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유영봉안소서 활짝 웃다니…서울시장 시절 부적절 행보

올해 창간 20주년 특집 중 하나로 광주드림은 역대 취재기·뒷얘기를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그때’ 광주드림에 실려 지역사회 큰 파장을 일으켰던 기사들이 어떻게 작성됐는지 이면을 알려주는 읽을 거리입니다. 독자들에게 제공된 정제된 기록으로서 기사가 아닌 ‘비사’라 할 수 있는 정황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것입니다. 한 편의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해당 기자들이 감당한 수고의 일단도 느껴볼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취재기자 관점에서 정리한 기록은 2018년 본보가 출간한 ‘호랑이똥은 멧돼지를 쫓았을까-광주드림 취재기’ 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2005년 4월, 김태성 기자는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광주 5·18묘지 참배를 취재하기 위해 근접에서 동행했다. “남는 건 사진 뿐.” 이메일 등 각종 아이디를 ‘hancut’(한컷)으로 쓸 정도로 열정 대단한 사진기자 김태성의 셔터가 쉴 새 없이 찰칵거렸다.

 묘소를 참배하고 나오던 이 시장이 유영봉안소로 들어갔다. 이곳은 5·18 당시 희생된 시민들의 영정 사진들이 보관된 곳으로, 국가 폭력의 피해자를 대면하듯 누구라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아픔의 현장이다.

 그런데 이렇게 엄숙한 곳에서 이 시장이 갑자기 고개를 젖히고 웃기 시작했다. 5월 영령들의 영정들을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는 이명박 시장. 이 같은 돌출행동은 김 기자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그곳에 사진기자는 그뿐이었다.

 “미친 것 아냐? 도대체 여기서 웃음이 나와?”

 웃은 이유는 베일 속, 본보는 ‘이명박 시장의 부적절한 파안대소’를 사진기사로 고발했다.

 같은 부서 안현주 기자는 해당 사진의 파급력을 직감했다. 평소 친분 있던 오마이뉴스에 제공해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시켰다.

 전국의 누리꾼들이 이 시장의 처신을 질타했다.

 “참배를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하지 않고 그냥 정치적인 쇼로 생각했으니 웃음이 쉽게 나오지.” <누리꾼 ‘water☆☆☆☆’>

 서울시청의 대응도 바빠졌다. 서울시 대변인실은 “당시 이 시장은 코가 막혀서 이를 푸는 과정에서 고개를 젖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난하나?” 김 기자의 카메라엔 당시 이 시장의 웃음의 전말이 수십 컷의 연속촬영으로 기록돼 있었다.

 “당시 드림이 갖고 있던 카메라 기종은 캐논 1D 마크3로, 전국 일간지 중에서도 최고 기종이었어요. 창간된 지 1년 정도 지난 때라 서울시로선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매체여서 얕봤겠지만, 큰 코 다친 셈이었죠.”

 다음날 드림은 연속사진 6장을 실으며 ‘이게 코막힘 푸는 표정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비난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을 넘본다고?” “위선을 보고 있는 게 슬프다” 등등.

 서울시는 “저작권을 사겠다”는 제안도 했다. 드림은 팔 생각이 없었으므로, 가격은 묻지 않았다.

 그런데 이 시장은 유영봉안소에서 왜 웃었을까? 이광재 기자가 별도의 취재에 들어갔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서울시 간부가 사정을 설명하고 무마에 나서면서 웃음의 전말이 드러났다.

 동행한 이들의 농담에 이 시장의 웃음보가 터졌다는 것이다.

 당시 이 시장의 좌우에는 각각 서울시 대변인과 강서구청장이 있었다. 그런데 강서구청장이 유영봉안소를 나오는 길에 이 시장에게 한마디 한 게 사달이 됐다. “이곳 명칭이 제 이름과 같습니다.” 강서구청장의 이름이 바로 ‘유영’이었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기사 원문] 이것이 코막힘 푸는 표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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