지’하고 그 어떠한 교류와 협력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남북관계 패러다임 전환 필요 

 “공화국의 민족력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 버려야 한다”는 북한의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고 우려스럽다.

 그렇다고 남북관계에 대한 북한의 노선변화를 감정적으로 또는 기존의 논리에 바탕을 두고 즉자적으로 대응할 문제는 또한 아니다. 1972년 7·4공동성명 이후 40여년간 같은 민족임을 내세우고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서로 경쟁하듯이 외쳤지만, 남북관계는 여전히 ‘70년 정전 체제’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고 2022년 이후 남북은 서로를 ‘적’으로 다시 규정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지루한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민족’과 ‘통일’문제에 대해 더욱 더 무관심해져 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국가 선언’ 만을 가지고 마치 남북관계에 피국이 왔다고 체념할 필요도 없다. 차제에 북한의 노선변화를 계기로 구시대적 유물이 되어버린 ‘민족’이나 ‘통일’의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남북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만들어져야 전쟁이 아닌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할지, 여느 나라 사이의 관계가 그러하듯 남북이 서로를 인정하고, 지속가능한 교류협력을 유지해 나갈 지를 고민해야 한다. 남북이 ‘특수관계’에서 벗어나 ‘양국 관계’로 변모할지라도 여전히 어떤 ‘관계’를 형성할 것이고, 적대 위주가 아닌 평화를 지향한 관계를 만들어 가려면 교류와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남북이 남남이 되어가고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대한민국’이라는 말은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다. 우리가 북한을 ‘조선’이라 부르는 건 더 어색할 것이다. 여전히 ‘우리 민족’이란 말이 더 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족주의’에 기반한 남북관계라는 패러다임은 이제는 종언을 맞이하고 있다.

 더 이상 ‘민족’이라는 관계로 남북이 마주할 수 없다면 보다 상식적이고 보다 평화로운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 나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적대와 갈등의 고질적인 분단병에서 벗어나 ‘정의롭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일이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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