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박사의 남도 풀꽃나무] (44)감각의 세계, 털조장나무
촛대 모양 노란 불빛 은은한 향내 풍겨

무등산국립공원에 개화한 털조장나무.
무등산국립공원에 개화한 털조장나무.

 꽃이 피웠어요. 그 노랗게 핀거? 그 이름이 뭐라고 했던가요?

 아… 털조장나무요….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무등산국립공원 함충재 일원에서 3월 21일에 첫 꽃망울을 터뜨렸다며 봄꽃 소식을 전해준다. 한걸음에 달려가 올해 첫 개화한 털조장나무를 만났다.

 올해 핀 꽃은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볼 수 있는 한정판이기에 겸허한 마음으로 들여다본다. 가지 끝에 조그마한 꽃은 봄의 향연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눈에 띄게 아름답다. 오래된 가지나 새 가지나 녹색을 띤 채 그 끝에 촛대 모양의 노란 불빛을 밝히는 꽃은 은은한 향내를 풍긴다. 생강나무나 비목나무보다 향기가 맑아 코끝에서 온몸으로 향기가 퍼진다.

털조장나무.
털조장나무.

 감각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털조장나무가 뿜어낸 맑은 향기가 오늘 하루를 즐겁게 한다. 테르펜의 화학물질이 나와 사람의 심신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낮춰준다고 하니 치유의 숲이 털조장나무숲이다.

 털조장나무는 녹나무과에 속하며 잎의 털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의 생강나무와 유사하고 한자는 낚시조에 녹나무장, 조장나무라고 하는데 꽃모양이 낚시바늘과 낚시추 모양이고 낚시대로 사용하기 좋은 나무줄기라서 붙여진 이름이지 않을까 추정을 해본다.

털조장나무.
털조장나무.

 녹나무과는 전 세계 40속, 1,500여 종이며 이중 한국에는 8속 15종이 분포한다. 털조장나무를 비롯하여 생강나무, 비목나무가 이에 속한다. 이 중 털조장나무는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 Ⅳ등급으로 한 아구에만 분포하는 식물이다. 해외로 잎 한장 반출 못하는 국외반출승인대상이다.

 이 식물은 무등산국립공원의 깃대종이다. 2013년 우리나라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서 식물 깃대종으로 털조장나무를 선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깃대종은 특정지역의 생태, 지리,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야생동식물로서 생태계의 다양한 종 가운데 사람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종으로 정의하고 있다. 현재 전국 국립공원의 깃대종은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관리하는 한라산국립공원을 제외하고 23개 국립공원을 대상으로 총 41종의 야생동식물을 깃대종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털조장나무 열매.
털조장나무 열매.

 생태적 특징은 계곡이나 사면에서 자라는 작은키나무이다. 줄기는 높이 3m에 이르며, 어린 가지는 황록색이다. 잎은 어긋나며, 양면에 털이 있다. 잎 뒷면은 회백색이며, 옆줄 6~9쌍이 뚜렷하다. 꽃은 암수딴그루로 3~5월에 잎보다 먼저 피는데 가지 끝의 꽃차례에 달린다. 꽃잎은 노란빛이며 6장이다. 열매는 둥글고 10월에 검게 익는다.

 우리나라 무등산이나 조계산에 자생하며, 일본에도 분포한다. 세계적으로 일본과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희귀식물이다. 지역주민들은 털조장나무를 생강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노란꽃과 녹색의 새가지, 생강과 비슷한 내음새가 마치 생강나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털조장나무 열매.
털조장나무 열매.

 그러나 털조장나무는 꽃이 가지 끝에 달려 피며, 나무껍질은 오래된 가지든 어린 가지든 모두 짙은 녹색이고, 껍질눈이 있는 데 비해 생강나무는 꽃이 줄기 중간에 달려 피며, 오래된 줄기는 회색이지만 어린 가지는 짙은 녹색이고 흰 반점의 껍질눈이 있어 확연히 다르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분포하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에서도 남도의 조계산과 무등산 일원에서만 제한적으로 사는 털조장나무는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이는 일정 이상 자라면 줄기가 고사하고 그루터기에서 새 가지가 나와서 그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자라되 한 그루터기에서 27개까지 나오기도 하는 등 환경적 적응과 특이한 생존전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북동사면, 북서사면까지 분포하여 햇빛조건이 좋지 않은 생육지에서 잘 자란다. 또한 배수가 잘되는 바위지대나 모래가 섞여 있는 땅을 좋아하며 맹아지인 줄기로 자라는 특이한 생태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무등산국립공원에 개화한 털조장나무.
무등산국립공원에 개화한 털조장나무.

 진 꽃은 또 피지만 꺽인 꽃은 다시 피지 못한다.

 그러므로 주요 탐방로만 이용하되 꽃감상과 눈도장만 찍었으면 좋겠다. 이들이 사는 곳이 주로 낮은 지대의 등산로와 가까운 곳에 자생하기 때문에 쉽게 꺽어 가거나 훼손 우려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국립공원 외 지역은 작은 나무들을 베어내는 숲 가꾸기 사업과 조릿대 침입으로 점점 사라질 확률이 높다. 따라서 생물다양성협약의 나고야의정서에 따른 생물자원의 주도권 확보가 중요함에 따라 학술적 가치가 높은 털조장나무의 개체군 관리와 생육지 보전전략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인위적인 간섭을 줄이고 정밀조사를 통해 털조장나무의 생태적 가치를 파악하고 본격적인 보전 노력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참고 문헌

 https://species.nibr.go.kr/index.do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http://www.nature.go.kr/kpni/index.do/ 국가표준식물목록  글·사진= 김영선

 환경생태학 박사

 광주전남녹색연합 상임대표

 한국환경생태학회 부회장

 부산대학교 겸임교수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