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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나무 한 그루가 거대한 산을 이룬다. 그늘도 드넓다.300여 살을 잡순 당산나무는 마포와 산기 두 마을을 잇는 마포다리 부근의 길가에 자리하고 있다. 백마산 아랫마을 마포와 옥녀봉 아랫마을 산기는 마포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이웃 마을. 마포에서는 산기를 `저건네’라고 부르고 산기에서는 마포를 `저건네’라고 부른다.해마다 정월대보름이면 두 마을이 함께 당산제를 지내왔다. 두 마을이 경계 없이 함께 아끼고 돌보고 귀하게 여기는 나무다. 당산나무 건너편 고추밭에서 일하던 장동민(69)씨는 “여럿이 정성을 모으긴 했는디 올해는 옷이 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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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닷컴
2022.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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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환이 부른 민중가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의 원전은 박영근의 시이다.박영근(1958~2006) 시인의 고향은 변산면 마포리 산기마을.그는 전주고를 수학한 뒤 서울로 상경, 현장노동자로 일하다가 노동문화패 `두렁’에 참여하면서 삶의 터를 인천으로 옮겼다. 《반시》 6집에 `수유리에서’를 발표하면서 시인이 됐고, `노동자시인 박영근’은 스물여섯 살이던 1984년에 펴낸 첫 시집 《취업 공고판 앞에서》부터다. `솔아 푸른 솔아-백제 6’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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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닷컴
2022.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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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 꽃동굴이 늘 기억 속에 선합니다. 동굴이죠. 예전엔 터널이란 말 없었잖아요. 저는 꽃 갖고는 절대 터널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꽃동네 새동네 나의 옛고향∼’ 그런 동요를 마음속에서 읊조리다 보면그 정경이 절로 떠오릅니다.” 어린 시절 봄날을 추억하면 `벚나무 꽃동굴’이 먼저 떠오른다는 조찬준(65)씨. 마음속에선 늘 기억하고 재생되는 풍경이었지만, 40여 년이 지나 한 장의 사진으로 오롯이 접하고 보니 더욱 사무쳤다. 찰나이자 영원 속에 있는 풍경이다. 젓독아지 배달하고 소달구지 타고 오던 봄날 “소 고삐 잡은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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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신희
2022.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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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터널을 이루는 비포장길에서 소달구지를 끌고 오는 아저씨와 그 옆에서 걷는 노인과 달구지를 타고 있는 어린아이 두 명. 부안 변산면 마포리 마포(馬浦)마을을 찾아간 건 오래된 옛 사진 때문이었다. 3월호의 `새록새록 이야기곳간’에 소개된 1968년에 찍은 사진 한 장. 당시 전북 지역 평화봉사단원으로 왔던 미국인 브라이언 배리(1945~2016)가 찍은 마포마을 사진이었다. 봄볕이 좋은 날 마포마을로 갔지만 사진 속의 벚꽃나무는 한 그루도 남아 있지 않았다. 소달구지가 가던 길은 국도 30호선 편도 1차선으로 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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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신희
2022.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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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준 ‘산수유 꽃 나락’ 중)뭉게뭉게 번지는 노란 빛, 노란 햇살. 봄은 그집 마당에 먼저 당도했다. 그집 마당의 산수유가 온 고샅을 밝히고 이 마을에 봄을 선언한다.“겨울 지나 젤로 몬야 핀 것이 쟈여. 서리가 허옇게 와도 피고 눈와도 피고. 가을이 되문 또 열매가 바알그레 이삐고.”양해순(85·곡성 오곡면 침곡마을) 어매한테는 정다운 호칭 ‘쟈’로 불리는 나무.“쟈 나이가 솔찬하제. 나 열아홉에 심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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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신희
2022.06.2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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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하나.1987년 5월, 중학생이었던 나는 우연히 금남로에 나갔다가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광주가톨릭센터(현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열렸던 5·18사진전을 보게 된다. 총탄이 관통한 시신들과 무자비한 폭력이 여과없이 담긴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고, 사실상 내게 광주항쟁의 첫 기억이 된 그날의 충격은 이후의 삶에 수시로 소환되는 어떤 기준점이 되었다.기억 둘.1995년 5월. 대학생이었던 나는 5·18전야제를 보러 나갔다가 금남로에 나붙은 그림들(광주미술인공동체의 일곱 번째 5월전 ‘5월 특별법 제정을 위한 35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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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욱
2022.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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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시 지달렸제. 꼬옥 돌아올 것만 같은 맘이 들었제. 긍께 배깥에서 찻소리만 나문 담박질 치고 댕갰어. 우리 아들이 행이라도 택시라도 타고 오는가 싶은께.”김동수 열사의 어머니 김병순(87)씨. 80년 오월 이후 내내 옷주머니 속에 오천 원이든 만 원이든 택시비를 담아두고 살았다.“행이라도 택시 타고 왔는디 돈이 없으문 어찌까 하고, 택시비를 개비(주머니)에다 항시 너갖고 댕갰제. 팽소에도 즈그 아부지가 돈 없어도 여그 오문 뭔 돈이 되든지 있응께 다급한 일 생기문 택시를 타고 오니라, 그러코 애기들한테 당부했거등. 긍께 돈 없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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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신희
2022.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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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햇살은 온통 여기로 모여들었나. 쟁글쟁글 부산스럽고 환하다. 깔끄막진 작은 밭, 온식구가 나물 캐기에 나섰다. 구례 계산리 유곡마을에 사는 안종택(91), 차양순(86) 부부.“설에 부산 딸들네 가서 내∼ 있다가 인자 집에 왔어.”두 달만에 돌아온 집. 왔더니 집에 봄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이러코 큰중 몰랐더니 아조 많이 컸소. 오진꼴 보요.”집 앞의 둔덕에 머위가 수런수런 피어나 있었다.“머구 묵어야 입안에 봄이 오제. 너무 애린 것은 아직 쓴맛이 안 난께 맛이 없고, 너무 쇠아불어도 보드랍들 않제. 지금이 마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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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신희
2022.05.3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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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영 ‘봄봄봄’ 중)봄 들녘엔 호명할 것들이 지천이다.낮게 쭈그려 앉으면 ‘너도, 너도, 너도…’라는 반가운 눈마주침의 연속.양지바른 자리마다 봄까치꽃도, ‘나발쟁이’나 ‘장구재비’라 부르는 광대나물도 한데 어우러져 ‘나도, 나도, 나도…’라고 안부를 외친다.어긋나는 것 많은 세상에 어김없이 오는 봄이 볼긋볼긋. 푸른 아우성처럼 쑥도 쑥쑥.봄날의 쑥이 설에 손지들 세뱃돈이 되고“아이갸. 나를 머더러 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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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신희
2022.05.3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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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추 잔 주까아?”낯선 얼굴을 보고 암시랑토 않게 그 말이 첫인사인 자동떡(85·담양 대덕면 장산리).“인자 밭일 시작했어. 망옷 내놨응께 농사 시작이제. 촌은 시방 숭굴 때여. 요맘때문 흙이 사그락사그락 보드라와져. 땅 녹으문 할 일이 따뿍 찼제. 인자 요놈 망옷 깔아서 ㅤㄲㅙㅅ두럭 쳐야제. 땅콩도 숭그고. 머이든 숭그문 차차로 되아가는 거 보는 재미가 좋제.”“사람 중헌 줄 아는 디서 살아야써”“쪽파가 기운이 없이 물짜더니 인자 쪼깨썩 깨나요. 강한 것들이여. 그 춘 것을 다 전디고. 다 애를 쓰고 전디고 살아.”애쓰고 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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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신희
2022.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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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 인자 자기 밭에 나옴서도 마스크를 써야 하는 시상이 되아불었소. 코로나는 안 끝났어도 봄 와서 따솨진께 좋구만. 징역살이 조깨 풀려난 것 같구만.”흙밭에 앉은 김선이(85·담양 대덕면 운암리) 어매는 “여그가 내 병원이요”라고 말한다.“이러코 일을 해야 맘이 핀하고 좋아.”어매네 밭은 길 건너 소나무가 듬직하게 굽어보는 자리다. 키 29미터에 수령은 350년. 몽한각(夢漢閣, 양녕대군의 증손인 이서의 재실) 들머리의 250살 잡순 또 다른 소나무와 더불어 ‘담양 매산리 소나무’(전라남도기념물 제242호)로 불린다.“나 열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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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신희
2022.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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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랑 한 고랑 전진하고 있다.“혼자 할라문 멀어. 질어. 먼 질일수록 동무가 있어야쓰고 항꾼에 가야써.”무안 해제면 유월리 오류마을 홍춘화(78), 정일심(73) 어매.같은 동네 김선길(66)씨네 양파밭 일을 거들고 있는 중이다.날큼한 낫호미로 풀을 쏙쏙 끄집어 맨다.“누가 어찌코 영리하게 이러코 맨들았으까. 쏙쏙 뽑아낸당께”라고 연장을 치하하던 말씀이 “존 시상은 오기가 이러코도 애러우까. 이 시상을 자꼬 못쓰게 맹그는 것들도 요러코 쏙쏙 매불문 좋으꺼인디” 라고 세상살이에 가닿는다.“땅이 팽야 내 직장”이라는 홍춘화 어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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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신희
2022.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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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2021.06.14)미디어아트 설치작업을 주로 해온 권승찬(49) 작가가 지난 2020년 5월부터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기록하는 ‘드로잉 일기’를 쓰고 있다.스케치북은 물론 서류봉투, 영수증, 카페 냅킨 등 손에 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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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희
2022.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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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산이 진짜 좋아예. 꽃이 이렇게 자라는 모습도 너무 이쁘고. 그래서 항상 내가 들다보고. 고추나무를 만지고 하다보면 참 니하고 내하고 이렇게 만나서 반갑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고추 다 따고 철거할 때는 다음에 또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고.”“좋죠. 내 논에서 나도 이렇게 농사를 지을 수 있고 곡식을 가꿀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죠. 힘들게는 살았지만 너무 좋아요. 지금은.”밀양·청도 송전탑 반대투쟁 17년.2005년 밀양시 상동면 주민들의 첫 집회로 싸움이 시작됐고, 2014년 6월11일 행정대집행 이후 결국 송전탑이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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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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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인들의 자연관을 보면 문득 놀라울 때가 있다. 산은 우주고 양이며 신의 거처라, 땅은 음이고 인간이 사는 세상이라, 땅의 돌과 바위는 사람의 뼈요, 물은 피와 같고, 흙은 살이고, 나무와 풀은 털이며, 안개와 이슬은 숨결로 바라본다.이런 글을 보고 느끼고 실감하던 20대 후반에 나는 담양의 소쇄원에 있었다. 어느 여름 비님이 오시는 날, 소쇄원에 들어서는데, 광풍각의 귀뚝에서 나는 연기가 계곡 아래로 쫙 펼쳐지는 모습이 너무나 신비롭게 보여서 잠시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대체 이건 뭐지. 그렇게 수없이 광풍각과 제월당에 불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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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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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그 깊고 너른 마음을 고길례 어매는 단 몇 글자에 온전히 담아버렸다.한평생 손에 조새 들고 호맹이 들고 굴 까고 밭 매온 어매들이 연필을 쥐고 글을 썼다.사느라 마음속에 묻고 쌓아온 말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는 그 맘은 혼자 삭히고 아들네 딸네들한테 하는 말은 늘 인 조연단 어매처럼.완도 고금비전한글학교에서 글을 배운 어매들의 시화집 《할 말은 태산 같으나》를 본다.받아쓰기 채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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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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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는 아직 깜깜하다. 새벽 5시 순창장(1·6일). 두런두런 사람 말소리 발자국 소리 하나둘 섞여든다. 가게마다 좌판마다 출근하자마자 화르르 불을 지펴올린다. 그 불빛들이 어둠과 추위를 한꺼번에 물리치며 장터의 새벽을 연다.“장사라는 것은 첫새복에 문을 열어야 혀.”오래된 약속을 지키듯 맹추위에도 따순 이불속 꽃잠을 떨치고 일찌거니 장에 나선다.서둘러 불 지핀 자리마다 “불 잔 쫴”라는 말들이 돌림노래처럼 피어오른다.“뭣 사가시요”가 아니라 그 말이 먼저다. 겨울 장터의 ‘아랫목’인 화로 곁. 그 ‘아랫목’에 오가는 누구든 당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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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5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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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이 한 살 더 묵었어.”동지날이라고, 숭얼숭얼 팥죽을 쑤었다. 죽 한 그릇과 더불어 나이 한 살을 더 먹은 날이다.“인자 여섯 들어가.”“나는 싯(셋) 들어가고.”한 해 한 해 함께 나이들어 온 세월이 60년인 이유찬(86), 신정심(83) 부부.남대천이 휘돌아 흐르고, 골목 따라 굽이굽이 흙돌담 이어지는 무주 설천면 지전마을에 산다. 고샅을 걷다보면 감나무 선 자리와 겹쳐지는 돌담은 잠시 끊긴다. ‘담의 논리’만으로 막아서지 않고, 나무에게 선뜻 자리를 내어 주었다.이유찬 할배네 집도 마당가 감나무 선 자리로는 돌담을 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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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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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곁을 지키는 중이다. 어매는 마루에 동그마니 앉아 마당에서 일하는 딸을 고조곤히 지켜보고 있다. “다른 집은 다 끝났어요.” 늦은 콩타작이다. 경기도 부천에서 사는 딸이 고향집에 온 지 며칠째. “엄마 때문에 왔어요. 엄마가 지금 한 발짝도 못 걸어요. 넘어져서 많이 다쳐서.” 일하고 싶은데 어쩌지 못하는 눈과 맘으로 어매는 일하는 딸을 하냥 보라꼬 있다. “안 아팠으문 내가 볼쎄 해불었지라. 일이 있으문 기언치 해불어야 속이 시원한디, 뻗대놓고는 못 사는 성격인디. 긍께 얼매나 애가 탔소. 딸이 안 왔으문 큰일이지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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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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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주려는 마음따위 전혀 없는 넉넉한 웃음이다.어서 오라고 반기는 듯하다. 삿되고 부정하고 해로운 것들을 물리치며 중고마을 큰샘을 지키는 소임을 오랜세월 해온 용.두 눈 부릅뜨지 않고도 할 바를 다해 왔다. 용모를 볼짝시면, 퉁방울눈에 주먹코에 헤벌쭉한 웃음을 짓고 있다. 이 용두(龍頭)를 만들었을 석수의 다순 마음이 전해진다. 위엄과 권위는 진즉에 내려놓은, 소탈하고 이무로운얼굴이다.이 동네 할매 어매들을 대대로 지켜봐왔을 터. 아침마다 물 길어 나르고 푸전가리 씻고 이불빨래 하는 묵묵하고 고단한 일상의 노동의 곁을 지켜온 오래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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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3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