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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주머니란을 만나고 나서 정말 덩실덩실 춤을 췄다. 멸종위기식물이라 귀하기도 하지만 훼손이 심해 복원한 계곡에서 단 한 송이가 삐죽이 꽃대를 내고 나타나 주는 것만으로도 감동이기 때문이다. 같은 장소를 6년 동안 다니면서 5월이면 그 꽃을 만나기 위해 오매불망 설레는 맘으로 기다린다. 어느 해에는 꽃대가 잘려 꽃이 피기도 전에 고사하고 어쩔 땐 아예 보이지도 않아 애를 태운 적이 많다. 온전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결코 방심할 수 없는 꽃이 복주머니란이다.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복원한 계곡에서 만난 복주머니란은 이제 안전
남도 풀꽃나무
김영선
2024.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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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수술이 실밥처럼 길게 나와 햇살에 반짝거린다. 깊은 숲속 어두운 길을 밝히듯 피어난 작은키나무인 꼬리진달래를 만난다. 진달래와는 반대로 잎이 먼저 나오고 꽃이 나중에 피는 한여름날의 꽃이다. 빛깔은 하얀색이나 꽃 모양은 진달래를 닮아 청초하다. 이 아름다운 꽃에 꼬리가 어디에 달렸을까? 척박한 바위지대를 지나 소나무 숲속 그늘에서 푸른 잎에 하얀꽃이 핀 상록활엽수 꼬리진달래를 만나니 감개무량하다. 겸허해진 마음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자그마한 꽃과 꽃잎사이로 10개의 꽃 수술들이 꼬리를 치며 한 아름 안긴다.
남도 풀꽃나무
김영선
2024.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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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웠어요. 그 노랗게 핀거? 그 이름이 뭐라고 했던가요? 아… 털조장나무요….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무등산국립공원 함충재 일원에서 3월 21일에 첫 꽃망울을 터뜨렸다며 봄꽃 소식을 전해준다. 한걸음에 달려가 올해 첫 개화한 털조장나무를 만났다. 올해 핀 꽃은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볼 수 있는 한정판이기에 겸허한 마음으로 들여다본다. 가지 끝에 조그마한 꽃은 봄의 향연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눈에 띄게 아름답다. 오래된 가지나 새 가지나 녹색을 띤 채 그 끝에 촛대 모양의 노란 불빛을 밝히는 꽃은 은은한 향내를 풍긴다. 생강나무
남도 풀꽃나무
김영선
2024.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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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이 지나고 녹음이 짙어질 무렵에 숲속 땅바닥에 무리 지어 피어난 옥녀꽃대, 꽃이라고 부르기엔 매우 특이하다. 꽃잎도 보이지 않고 흰색 수술이 길게 뻗어서 나와 있다. 게다가 수술은 세 갈래로 보이지만 아랫부분에서 합쳐지고 그 끝에는 노란색 꽃밥이 묻어 있다. 꽃밥은 안쪽에 숨어 있어 겉으로는 하얀 수술만 보인다. 최대한 자세를 낮춰서 정서적 유대감이 가능한 눈빛 교환만이 가능하다. 그래서 “옥녀야 너를 바라봄!!”하면서 속삭이는 봄을 맞이한다. 역시 봄은 바라봄이다. 모든 생명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게 한다. 꽃눈도 잎눈도 새롭게
남도 풀꽃나무
김영선
2024.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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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내리는 날, 계곡에서 푸른 잎의 석창포를 만났다. 물흐름이 조금만 강해도 떠내려갈 듯 위태롭게 보인다. 그러나 씨앗을 퍼뜨리기엔 이만한 환경이 없다는 것을 석창포는 이미 알고 있다. 물 따라 바람 따라 종자가 싹을 틔울 수 있는 깨끗한 계곡물이 흐르는 환경조건이라면 상류에서 하류까지 원 없이 떠내려간다. 그리고 씨앗 하나 싹틔울 수 있는 틈을 만난다면 그곳이 어디든 겸허한 마음으로 희망을 틔운다. 물 흐름에 최대한 방해받지 않도록 로제트식물처럼 납작 자세를 낮춘다. 때론 여름날 장맛비가 쏟아져 식물체가 흔들리면서도 돌이나 바
남도 풀꽃나무
김영선
2024.0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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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따라 저지대에 위치한 편백숲에 각시톱지네고사리가 파릇파릇 자라고 있다. 마치 녹색꽃이 피어난 듯 동그랗게 무리 지어 방석처럼 군락을 이루고 있다. 편백숲 상층은 녹음으로 짙어가고 땅 밑은 다양한 고사리 종류와 함께 상록성 각시톱지네고사리가 아름답기만 하다. 톱 또는 지네발처럼 생긴 각시톱지네고사리가 주변숲 전체에 융단을 깔아놓은 듯 일행들을 맞이한다. 마치 원시림처럼 울창한 숲의 생태계가 대자연의 경치를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내고 있어 감동을 한 아름 안긴다. 각시톱지네고사리는 각시와 톱, 지네, 고사리의 합성어로 꽃 이름에
남도 풀꽃나무
김영선
2024.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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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더운 여름날 깊은 산중에서 노각나무를 만났다. 깊은 산속에서 대체 딸이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궁금하던 차에 함께 가고 싶다고 하셨다. 말릴 사이도 없이 머리에 빨간 두건을 두르고 나무 지팡이를 챙기셨다. 어부의 아내로 살았기 때문에 체력은 염려하지 말라고 거듭 말씀하신다. 바다하고 산하고는 차원이 다르다고 거듭 말씀드려보지만 엄마의 강한 의지 앞에서는 소용이 없다. 그 날 깊은 산중에서 노각나무를 왜 모니터링하고 연구하는지도 알게 된 엄마는 이렇게 개고생하는 줄 몰랐다며 여자로서 이렇게 힘든 일을 한다는 것이 마음이
남도 풀꽃나무
김영선
2024.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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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타고르는 말한다. “어리석은 자는 서두르고 영리한 자는 기다리며 지혜로운 자는 숲으로 간다.” 숲이 주는 지혜와 치유는 영혼의 회복을 위한 길임을 알게 해주는 듯하다. 가을이 오면 월출산국립공원 무위사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보길도에는 도토리 세상이다. 숲길을 걷노라면 둥글고 뽀쪽하고 길쭉하고 각기 모양이 제각각인 도토리를 만난다. 이중 누군가의 눈에 띌 정도로 반질거리는 꼭지 달린 종자와 이를 감싸고 있는 깍지는 목성처럼 동심원의 띠를 겹겹으로 두르고 있다. 보통 낙엽 떨어지는 참나무과 나무처럼 도토리 모양으로 생겼지만 깍지가
남도 풀꽃나무
김영선
2024.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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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최남단에 있는 섬, 마라도에 가면 돈나무가 군락으로 자라고 있다. 원래 마라도는 숲이 울창했는데 개척으로 모조리 사라져버려서 지금의 탁 트인 섬으로 변했다. 뱀이 많아서 불을 질러 개척했다는데 밀림이 모두 타는 데 사흘, 혹은 석달이 걸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러한 까닭은 돈나무를 포함한 상록활엽수림의 정유성분이 오랜 시간이 걸린 원인일 수도 있다. 정유성분은 식물에서 추출하는 특유의 향을 가진 천연 식물성 오일이다. 식물이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번식과 생존을 위해 스스로 만들어내는 2차대사 산물로 생화학적
남도 풀꽃나무
김영선
2023.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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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숲속에 기암절벽이 아름다운 곳, 월출산국립공원에 사는 석곡을 만난다. 온갖 바위 봉우리가 제멋대로 솟아 기괴한 형상을 하고 있는 곳이라 가는 마음이 걱정반, 설레임반이다. 안내하는 이도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아 헤매기는 마찬가지다. 어렵사리 만난 석곡은 쳐다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기암절벽 중간 틈새에서 자라고 있다. 포기 수는 2-3개체로 줄기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남사면에 자리잡아 자생하는 것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다. 워낙 높은 곳에 있어 암벽을 타고 내려가거나 드론을 띄워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마저도 기암절벽 주변이 숲
남도 풀꽃나무
김영선
2023.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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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바람을 가르며 배를 타고 흑산도에서 영산도를 가는 내내 향긋한 꽃향기가 강하게 풍겨온다. 저 멀리 기암괴석에서 옹기종기 모여 오밀조밀 하얀 꽃을 피워내는 향기이다. 바야흐로 다정큼나무의 세상이다. 광택이 나는 두꺼운 잎은 상록성이라 한겨울이라도 빛이 나지만 열매는 오로지 종자번식을 위한 인내를 감내하는 듯 흑자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큰키나무가 아니라서 세찬 바람에도 넘어지지 않고 군락 속에서 자라 흔들림도 없다. 바위 절벽이 아닌 상록활엽수림에서는 붉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등 큰키나무를 부러워하지 않고 작은키나무로서
남도 풀꽃나무
김영선
2023.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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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알밤이라면 낙엽활엽수인 밤나무를 생각하겠지만 상록활엽수인 구실잣밤나무가 남쪽 숲에서는 대표적인 주인공이다. 주로 난대림숲에서 손톱만한 알밤이 달린 구실잣밤나무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나무로 가을이 오면 아이들의 최고 간식거리를 제공하는 포근한 엄마 같은 친구이다. 필자 또한 어린 시절에 구실잣밤나무 숲에서 알밤을 주전자에 한가득 주워 동네 아이들과 나눠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구실잣밤나무는 구슬처럼 작고 동그란 까만 열매를 가진 나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녹나무과에 속하며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 Ⅲ등급으로 좀
남도 풀꽃나무
김영선
2023.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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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생존경쟁과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이 살아가는 법은 지구에 산소라는 폐기물을 남기면서 독특하고 이기적인 방법으로 진화했다. 오존층 덕분에 지구에 쏟아지는 해로운 자외선과 이산화탄소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산소를 더 내뿜으면서 풍부한 자연생태계를 창조해왔다. 화석연료를 태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지구 기온을 온난화하려는 이들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빠르게 식물지구를 만들고 탄소흡수원으로서 이 세상을 치열하게 바꾸고 있다. 식물은 생명을 살리는 지구의 진정한 지도자이다. 오늘의 식물 지도자는 물매화이다. 봄에 매화꽃
남도 풀꽃나무
박현아 기자
2023.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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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의 나비 무리가 도란도란 모여 있는 듯 보이는 꽃이 있다. 산수국이다. 짙은 푸른색의 꽃들이 필 때면 벌과 나비들이 날아 들여 낙원과 정원을 이루며 웅성웅성 요란스럽다. 꽃이 나비인지, 나비가 꽃인지 혼란스런 가짜꽃이 있고 진짜꽃이 있다. 가장자리의 가짜꽃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헛꽃인 가운데 암술과 수술이 있는 참꽃봉오리인 진짜꽃 유성화는 자손 번식을 위한 열매를 맺는다. 진짜꽃은 너무 작고 앙증맞아 자세히 보아야만 예쁘다. 가을이 깊어가는 지금은 가짜꽃이 뒤집어진 상태로 열매가 익어가는 중이다. 이제 수정하는 시기가 지났으니
남도 풀꽃나무
김영선
2023.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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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의 계절 가을이다. 때에 맞추어 구절초가 지리산 노고단의 바위지대에서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옹기종기 모여 핀 구절초 군락이 가을바람에 흔들리며 그 향기를 뿜는다. 유난히 하얀 빛깔의 꽃잎은 마치 물가에 젖어 반짝이는 듯 눈부시다. 노을 진 가을 끝자락에서 만난 구절초와 확트인 지리산 노고단 경관 앞에서 저절로 숙연해진다. 역시 존재감이 예사롭지 않다. 자연의 경이로움 앞에 더 겸허해지는 순간이다. 높은 산기슭을 가야 만날 수 있는 구절초이지만 요즘은 공원이나 축제장에서 관상용으로 자주 볼 수 있는 꽃이기도 하다. 구절초는 들국화
남도 풀꽃나무
김영선
2023.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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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속을 걸어가다 만난 산오이풀 한 가족이 꽃대를 흔들며 반긴다. 높은 산 바위주변에서 안개속의 습기를 먹으면서 자라나는 산오이풀이 반갑기만 하다. 꽃이 피기 전에는 산오이풀인지 알기가 쉽지 않지만 피고 나면 존재감이 확연히 드러난다. 꽃이 화려하고 잎에서 향긋한 내음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꽃이라 눈길 한번 주기엔 서운하다고 외친다. 납작 엎드려 자세히 보아야 할 이유와 여유를 주는 산오이풀이다. 산오이풀은 잎에서 오이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이풀 식물은 세계 약 10종이 있으며, 우
남도 풀꽃나무
김영선
2023.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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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한창일 때, 뻐꾹새는 탁란하기 위해 분주하다. 뻐꾹새는 여름철새로 뻐꾹∼뻐뻐꾹 울음을 운다. 그때쯤이면 뻐꾹나리가 숲속 그늘 속에서 줄기와 잎을 내면서 자란다. 꽃이 피기 전까지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단지 풀에 지나지 않은 뻐꾹나리. 화려한 여름꽃인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만의 빛깔로 가을을 부르며 꽃대를 힘차게 올리면서 피어난다. 꽃이 피면 지나치지 못할 정도로 독특하고 매혹적이다. 마치 외계인처럼 머리에 안테나를 달고 나타난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꼴뚜기를 뒤집어 놓은 모양새라고나 할까? 지금껏 우리가
남도 풀꽃나무
김영선
2023.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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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국립공원 용추계곡 가는 길에 핀 붉노랑상사화가 반갑다. 무리지어 피어 있거나 1~2개체가 계곡 주변에 피어 있다. 꽃이 피기 전에는 붉노랑상사화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기다란 꽃줄기는 잎이 쓰러진 후 나온다. 꽃대가 나와 노오란 꽃이 피어야 비로소 붉노랑상사화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기억을 더듬어 꽃 핀 자리를 여러 번 서성거리지만 헛수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때론 노오란 꽃이 아름다워 피기도 전에 꺾어 가기 일쑤다. 알뿌리가 통째로 사라지거나 꽃이 피기도 전에 꽃대가 잘려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 붉노랑상사화이다. 붉
남도 풀꽃나무
김영선
2023.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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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유독 폭우·폭염·태풍 등 기상이변과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느껴진다. 새록새록 연초록의 새잎들은 어느새 녹음으로 한층 더 짙어지고 있다. 높고 깊은 숲속에서 앵초꽃 중에 큰앵초를 만난다. 군락으로 무리지어 졸참나무 아래서 피어난 큰앵초는 단풍잎처럼 생긴 새잎 위로 연분홍 꽃을 피고 있다. 큰앵초는 높은 산 북서사면의 습한 숲속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식물이다. 키는 20-40cm로 앵초보다 2배가 크다. 앵초가 낮은 지역에서 질 무렵이면 큰앵초는 해발 1000m에 위치한 높은 산에서 피기 시작한다. 큰앵초는 꽃모양이 앵두꽃처럼
남도 풀꽃나무
김영선
2023.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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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태풍이 지나고 난 다음날이었다. 산중턱에서 계곡으로 내려가던 길에 만난 백양꽃 무리를 보았다. 꽃대는 사라지고 알뿌리만 남아 있었다. 이곳저곳에 상처투성이로 버티고 있는 백양꽃 알뿌리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아팠다. 그중 빗물이 흐르는 곳에서 꽃대 하나가 올라왔다. 태양을 닮은 붉은 꽃은 시련 속에서도 용감하게 피었다. 태풍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꽃대를 올리는 백양꽃을 보면 자연이 참으로 위대하고 대단하기만 하다. 백양꽃은 전남 백양사 주변일대에서 자생하는 꽃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수선화과에 속하며 식물구계학적
남도 풀꽃나무
김영선
2023.07.27 00:00